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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경찰서가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계부와 친모를 불구속 입건한 가운데, 피해 어린이를 맨 처음 발견해 경찰에 알린 신고자 ㄱ씨는 "정말이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잔인한 짓을 당해온 아이였다"고 증언했다.

ㄱ씨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피해 어린이(11세, 만 9세)를 처음 목격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29일 오후 창녕에 있는 한 아파트 근처에서 이 어린이를 발견했다.

"처음 봤을 때 아이 모습은 엉망이었다"

ㄱ씨에 따르면, 당시 피해 어린이는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그는 "아파트 담벼락 옆에 아이가 서 있었다. 승용차 사이드미러로 봤는데 신발도 신고 있지 않았다"며 "집에서 지내는 아이로 보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이 어린이에게 다가갔다. 얼굴에는 멍이 들어 있었고 눈에도 핏줄이 보였다. 한 마디로 "아이 모습은 엉망"이었다. 그가 "어디 가는 거냐"라고 묻자, 피해 어린이는 "슈퍼에 간다, 배가 고프다"고 답했다. 그는 "데려다 주겠다"면서 이 어린이를 자신의 차량에 태웠다.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이것저것 질문하자 피해 어린이는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나왔다"며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는 먹을거리를 사주기 위해 편의점에 먼저 갔다.

편의점 앞에 도착한 ㄱ씨는 신고 있던 슬리퍼를 아이에게 벗어주었다. 그는 "그날 날씨도 덥고 해서 아스팔트가 뜨거웠다"라며 "저는 양말을 신고 있었기에 슬리퍼를 아이한테 벗어주었고, 저는 신발 없이 양말을 신은 채 같이 편의점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편의점 CCTV에는 어른용 슬리퍼를 신은 피해 어린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ㄱ씨가 아이에게 먹을거리를 사준 뒤, 함께 창녕경찰서로 갔다.

당시 아이의 상태에 대해 그는 "머리카락을 들어보니 치료가 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아문 상처들이 있었고, 앙상한 몸에는 수많은 상처 자국들이 있었다"며 "아이의 손가락 일부는 화상을 입어 수포가 찬 상태"였다고 묘사했다. 

이 어린이는 계부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친모가 동생을 돌보는 틈을 타서 도망쳐 나왔다는 게 ㄱ씨의 전언이다. 그는 "아이는 또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봐 두려워 했고 불안해 했다, 많이 굶어서 그런지 쉬지 않고 먹었다, 밥을 오랜만에 먹어서 좋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피해 어린이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어 했다"라며 "맞아서 멍이 들면 멍이 빠질 때까지 집에 있다가 학교에 갔다더라"고 덧붙였다.

경찰, 부모 조사 중... 구속영장 신청 검토
 
경찰 마크(자료사진)
 경찰 마크(자료사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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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창녕경찰서는 아동학대 혐의로 계부 ㄴ씨(35)와 친모 ㄷ씨(27)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창녕경찰서와 경남도교육청의 설명에 따르면, 2년 전 재혼한 부부는 지난 1월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왔다. 피해 어린이는 지난 3월 창녕에 있는 학교로 전학했다.

아버지는 경찰 수사에서 학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녕경찰서 관계자는 "부부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어린이는 창녕으로 오기 전에 거제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경찰과 경남도교육청은 이 아이가 2년 전부터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등교를 하지 못했고, 창녕에 있는 학교에서 교사가 그동안 세 차례 가정방문을 해서 학습지를 전달했다"며 "집에 출산한 지 백일된 아이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대면할 수 없었고, 대문 앞에 학습지를 놓아두고 왔다"고 했다.

피해 어린이는 현재 한 아동기관의 보호 하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태그:#아동학대, #창녕경찰서,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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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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