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 재경기 중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토트넘이 3-2로 승리했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 재경기 중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토트넘이 3-2로 승리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공격수의 가치는 역시 골로 말한다. 아홉 번의 찬스를 놓쳐도 한 번의 결정적인 기회만 살려내면 영웅이 될수 있는 것. 바로 공격수들만의 특권이다.

역시 해리 케인이 없을 때 토트넘의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다시 한번 손흥민이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냈다.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19-2020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2강 재경기에서 손흥민은 2-2로 맞선 후반 44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키커로 나서서 성공시키며 결승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시즌 14호골이자 최근 4경기 연속골이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사우샘프턴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FA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승리와 별개로 이날도 토트넘의 경기력은 그리 좋지 않았다. 토트넘은 경기 내내 중원을 장악한 사우스햄튼의 거센 압박에 고전했다. 전반 12분 탕귀 은돔벨레의 슈팅이 수비수 다리에 맞고 굴절돼 행운의 선취골을 얻어내며 먼저 앞서갔지만 결국 전반 34분 쉐인 롱에게 동점골- 후반 27분에는 대니 잉스에게 역전골까지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 토트넘은 수비불안으로 베테랑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후반 10분 만에 조기 교체되는 보기드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이날 몇 차례의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치는 등 아쉬운 모습이었다. 만일 토트넘이 이날 경기에 패했다면 손흥민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결사답게 손흥민의 활약은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다.

토트넘은 역전골 허용 후 5분 만에 루카스 모우라가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연장으로 흐를 듯 보였던 승부는 후반 41분 손흥민의 발끝에서 다시 반전을 맞이했다. 역습 과정에서 델레 알리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문전으로 돌진하다가 골키퍼 손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골키퍼가 막아낼 수 없는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킥을 차 넣으며 재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이 PK로 득점하는 모습은 흔치 않다. 토트넘에서 PK 전담 키커는 해리 케인이다. 손흥민이 유도한 페널티킥도 대부분 케인이 차곤 했다. 손흥민이 PK 키커로 나선 것은 2017-2018시즌이던 로치데일과의 FA컵 16강 재경기가 유일했으나 당시 슈팅 직전 정지 동작에서 파울을 지적받아 득점은 인정받지 못했고 오히려 경고만 받았다.

사우샘프턴전 결승골은 손흥민의 토트넘 입단 이후 첫 PK 득점이다. 현재 케인이 빠진 토트넘의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모우라가 메우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PK를 손흥민에게 맡겼다는 것은 모리뉴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해결사가 누구인지를 확인해주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결승골이 터지고 난후 일각에서는 '다이빙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흥민이 골키퍼와 큰 신체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동작으로 넘어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상황을 다시 보면 사우샘프턴 골키퍼가 손을 뻗어 손흥민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유니폼을 붙잡는 걸 확인할 수 있다. BBC, 텔레그라프 등 영국 주요 언론들도 손흥민의 활약을 칭찬하며 PK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손흥민은 잉글리시 FA컵과 인연이 깊다. 2016~2017시즌 이후만 놓고보면 17경기에 무려 11골을 터뜨리며 이 기간 FA컵에서 최다골을 터트린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사우샘프턴전에서만 통산 11경기 6골로 도르트문트-맨시티에 이어 '천적'의 이미지를 재확인했다.

가뜩이나 부상선수가 많은 토트넘은 32강전에 이어 2연속 재경기를 치르느라 프리미어리그 휴식기에도 경기에 나서야했던 선수들의 피로도가 큰 상황이었다. 만일 연장까지 갔으면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기에 손흥민의 결정적인 활약이 더 빛날 수 있었다. 1991년 마지막 우승 이후 FA컵과 인연이 없는 토트넘은 손흥민을 앞세워 29년 만의 정상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토트넘은 내달 6일 홈에서 8강행을 놓고 노리치시티와 맞대결한다.

손흥민은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헤더 결승 득점을 시작으로 사우샘프턴과의 FA컵 32강 1차전과 지난 3일 맨체스터시티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모두 골 맛을 봤다. 손흥민이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갈 동안 토트넘은 3승 1무를 기록하며 한번도 지지 않았다.

포지션이나 수비 가담 논란을 극복하고 '몰아치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손흥민은 이미 지난 시즌도 케인이 부상으로 빠져있던 기간동안 해결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한 바 있다. 모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보지 않고 측면 공격수로만 기용하고 있지만 손흥민의 득점력에는 아무런 변수가 되지 않았다.

4경기 연속골은 손흥민의 최다연속골 타이기록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 현재까지 총 5번이나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지난 연말 발차기 논란 이후 퇴장과 징계로 인한 공백기, 이후 이어진 일시적인 슬럼프 기간을 잘 극복해내고 다시 득점력을 회복했다.

사실 연속골을 기록하는 동안에 손흥민의 경기력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맨시티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스티븐 베르바인이나 사우샘프턴전의 델레 알리처럼 매경기만 놓고보면 손흥민보다 더 빛난 선수들이 있었고, 손흥민은 오히려 전반까지는 득점찬스를 잇달아 놓치거나 아예 존재감이 사라진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진할 때도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결사의 덕목이다. 모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공격수로는 세우지 않더라도 왜 매경기 부동의 주전이자 전술의 중심으로 중용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쉴 틈 없는 강행군을 이어온 손흥민은 앞으로 열흘간 모처럼 휴식을 취한 뒤 이번 시즌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경기들을 치른다. 빅4 재진입을 노리는 토트넘은 오는 16일 아스톤 빌라 원정에 이어 주중에는 라이프치히(독일)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홈 1차전-주말에서는 4위 경쟁자 첼시와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케인도 에릭센도 없는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활약이 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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