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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전 장관
 정동채 전 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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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원회(지배구조위)가 지난 5일 KT 회장 후보 37명을 심사해 9명으로 압축한 가운데,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배구조위에서 압축한 9명에 포함됐다가 회장후보추천심사위원회(후보심사위, 이사회 멤버와 동일)에서 탈락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지배구조위와 후보심사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KT의 한 이사는 지인에게 "후보심사위에서 일부 이사들이 정동채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한 자격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표결을 요구했고, 투표를 진행한 끝에 정 후보가 탈락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동채 전 장관이 KT의 공식 발표와 달리 지배구조위에서 압축한 9명의 후보에 포함됐지만 후보심사위에서 투표를 통해 정 후보를 탈락시켰다는 얘기다. 하지만 KT가 지난 12일 발표한 '9명의 후보'에는 정 후보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KT쪽은 "정동채 전 장관은 후보심사위가 아니라 지배구조위 심사에서 탈락했다"라고 반박했다. 

압축된 9명의 후보 가운데 왜 1명만 공개 안 했나?

KT는 지난 2018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 선임 절차를 변경했다. 기존에는 CEO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치는 2단계였지만, 정관을 변경해 지배구조위와 후보심사위, 이사회, 주총을 거치는 4단계로 강화한 것이다. 지배구조위에서 1차 후보군을 고르면 후보심사위에서는 그 1차 후보군을 심사해 최종 후보를 이사회에 올리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의결하는 과정를 거친다.  

KT는 황창규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말에 완료됨에 따라 그동안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먼저 내·외부 후보 공모를 별개로 진행한 결과 총 37명의 인사들이 응모했다. 37명 가운데 내부 인사는 7명, 외부인사는 30명이었다. 외부인사 30명은 헤드헌터업체에서 추천한 9명과 자체 응모한 21명을 합친 것으로 정동채 전 장관은 자체 응모자에 포함돼 있었다.

KT 이사회 산하 지배구조위는 지난 5일 이렇게 응모한 37명을 심사한 뒤 후보심사위에 올릴 후보를 9명으로 압축했다. 지난 12일 KT가 공개한 것에 따르면, 이렇게 압축된 9명의 후보에는 구현모(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이동면(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KT 사장, 박윤영 부사장(기업사업부문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사장, 표현명 롯데렌탈 사장,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포함됐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지낸 노준형 전 장관을 뺀 나머지 7명의 후보는 모두 KT 현직이나 전직 임원을 지낸 인사들이다. 구현모·이동면 사장과 박윤영 부사장은 황창규 회장 재임 시기에 각각 사장과 부사장에 올라 '황창규 사람'으로 분류되고, 최두환 전 사장은 부사장(신사업부문)과 사장, 종합기술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김태호 전 사장은 혁신기획실 실장과 상무를 지냈고, 임헌문 전 사장은 부사장(커스터머부문장) 등을 거쳤다. 표현명 전 사장은 사장(개인고객과 T&C 부문)과 회장 직무대행 등을 맡았다.

그런데 이날 KT는 9명의 후보 가운데 8명의 후보만 공개했다. 8명의 후보는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데 동의했지만 나머지 1명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KT의 설명이었다. 이름 공개를 동의하지 않았던 '나머지 1명의 후보'는 언론의 취재에 의해 윤종록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으로 밝혀졌다. 윤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과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결국 유력한 차기 회장으로 거론돼온 정동채 전 장관은 지배구조위에서 압축한 9명의 1차 후보군에도 들지 못한 채 탈락한 것이다. 정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 출신'인 윤종록 전 원장조차 포함된 1차 후보군에도 들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 거론됐던 인물이다.

"후보심사위에서 투표까지 진행해 탈락시켰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앞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 앞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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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T의 공식 발표와 달리 정동채 전 장관이 지배구조위가 압축한 9명의 후보에 포함됐지만 후보심사위에서 탈락시켰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배구조위와 후보심사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KT의 한 이사는 최근 지인에게 "일부 이사들이 후보심사위에서 정동채 후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인한 자격 논란을 다시 거론하면서 표결을 요구했다, 그래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한 결과 정 후보가 탈락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기권표들이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동채 전 장관이 지배구조위에서 압축한 9명의 1차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후보심사위에서 탈락시키고, 윤종록 전 원장을 추가해 9명의 후보를 공식 발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후보 탈락의 결정적 배경이 된 '정치자금법 위반'은 정 전 장관이 지난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을 가리킨다. 그는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지난 2010년 5월 경기도 평택시내 가로등 교체 업자들로부터 4억여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지난 2015년 3월 20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억 6196만 원'이 확정됐다.

