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국 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예정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찾아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주민들의 여러 궁금증에 차분하게 답변하면서 주민 설득에 주력했다.
다만, 간담회 자리에서는 '격리시설 변경'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의견이 일치하지 못해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진영 "격리시설 결정 바꾼 적 없다"
진 장관은 이날 오후 6시경 진천군 덕산면 교학로에 위치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방문했다. 앞서 방문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는 주민들이 던진 계란 세례를 받은 터라 진 장관의 방문은 경찰의 삼엄한 경호 속에 진행됐다.
차량으로 정문을 통과해 시설을 둘러본 진 장관은 개발원 앞에서 농성 중인 주민들과는 아무 접촉 없이 곧바로 간담회장으로 향했다. 간담회는 인재개발원과 바로 붙어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층 이상설홀에서 열렸다. 이 홀은 약 300여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다소 큰 홀로, 지역 주민과 공무원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시종 충북지사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먼저 이렇게 주민 여러분들께 불편을 드리게 되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한 뒤 "정부로서는 우한에 있는 교민들이 너무 많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을 국내로 오게 해서 그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하는 소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450명 정도를 생각하고 후보지를 알아보다가 후보지 결정 마지막 즈음에는 694명이라고 외교부에서 통보 받았다"며 "그 분들이 1인 1실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많으면 한 시설로 다 수용이 불가능해서 두 시설로 나누어서 수용해야 했다. 그래서 아산과 진천으로 정하게 됐다"고 선정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 장관은 "저쪽(천안)으로 결정했다가 이쪽(진천)으로 온 게 결코 아니다. 여러 후보 시설이 있었고, 그 중에서 가장 적합한 시설로 범정부 차원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느 지역(천안)을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진 장관은 또 "우리가 교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문제고, 한 2주 정도로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민들께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다만, 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대비하겠다. 주민과의 접촉은 당연히 철저히 차단할 것이기 때문에 감염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진영 장관 답변에도 같은 질문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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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천 주민 면담한 진영 장관 "주민 접촉 철저히 차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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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발언 이후 진천 주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격리수용시설 선정 조건'을 물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정부에서 발표한 선정 기준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진 장관은 "국가운영시설, 그 중 생활관이 있는 시설, 인근에 의료시설이 있는지 등의 기준으로 선정했다. 저에게 10여 개의 후보시설이 보고됐는데, 대부분 방이 몇십 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200개 이상의 방이 있는 곳은 아산과 진천뿐이었다"고 답변했다.
또 '전염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 곳으로 수용해서 관리하는 게 더 효과적인데, 꼭 아산과 진천으로 분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진 장관은 "현재 저에게 보고되기는 722명이 입국한다. 이 분들이 1인 1실로 수용해야 하는데,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은 약 600여 개의 방이 있다. 그 곳 하나로는 부족하다.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진천에 173명이 수용될 예정이고, 아산에는 549명이 수용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수용시설과 인근 지역에 대한 방역 대책'을 묻는 질문에 진 장관은 "정확하고 자세한 내용은 보건복지부에서 설명 드리도록 하겠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결코 어떠한 경우에도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하겠다는 말씀이다"라고 답했다.
'혹시 수용교민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주역 주민들에게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진 장관은 "만일 수용교민 중에서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발생하면 즉시 국가격리병상이 있는 병원으로 후송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분과 밀접 접촉한 수용시설 내 교민과 관리 인력도 모두 격리하여 치료하게 된다"며 "따라서 결코 주민들과의 접촉이 있을 수 없고, 이동제한은 당연히 없다"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주민들은 '어차피 수용할 것이면, 한 번에 모두 수용해 달라. 2주 안에 모두 끝날 수 있도록 해 달라', '수용교민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2주가 더 길어지는 것은 아니냐', '도시락 배달인력, 쓰레기 수거인력 등 수용교민과의 외부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해 달라', '인근지역 주민들에 대한 방역에도 힘써 달라'는 등의 요구를 쏟아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관계자들이 추가로 설명하도록 하겠다"며 "여러분이 우려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주민들의 질문에 진 장관의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같은 질문이 반복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 차량 앞에 드러눕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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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 장관 차량 앞 드러누운 진천 주민 “수용 시설 철회하라” 30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중국 우한 교민 수용 시설을 현장 점검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자, 주민들이 수용 철회를 요구하며 차량 앞에 드러누워 거칠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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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 말미에는 일부 주민들이 진영 장관 일행을 막아서는 일도 일어났다. 간담회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개발원 앞에서 농성을 하던 주민들이 끝날 때쯤 행사장에 나타나 "우리는 주민이 아니냐, 왜 못 들어가게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진 장관은 경호하는 병력들에 의지해 서둘러 간담회장을 빠져 나갔다.
그러자 일부 주민들이 "왜 도망하려 하느냐"며 소리를 지르며 진 장관을 막아섰다. 일부 주민은 진 장관의 차량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경호원들이 주민을 들어서 옆으로 빼냈고 일부 주민들은 출발하려는 진 장관 차량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큰 물리적 충돌을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진 장관의 말에 따르면 우한 교민들을 태운 첫 번째 비행기는 31일 오전 6시께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1차로 귀국하는 교민은 모두 359명으로 아산에 200명, 진천에 159명이 수용되며 방 배정까지 모두 완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