난민영화제는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난민과 연대하기 위해 개최하는 공식적인 연례 행사입니다. 제6회 난민영화제는 13일부터 27일까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www.koreff.org)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을 통해 난민 영화 7편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기자말]
영화 <노웨어 맨> 속 한 장면 Mr.A의 일상. <노웨어 맨>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영화 <노웨어 맨> 속 한 장면 Mr.A의 일상. <노웨어 맨>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김정근


다르지 않은 일상 속의 특별한 한 사람

제6회 난민영화제의 상영작 <노웨어 맨>(2017, 김정근). 처음 '노웨어 맨' 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이 영화에 대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갈 곳이 없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힘없고 가난하고 마냥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 하지만 이 제목을 붙인 영화 <노웨어 맨>은 주인공이 힘차게 걸어나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도 힘이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Mr.A의 뒷모습을 따라 촬영한 모든 장면들은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가 탄 버스, 그가 지나가는 거리. 우리가 매일 보는 일상의 장면이다. 그의 뒷모습은 어느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었다.

같은 일상을 공유하고, 시선이 닿는 곳 조차 다르지 않지만, 그에겐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 박해의 위험을 피해 한국에 보호를 요청한 난민이다. 그리고 그가 고향 땅에서 받아야했던 박해는 차별받는 자신의 민족을 위해 목소리를 내다가 받게 된 박해였다. 

자신이 가진 신념과 민족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뿌리가 되었던 것들을 떠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용기있는 이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노웨어 맨> 포스터 제6회 난민영화제 상영작 <노웨어 맨>(2017, 감독 김정근). 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김정근

▲ <노웨어 맨> 포스터 제6회 난민영화제 상영작 <노웨어 맨>(2017, 감독 김정근). 영화제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 후 관람 가능하다. ⓒ 김정근 ⓒ 김정근

 
비슷한 아픔을 겪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노웨어 맨>의 주인공 Mr.A는 쉽지 않은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야기 하지만 담담히 잘 감당하고 있으며, 가족들과 안전하게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 

고단한 매일을 보내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기도하는 그의 모습과, 서툰 영어 사이 사이에 나오는 그의 한국말 그리고 이미 익숙해진 젓가락질을 보며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든다.

그의 기도 가운데 계속 나오는 이름, '발루치스탄' -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빼앗긴 조국의 소중한 이름이다. 

영화 <노웨어 맨>은 그의 조국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당시 발루치스탄은 몇 갈래로 나라가 찢어졌다. 특히 파키스탄으로 편입된 발루치스탄의 사람들은 끊임없는 차별과 학살로 고통 당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나라가 빼앗겨진 시기가 있었고, 우리의 주권을 찾아 다시 '우리나라'라고 부를 수 있기 까지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타국으로 망명하여 전 세계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힘을 다했던 때가 있었다. 

Mr.A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과거를 보고, 조금은 그가 꿈꾸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의 소망을 우리는 공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그의 나라에서 어쩌면 '안창호 선생님', '김구 선생님'일 수도 있지 않을까? 

비록 대한민국에서 이방인으로 살고 있으며, 조국의 잃어버린 이름과 땅을 찾는 '노웨어 맨' 이지만 우리의 공감과 이해가 그의 소망이 그가 다듬어가는 일터의 몰딩처럼 완성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전 세계 강제이주자 7800만 시대, 남북한의 인구 수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서있을 곳을 잃고 피난처를 찾는다. 자유를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 위해서 선택한 그들의 용감한 여정이 그저 비호국의 부담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닌, 재난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와 이웃으로서 함께 성장해가는 여정이길 마음 속 깊이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국제난민지원단체 사단법인 피난처의 간사, 난민영화제 홍보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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