이러한 형의 확정에 따라 정동채 전 장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집행유예 기간은 지난 2018년 3월 20일에 끝났다. 하지만 KT 정관에는 집행유예가 끝나는 날로부터 2년(2020년 3월 20일)이 지나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로 인해 사면·복권을 받지 못한 정 전 장관의 자격문제가 불거지자, 정 전 장관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법률자문를 받아 KT쪽에 제출했다.

KT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36기와 제37기 정기주주총회는 각각 2018년 3월 23일과 2019년 3월 29일에 열렸다. 이보다 앞선 제34기와 제35기 정기주주총회도 각각 2016년 3월 25일과 2017년 3월 24일에 열렸다.

정 전 장관 측은 이러한 주주총회 날짜들 등을 근거로 "차기 회장은 내년 3월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취임하기 때문에 정 전 장관은 KT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자격요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라고 주장해왔다.

이강철 지배구조위원 "후보에 넣으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반대..."

정 전 장관이 지배구조위에서 압축한 9명의 후보에 포함됐다가 후보심사위에서 탈락했다는 주장과 관련, 김대유 KT 지배구조위원장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회장 인선과 관련된 것은 김종구 이사회 의장(후보심사위원장)이 맡고 있으니 거기에 문의하라"라고 답했다.

같은 날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강철 KT 지배구조위원은 "정동채 전 장관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KT 정관에는 집행유예가 끝나고 2년이 경과해야 자격이 있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그 2년이 끝나는 게 내년 3월 20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강철 위원은 "그런데 주주총회를 3월 중순에 할지 말에 할지 어떻게 알겠나?"라며 "정동채 전 장관이 문제가 없다는 확인서를 써서 제출했는데도 문제가 됐다, 나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차원에서 (1차) 후보에 넣으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사들)이 반대하는데 내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우리도 (자격문제와 관련해) 법률 의뢰를 했고, 정동채 전 장관도 법률 의뢰를 받아서 제출한 것은 맞다"라며 "그런데 우리가 의뢰한 법률 해석에서는 자격 미달로 나왔다. 우리가 의뢰한 걸로 (판단)해야지 어쩌겠나?"라고 덧붙였다.

황창규 회장과 함께 삼성에서 근무했던 윤종진 KT 부사장도 "정동채 전 장관은 정치자금법 위반건 때문에 자격요건이 안돼서 처음(지배구조위)부터 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안다"라며 "(우리가) 여러 로펌에 후보 자격 적절성을 문의해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윤 부사장은 "지배구조위에서 (정동채 전 장관의 자격문제를) 많이 얘기했다"라며 "(지배구조위원들이) 정동채 전 장관을 후보로 추천하면 나중에 법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래서 아쉽지만 안되는 걸로 결정났다"라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지배구조위에는 정동채 전 장관과 가까운 이강철 위원도 있지 않나?"라며 "정 전 장관을 잘 아는 KT 이사가 직접 전화해서 '자격요건에 미달해서 후보로 추천할 수 없게됐다'고 양해를 구했다"라고 전했다.

윤 부사장은 "정동채 전 장관 쪽에서는 시효가 지나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라며 "주주총회를 3월 초에 열지 3월 중순이나 3월 말에 열지 어떻게 알겠나?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을 두고 (후보자격을) 판단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 측 "후보심사위에서 자격 두고 표결했다면 규정 위반"

하지만 정동채 전 장관 측의 한 관계자는 "KT 이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정치자금법 위반은 지배구조위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문제가 없는 걸로 판단해서 정 전 장관이 9명의 후보에 포함됐다"라며 "지배구조위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후보심사위에서 다시 논의해 후보에서 제외한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위에서 9명의 1차 후보군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6일 <지디넷코리아>도 "김대유 위원장은 공모 과정에서 논란이 된 KT정관의 후보자 자격과 관련해서도 결격사유가 아니라 적합성을 가리는 지표라고 선을 그었다"라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공모 과정의 논란'은 앞서 언급한 정동채 전 장관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을 가리킨다.

이 관계자는 "후보심사위에서 정 전 장관 자격문제를 두고 표결했다면 이는 지배구조위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표결이 결정된 주요 안건은 이사 선임의 자격기준이었으나 이사 선임 자격기준은 지배구조위의 권한이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KT 지배구조위 규정(제4조)을 보면 지배구조위가 심의 또는 의결할 수 있는 사항으로 '회장 승계계획 및 사내·외 회장후보자군 조사 및 구성, 이사회가 정하는 바에 따른 회장 후보 심사대상자들 선정'과 '이사선임 자격기준' 등이 규정돼 있다.

이 관계자는 "혹여 이사의 자격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이후 (후보심사위의) 심사과정에서 탈락시키면 되는데, 사전에 절차를 위반했다는 의심을 사면서까지 정 전 장관을 제외시킨 것은 현 정부 인사를 고의적으로 베제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라고 주장했다.

태그:#정동채, #KT 회장, #황창규, #김대유, #이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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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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