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영을 잃은 현대건설도, 조송화를 보낸 흥국생명도 보상선수 결론은 리베로였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구단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FA로 이적한 이다영과 조송화에 대한 보상선수로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알토스로부터 각각 신연경과 박상미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양 팀 모두 리베로를 선택했지만 리베로보다는 세터 보강이 시급한 현대건설과 리베로 보강이 절실했던 흥국생명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2020 FA시장의 뒷이야기가 더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한수지부터 고예림까지, V리그의 보상선수 성공사례들
 
 보상선수출신 황민경은 샐러리캡 상승으로 인해 다음 시즌 연봉총액이 3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보상선수출신 황민경은 샐러리캡 상승으로 인해 다음 시즌 연봉총액이 3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 여자부에서는 타 팀의 FA 선수를 영입하면 FA 선수의 원소속 팀은 FA를 데려가는 팀으로부터 보호선수 6명(FA 이적선수 포함)을 제외한 1명을 보상선수로 지명할 수 있다. 리베로를 포함한 배구 경기의 주전 선수가 7명이기 때문에 FA를 빼앗긴 팀도 상대 팀의 주전 선수 1명, 또는 벤치 멤버 중 가장 유능한 선수를 보상선수로 데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배구에서 보상선수 성공 사례가 유난히 자주 나오는 이유다.

2019-2020 시즌 블로킹 부문 3위(세트당 0.66개)에 오른 GS칼텍스 KIXX의 미들블로커 한수지는 대표적인 보상 선수 성공사례다. 2006년 GS칼텍스에 입단했다가 1년 만에 정대영(도로공사)과 이숙자의 보상 선수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이적한 한수지는 2010년 다시 김사니(SBS SPORTS 해설위원)의 보상선수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한수지는 인삼공사에서 주전 세터로 활약한 2011-2012 시즌 챔프전 우승을 경험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현대건설의 주장이자 V리그를 대표하는 살림꾼인 '밍키' 황민경 역시 보상 선수 성공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2008년 프로 입단 후 8시즌 동안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활약한 황민경은 2016년 FA 배유나의 보상 선수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GS칼텍스에서 한 시즌 동안 쏠쏠한 활약을 펼친 황민경은 2017년 연봉 1억3000만 원에 현대건설과 계약해 세 시즌 동안 활약했고 지난 16일 현대건설과 총액 3억 원에 재계약했다.

'표장군' 표승주(기업은행) 역시 보상 선수 출신으로 FA계약까지 따내며 성공스토리를 썼다. 2010년 도로공사에 입단했다가 2014년 정대영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표승주는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V리그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그렇게 다재다능한 능력을 인정 받은 표승주는 작년 4월 기업은행과 연봉 1억 5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입단 9년 만에 '조커'가 아닌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했다.

작년 컵대회 MVP이자 황민경과 함께 현대건설의 왼쪽을 책임지고 있는 고예림 역시 도로공사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2017년 박정아(도로공사)의 보상선수로 지명 받아 기업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고예림은 기업은행 이적 후 이정철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공수에서 큰 발전을 이뤄냈고 작년 4월 현대건설과 1억5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현재 고예림은 공수를 겸비한 V리그의 정상급 윙스파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현대건설-흥국생명 모두 리베로 선택, 후속 트레이드 가능성도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박상미는 다음 시즌부터 은퇴한 김해란 리베로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박상미는 다음 시즌부터 은퇴한 김해란 리베로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 한국배구연맹

 
이도희 감독이 정성을 들여 키운 주전 세터 이다영을 흥국생에게 빼앗긴 현대건설은 세터를 지명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신연경 리베로를 지명했다. 지난 2014년 김사니의 보상 선수로 기업은행에서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던 신연경은 6년 만에 다시 보상선수 지명을 받고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2018-2019 시즌까지 수비와 서브가 좋은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던 신연경은 작년부터 리베로로 변신했지만 김해란 리베로에 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진 못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이미 주전 리베로 김연견과 총액 2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시즌 김연견의 부상으로 리베로 부재에 시달리긴 했지만 현대건설은 기본적으로 백업 리베로가 절실하게 급한 팀은 아니다. 따라서 신연경이 차기 시즌 김연견의 백업으로 활약하게 될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풍부한 센터 자원과 묶여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지는 조금 더 지켜 봐야 한다.

김해란이 은퇴하고 신연경이 이다영의 보상선수로 지명되면서 리베로 자리에 큰 구멍이 뚫린 흥국생명은 기업은행으로부터 조송화에 대한 보상선수로 박상미 리베로를 지명했다. 인삼공사 시절 백업 리베로 및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하던 박상미는 기업은행 이적 후 주전 리베로로 도약해 두 시즌 동안 활약했다. 주전 경험이 있는 만큼 큰 이변이 없는 한 차기 시즌 흥국생명의 주전 리베로로 나설 확률이 높다.

다만 박상미는 2018-2019 시즌 44.01%에 달하던 리시브 효율이 2019-2020 시즌 31.77%로 뚝 떨어진 바 있다. 박상미는 2019-2020 시즌 6개 구단 주전 리베로 중에서 리시브 효율이 가장 좋지 않았다. 흥국생명의 주전 리베로가 유력한 박상미가 은퇴한 김해란의 뒤를 이어 수비의 안정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면 '쌍둥이 자매'의 위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 꽤 긴 시간이 남은 만큼 리시브에서 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KGC인삼공사의 오지영 리베로는 두 번이나 임의탈퇴 신분으로 코트를 떠나는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올해 시장에서 역대 리베로 최고액(총액 2억6000만 원) 계약을 따냈다. 이처럼 FA 보상 선수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리베로가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이미 선배들에 의해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 이번에 보상 선수로 팀을 옮긴 두 리베로 신연경과 박상미가 다음 차례를 이어 받지 말란 법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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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FA보상선수 신연경 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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