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따내며 일요일 역전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이동욱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12일 통합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12안타를 터트리며 7-6 연장 10회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8회초까지 3-6으로 kt에게 끌려 다니던 NC는 8회 1점, 9회 2점을 뽑으며 동점을 만든 후 10회 극적인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대역전승을 마무리했다(5승1패).

 
 12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NC 경기에서 8회에 이어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NC 박석민이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며 뛰어나가고 있다.

12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NC 경기에서 8회에 이어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NC 박석민이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며 뛰어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NC는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가 5.1이닝10피안타(2피홈런)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5명의 불펜투수가 4.2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선에서는 간판타자 나성범이 9회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을 터트린 가운데 경기 후반에 터져 나온 이 선수의 연타석 홈2런으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올해부터 새로운 2+1년의 FA 계약기간이 시작되는 베테랑 3루수 박석민이 그 주인공이다.

FA 첫 해 활약 후 2년 연속 부진, '먹튀'로 전락한 모범FA

2004년 삼성 라이온즈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해 군복무를 마친 2008년부터 삼성의 중심타자로 활약하기 시작한 박석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정상급 3루수였다. 실제로 박석민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 연속으로 2자리 수 홈런과 6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3할 타율도 5차례나 기록할 만큼 정확한 타자였다. 박석민이 삼성 통합 4연패의 주역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박석민은 타석에서 온갖 재미 있는 액션들로 팬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겉으로만 보면 개그 캐릭터에 불과해 보이는 선수가 매년 3할 타율과 20홈런에 가까운 성적을 올려주니 야구팬들로서는 박석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2015 시즌이 끝나고 박석민이 FA자격을 얻으면서 박석민은 더 이상 삼성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선수가 되지 못했다.

박석민은 2015년 타율 .321 26홈런116타점을 기록하며 FA를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렸고 팬들은 구단에서 대체불가능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반드시 잡아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통합 5연패 실패 이후 구단 운영규모를 줄여야 했고 'FA대어' 박석민에게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빈틈을 NC가 파고 들면서 4년 총액 96억 원에 골든 글러브 3루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박석민은 2016년 손가락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307 32홈런104타점의 성적으로 NC를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박석민은 FA로 이적한 첫 시즌부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우며 '모범FA'로서 바람직한 자세를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박석민이 96억 원짜리 3루수로서 제 역할을 해준 시즌은 2016년 한 번 뿐이었다.

박석민은 2017년 타율 .245 14홈런56타점으로 성적이 추락했고 이듬해에도 타율 .255 16홈런55타점으로 반등에 실패했다. 2017년 NC의 팀 타율이 .293, 최하위로 추락했던 2018년에도 팀 타율이 .261였던 점을 고려하면 고액 연봉을 받는 박석민의 부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NC의 우승청부사가 될 줄 알았던 박석민은 NC의 FA 영입실패작으로 남고 말았다.

옵션 잔뜩 붙은 2+1년 FA 계약, 초반 불방망이로 가치 증명

한국야구위원회는 2019 시즌을 앞두고 타고투저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췄고 이는 많은 타자들의 성적, 특히 장타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박석민은 고질적인 옆구리 부상에 시달리며 2018년 3루수로 출전한 경기가 26경기에 불과했을 정도로 3루수로서의 경쟁력을 많이 잃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30대 중반의 노장 박석민이 2019 시즌 다시 반등할 거라고 예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작년 시즌에는 '홈런왕' 김재환(두산 베어스)을 비롯한 많은 타자들이 공인구 변화의 영향을 받아 크고 작은 장타 하락을 경험했다. 하지만 박석민은 2019년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19홈런74타점을 기록하면서 투고타저 시즌에 오히려 타격 성적이 상승하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2018년 최하위였던 NC가 1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중심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준 박석민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두 번째 FA를 앞둔 시즌에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NC가 전성기 지난 박석민에게 다시 거액을 안길 순 없었다. 물론 여전히 박석민의 장타력이 필요한 NC에서 박석민을 마냥 홀대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NC는 보장액 16억과 옵션18억 원이 포함된 2+1년 최대 34억 원의 계약으로 박석민을 잔류시켰다. 박석민 입장에서도 옵션을 채우려면 30대 후반까지 꾸준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2020 시즌 초반 활약을 보면 박석민이 두 번째 FA를 위해 얼마나 절치부심했는지 느낄 수 있다. 박석민은 12일 현재 타율 .375 3홈런5타점5득점OPS(출루율+장타율)1.450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12일 kt전에서는 8회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추격의 솔로 홈런, 10회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면서 NC를 승리로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 애런 알테어의 부진(타율 .235) 속에 박석민의 부활은 이동욱 감독의 고민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물론 올해 한국 나이로 36세가 된 박석민에게 풀타임 3루수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긴 힘들다. 실제로 박석민은 이미 올 시즌 5경기에서 2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삼성 시절의 민첩한 수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호쾌한 스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석민의 폭발적인 장타력은 여전히 전성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정적일 때 한 방씩 때려주는 장타력은 NC가 '먹튀'로 불리던 박석민을 최대 34억 원에 잔류시킨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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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박석민 끝내기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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