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휴식기를 앞둔 마지막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7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9, 25-23)으로 승리했다. 지난 16일 국가대표가 소집되면서 이재영, 김해란, 이주아 등 주전 3명이 빠져 고전이 예상됐던 흥국생명은 기업은행을 완파하고 3연승을 달리며 2위로 뛰어 올랐다(9승6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37.80%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20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루키 박현주도 7득점을 보태며 전반기 마지막 경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이날은 박현주, 김나희 등 대표팀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운 대체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는데 그 중에서도 이재영 만큼이나 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김해란 리베로의 자리를 메운 신연경 리베로의 활약이 돋보였다.

무릎 부상 극복 후 수비 전문 윙스파이커로 주전 차지한 신연경
 
 두 번의 무릎 수술을 받기 전까지 신연경은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전문 윙스파이커 중 한 명이었다.

두 번의 무릎 수술을 받기 전까지 신연경은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전문 윙스파이커 중 한 명이었다. ⓒ 한국배구연맹

 
경해여중 시절부터 공수를 겸비한 유망주로 주목을 받던 신연경은 선명여고 진학 후 곧바로 주전으로 출전하며 청소년 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그 재능을 인정 받았다. 3학년 때는 팀의 주장을 맡으며 여고부 최고 선수의 자리를 두고 경쟁했는데 당시 신연경의 라이벌로 꼽히던 선수가 바로 현재 GS칼텍스 KIXX의 간판스타가 된 근영여고의 이소영이었다.

또래 중 단연 돋보이는 기량을 자랑하던 신연경과 이소영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나란히 유력한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GS칼텍스는 공격력에서 다소 앞선 이소영을 선택했고 신연경은 전체 3순위로 기업은행에 지명됐다. 신연경은 루키 시즌부터 선명여고 선배 채선아(KGC인삼공사)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기업은행의 첫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신연경은 2013-2014 시즌에도 기업은행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일부 팬들은 공격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던 채선아 대신 파이팅이 좋고 강한 서브를 갖춘 신연경을 중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신연경은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신연경과 기업은행의 인연은 단 두 시즌으로 마무리됐다. 2014년 기업은행이 FA 세터 김사니를 영입하면서 흥국생명에서 보상 선수로 신연경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2014년 흥국생명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미희 감독은 해설위원 시절부터 신연경의 탄탄한 기본기와 넘치는 투지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신연경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하지만 신연경은 이적 첫 시즌 컵대회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신연경은 부상 후유증이 남아 있던 2015-2016 시즌에도 공윤희, 이한비와 출전시간이 나눠지면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연경은 흥국생명이 타비 러브와 이재영으로 이어지는 쌍포를 구축한 2016-2017 시즌 수비와 서브리시브를 책임지는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다. 비록 공격 시도 자체가 현저하게 줄어 들면서 득점은 82점에 불과했지만 세트당 0.23개의 서브득점과 42.19%의 리시브 효율로 흥국생명의 정규 시즌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그렇게 신연경은 한국로도공사 하이패스의 문정원처럼 여자부를 대표하는 수비전문 윙스파이커로 자리 잡았다.

리베로 변신 후 김해란 빈자리 메우며 기대 이상의 활약
 
 신연경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로 김해란 리베로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신연경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안정적인 수비로 김해란 리베로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흥국생명은 2017-2018 시즌 외국인 선수 테일러 쿡의 부상과 조기 교체로 인해 공격력이 크게 떨어졌다. 박미희 감독은 부족한 팀 공격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신연경 대신 이한비와 공윤희를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연경은 1월 14일 기업은행전을 끝으로 또 다시 무릎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사실상 공격수로서 경쟁력을 완전히 잃게 된 것이다.

정규 시즌 우승에서 곧바로 꼴찌로 추락한 흥국생명은 작년 FA시장에서 신연경과 포지션이 겹치는 윙스파이커 김미연을 영입했다.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이재영과 베레니카 톰시아, 김미연으로 구성된 이상적인 삼각편대를 구축했고 상대적으로 신연경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렸지만 두 번의 무릎수술로 운동능력을 잃은 신연경은 흥국생명의 우승에 거의 힘을 보태지 못했다.

신연경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박미희 감독의 권유에 따라 9월 컵대회부터 리베로로 변신했다. 하지만 V리그 개막 후에는 김해란 리베로가 복귀하면서 신연경은 김미연의 리시브가 흔들릴 때 후위 대수비로 들어가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16일 김해란 리베로가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팀 전력에 구멍이 생겼고 박미희 감독은 17일 기업은행전에서 도수빈 리베로 대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신연경을 주전 리베로로 투입시켰다.

이날 김미연과 함께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책임진 신연경 리베로는 44.44%의 준수한 리시브 효율과 함께 세 세트 동안 무려 23개의 디그를 성공시키며 세트당 7.67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물론 코트 위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주는 안정감은 아직 김해란 리베로와 비교하기 힘들지만 기록만 놓고 보면 결코 김해란 리베로(시즌 리시브 효율 33.45%, 디그 세트당6.23개)에게 뒤지지 않았다. 

내년 1월 중순 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예선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면 신연경은 다시 김해란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하지만 V리그에는 임명옥(도로공사)이나 오지영(인삼공사)처럼 성공한 공격수 출신 리베로들이 적지 않다. 30대 후반을 향하고 있는 김해란 리베로가 남자부의 여오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처럼 40대 중반까지 선수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신연경도 얼마든지 '성공한 공격수 출신 리베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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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신연경 리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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