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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울산시장 후보 매수' 의혹의 핵심인물 셋. 왼쪽부터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 송철호 울산시장, 심규명 변호사.
 "청와대 울산시장 후보 매수" 의혹의 핵심인물 셋. 왼쪽부터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 송철호 울산시장, 심규명 변호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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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울산지방경찰청(당시 청장 황운하)의 수사는 선거개입 의혹을 낳았다. 하지만, 20일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지난 19일 <한겨레>의 보도를 종합하면,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울산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2018년 2월 23일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울산에서는 (민주당이) 어차피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에 임 전 최고위원이 "오사카 총영사를 가고 싶다"라고 답하자, 한 수석은 '고베 총영사'를 역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이 임 전 최고위원에 '미안하다'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 전 최고위원의 말은 바뀌었다. 그는 19일 검찰조사 전 언론에 '불출마를 조건으로 청와대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오사카 총영사직 얘기가 나왔지만, 제의는 내가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 바뀌면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혼선을 빚고 있다.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었던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로 돌아가봤다.

6.13 울산시장 민주당 후보들의 행보
 
(왼쪽 다섯번째부터)최민식 더불어민주당 울산지방선거기획단장과 송철호, 심규명, 임동호 울산시장 예비후보가 2018년 3월 5일 오전11시 30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원팀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 다섯번째부터)최민식 더불어민주당 울산지방선거기획단장과 송철호, 심규명, 임동호 울산시장 예비후보가 2018년 3월 5일 오전11시 30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원팀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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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송병기 울산부시장으로부터 압수한 업무수첩을 들여다 보고 있다. 쟁점 중 하나는 2017년 10월 13일자 내용이다. 김기현 전 시장은 검찰조사 중 '송병기 업무수첩'을 봤다면서, 해당 일자 부분에 "임동호 (자리요구)라는 문구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송철호에게 울산시장 출마를 권유하고 당내 경선이 예정된 임동호에 대한 보은성 자리 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에도 실제로 임동호·심규명 두 후보의 본격 선거 행보는 수첩에 적힌 날로부터 3개월 뒤에나 시작된다. 이에 따라 수첩에 적힌 내용과 의혹의 연관성 그리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후보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이는 심규명 후보였다. 그는 2018년 1월 25일 후보군 중 처음으로 울산 남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그는 언론사에 적극적인 취재 요청을 하는 등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보름 남짓 지난 2월 13일, 심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돌연 "정치적 활동을 그만두고 칩거에 들어가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는 칩거 이유로 "지난 며칠 동안 제 자신과 가족, 울산시민을 위해 이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숙고한 결과 모든 정치적 행보를 멈추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칩거에 들어가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측근에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돌발 선언에 심규명 후보 지지자와 민주당원 등 70여 명은 칩거 발표 5일 뒤 심 후보의 집 앞으로 몰려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집단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칩거 해제를 요구했다. 

적극적 선거행보 보인 임동호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19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울산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19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울산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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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호 후보의 행보는 어땠을까. 임 후보는 당시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심규명 후보가 칩거를 선언한 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시장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묘한 대조를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 "청와대, 정부, 중앙당의 많은 인맥과 민주당을 지켜온 정통성 등으로 위기에 빠진 울산 경제를 다시 세울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청와대가 임 후보에게 선거 출마 대신 자리를 제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결이 다르다. 임동호 후보의 출마선언이 심규명 후보의 칩거선언 이후에 나온 것이라 지역언론은 "민주당에서는 송철호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고문과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2명이 경선을 치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임 후보의 행보는 이후에도 적극적이었다. 2월 28일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대학교를 국립으로, 울산과학대는 4년제로 승격'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3월 8일에는 '세계적인 연구장비 및 실험기기센터 설립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한병도 전 정무수석과 임 후보가 만나 '자리 이야기'를 나눴다고 알려진 2월 23일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심규명 후보는 칩거선언 1주일 뒤인 2월 21일, 복귀 선언을 했다. 그는 복귀 일성으로 "칩거 기간 동안 적폐세력 청산을 위해 범민주 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저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힘을 합쳐 범민주세력의 단일화와 6.13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임동호·심규명 3명의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그 이후 각각 바쁜 예비후보 일정을 보내며 경선을 준비했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에서 울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심규명 위원이 울산 고래고기 사건 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에서 울산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심규명 위원이 울산 고래고기 사건 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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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 단수후보 결정에 임동호-심규명 승락

2018년 4월 2일,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 등이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경선 때 결선투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같은 날 울산시장 3명의 후보에 대한 면접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면접 하루 뒤인 4월 3일 오전 송철호 후보를 단수 후보로 결정했다.

다음날(4월 4일) 임동호·심규명 후보는 중앙당에 재심 신청을 하는 등 반발했다. 하지만 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는 재심 신청 건을 '이유 없음'으로 기각했다. 울산시장 후보는 송철호 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임동호 후보의 후보 사퇴는 재심 불발 5일 뒤 이뤄졌다. 4월 9일 임 후보는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시민의 뜻과 당의 결정에 따라 민주당 울산시장 예비후보를 사퇴하고자 한다"라며 "6.13 지방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 기반구축과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주어진 소명이 있다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심규명 후보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심규명을 버렸지만, 심규명은 민주당을 버릴 수 없다"라면서 "경선조차 치르지 못하고 하차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원칙없는 패배는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차선책으로 원칙없는 승리를 선택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임동호, 민주당 울산시당으로부터 '제명'... 심규명, 총선 준비중

임동호·심규명 두 후보 모두 송철호 단수후보 결정을 수락했다. 하지만 이후 둘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18년 6.13 지방선거 한 달 뒤인 2018년 7월 12일, 임동호 후보는 민주당 울산지역 중구위원장에서 탈락했다. 20년 가까이 총선 및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당 최고위원까지 지낸 이력이 있던 터가 그의 탈락을 두고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1년 뒤, 임동호 후보는 재기를 노리고 지난 7월 13일 '민주당, 임동호입니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총선 출마 신호탄을 쐈다. 하지만 지난 11월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책 중 정치브로커에게 3억 원을 건넨 민주당 후보가 있었다는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임 후보를 제명 조치했다. 임 후보는 민주당 중앙당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바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이 터지면서 향후 진로를 알 수 없는 상태다.

반면, 논란을 비켜간 심규명 후보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최근 같은 지역구(울산 남구갑)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송병기 부시장이 선거개입 사건에 연루돼면서 출마가 불투명해지자 여유를 찾았다는 평가도 있다.

태그:#임동호, #심규명, #송철호, #울산시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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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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