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생 노장 파이터가 만31세의 젊은 상위권 파이터를 잡아냈다.

UFC 라이트헤비급 랭킹 8위 글로버 테세이라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비스타 베테랑스 메모리얼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71 메인이벤트에서 랭킹 4위 앤서니 스미스를 5라운드 1분 4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지난 2018년 7월 코리 앤더슨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한계를 보이는 듯 했던 테세이라는 이후 4경기에서 3번의 피니시 승리를 포함해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건재를 과시했다(38전31승7패).

한편 앞서 열린 코메인이벤트에서는 벤 로스웰이 오빈스 생 프뤼를 2-1판정으로 힘겹게 꺾으며 헤비급의 높은 고지를 생 프뤼에게 가르쳤다. 최근 5경기에서 두 번의 피니시패를 포함해 2승3패에 그쳤던 생 프뤼는 헤비급에서의 첫 경기에서 베테랑 로스웰을 상대로 판정으로 패하며 헤비급 전선에서 경쟁하기도 결코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됐다.
 
 '불혹의 노장' 테세이라(오른쪽)는 라이트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린 후 승승장구하던 스미스에게 첫 KO패의 아픔을 안겼다.

'불혹의 노장' 테세이라(오른쪽)는 라이트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린 후 승승장구하던 스미스에게 첫 KO패의 아픔을 안겼다. ⓒ UFC.com

 
20연승 달리며 '승승장구'... 이후 2연패의 늪

2002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테세이라는 미국과 브라질의 여러 중소단체들을 오가며 활약했다. 데뷔전에서 TKO패를 당한 테세이라는 데뷔 후 4경기에서 2승2패에 그쳤지만 2005년 3월을 끝으로 무려 15연승 행진을 달렸다. 이후 2012년 UFC에 입성했다. 테세이라는 UFC 진출 전부터 '재야의 강자'로 인정 받았기 때문에 테세이라의 옥타곤 도전은 격투 팬들에게도 높은 관심사였다. 

중소단체에서 화려한 전적을 쌓고 옥타곤에 도전하는 많은 선수들이 UFC의 높은 벽에 막혀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미 풍부한 경험을 쌓은 후 30대의 나이에 UFC에 진출한 테세이라는 달랐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카일 킹스버리를 서브미션으로 제압한 테세이라는 파비오 말도나도를 KO, 라이트 헤비급 전 챔피언 퀸튼 잭슨을 판정으로 꺾으며 라이트 헤비급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제임스 테 후나를 멋진 길로틴 초크로 제압한 테세이라는 2013년 9월 타이틀전으로 가는 관문에서 타격과 레슬링을 겸비한 현 벨라토르 헤비급 챔피언 라이언 베이더를 만났다. 테세이라는 경기 초반 베이더의 타격에 다소 고전했지만 뛰어난 방어와 강한 맷집으로 이를 견뎌냈고 1라운드 2분55초 만에 펀치로 베이더를 눕히면서 '극강의 챔피언' 존 존스에게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많은 격투팬들은 타격과 그라운드를 두루 갖춘 테세이라야 말로 존스에게 큰 위협이 될 상대라고 전망했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테세이라의 편이 아니었다. 1라운드에서 어깨를 다친 테세이라는 존스 특유의 클린치 압박과 엘보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만장일치 판정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2006년부터 이어지던 테세이라의 20연승 행진이 8년 만에 깨지는 순간이었다.

생애 첫 타이틀전에서 패한 테세이라는 6개월 후 안방이라 할 수 있는 브라질 리우에서 존스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레슬러 필 데이비스를 만났다. 하지만 무난한 승리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테세이라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데이비스에게 그라운드에서 열세를 보이며 판정으로 패했다. 8년 동안 패배를 모르고 승승장구하던 테세이라가 2014년에 출전한 2경기에서 연패를 당한 것이다.

평범한 노장으로 전락하는 듯 하다가 최근 상승세

격투기 데뷔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연패를 당하면서 테세이라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테세이라의 기량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테세이라는 연패의 충격을 이겨내고 생 프뤼를 서브미션, 패트릭 커민스와 라샤드 에반스를 각각 KO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하지만 테세이라는 상승세의 흐름에서 괴력을 자랑하는 '럼블' 앤서니 존슨을 만나 충격의 13초 KO패를 당하고 말았다.

존슨에게 충격의 KO패를 당한 이후 테세이라는 타이틀 전선에서 한 발 물러나 승리와 패배를 반복하는 평범한 파이터로 전락하는 듯 했다. 실제로 테세이라는 제라드 캐노니어, 미샤 서쿠노프 같은 파이터들에게는 한 수 위의 실력으로 승리를 따냈지만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코리 앤더슨 같은 정상급 파이터들에게는 크게 힘을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던 테세이라의 랭킹도 어느덧 8위까지 떨어졌다.

어느덧 테세이라도 은퇴를 고려할 불혹의 노장이 됐다. 하지만 테세이라는 작년 한 해 동안 칼 로버슨과 이온 쿠델라바를 서브미션으로 제압하며 다시 연승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작년 9월에는 13살이나 어린 우크라이나 출신의 신예 니키타 크릴로프를 만나 난타전을 벌인 끝에 2-1 판정으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테세이라는 14일 스미스를 제물로 또 한 번 '노익장'이 무엇인지 증명했다.

초반 스미스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던 테세이라는 2라운드 중반 위력적인 헤드킥을 통해 경기 주도권을 가져온 후 3라운드부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 나이는 스미스가 9살이나 어렸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기세가 살아난 테세이라와 달리 스미스는 타격이 누적되면서 점점 지쳐 갔다. 결국 테세이라는 5라운드 초반 펀치로 경기를 끝내며 스미스에게 라이트 헤비급에서의 첫 KO패를 안기는데 성공했다.

'난적' 스미스를 쓰러트리며 4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는 테세이라도 라이트 헤비급의 타이틀 전선에 뛰어들 여건이 마련됐다. 1979년생 불혹의 파이터 테세이라에게 멀어진 듯한 타이틀의 꿈이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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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 171 글로버 테세이라 앤서니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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