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와일드카드가 도입된 지 올해로 5년이 됐지만 와일드카드 제도는 여전히 야구 팬들의 주요 논쟁거리다. 사실 '10개 구단 체제에서 5위 팀까지 가을야구 티켓을 주면 리그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반대파(?)들의 주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제도로 인해 시즌 후반기 중위권 순위 싸움에 흥미를 더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와일드카드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 위즈의 2파전이다. NC와 kt는 2일 현재 1경기 차이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반면, 5위 NC를 중심으로 4, 7위 팀과의 격차는 제법 크게 벌어져 있다. 실제로 4위 LG 트윈스와 5위 NC는 5경기 차이로 벌어져 있고 5위 NC와 7위 KIA 타이거즈는 무려 8경기 차이가 난다. 따라서 NC와 kt를 제외한 나머지 팀이 5위 자리에 오를 확률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NC가 20경기, kt가 17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양 팀의 전력은 사실상 모두 드러나 있다. 따라서 실수가 적고 시즌 끝까지 자신들의 야구를 펼치는 팀이 가을야구의 막차 티켓을 거머쥘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양 팀은 막판 질주가 필요한 시점에서 한 가지씩 큰 불안요소가 있다.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선수들이 후반기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 스몰린스키의 7월 대활약은 '신기루' 였나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경기. 1회 말 kt 선발 김민이 역투하고 있다. 2019.8.27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경기. 1회 말 kt 선발 김민이 역투하고 있다. 2019.8.27 ⓒ 연합뉴스

 
FA시장에서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영입한 NC는 외국인 타자로 1루수와 외야수,포수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를 데려왔다. 4월까지 홈런 5개를 치며 자비어 스크럭스가 떠난 NC의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를 잡는 듯 했던 베탄코트는 5월부터 타격감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6월 들어 11경기에서 무홈런1타점으로 부진하자 NC는 과감하게 교체의 칼을 뽑아 들었다.

NC가 베탄코트의 대체 선수로 낙점한 선수는 템파베이 레이스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외야수 제이크 스몰린스키였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활약한 스몰린스키는 빅리그 5년 동안 타율 .235 16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거물급 선수는 아니지만 빅리그에서 활약한 234경기 중 207경기를 외야수로 출전했다. 그만큼 외야 수비에 익숙한 데다가 마이너리그에서는 충분히 검증된 레벨의 선수였다.

7월 1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KBO리그에 데뷔한 스몰린스키는 7월에 열린 12경기에서 타율 .326 1홈런 8타점 11득점이라는 뛰어난 기록하며 한국 무대에서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특히 7월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는 15타수 9안타(타율 .600) 1홈런 6타점 4득점을 몰아치며 NC 팬들을 들뜨게 했다. 스몰린스키는 NC의 대체 외국인 선수 최고 성공사례였던 재크 스튜어트의 '타자 버전'을 보는 듯 했다.

하지만 스몰린스키의 상승세는 8월이 되면서 차갑게 식어 버렸다. 스몰린스키는 8월에 열린 24경기에서 타율 .189(90타수 17안타) 3홈런 16타점 12득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3할을 상회하던 시즌 타율은 .230까지 뚝 떨어졌고 그렇다고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타석에서 위압감을 뽐내지도 못하고 있다. 꾸준히 4번 타순을 책임지던 스몰린스키는 양의지가 부상에서 돌아온 후 타순이 7번까지 내려 갔다.

NC는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와 연골판 부분 파열 진단을 받은 간판타자 나성범이 일찌감치 시즌 아웃돼 가을야구에 진출하더라도 출전이 불가능하다. 나성범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타자 스몰린스키마저 중심타선에서 힘을 보태지 못한다면 NC 중심타선의 위력은 더욱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심타선이 약해진 NC는 가을야구 경쟁에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김민의 후반기 부진 이어지면 kt의 가을야구도 힘들어진다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경기. 2회 말 2사 1·3루 상황 NC 3번 스몰린스키가 집중하고 있다. 2019.8.27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t 위즈 경기. 2회 말 2사 1·3루 상황 NC 3번 스몰린스키가 집중하고 있다. 2019.8.27 ⓒ 연합뉴스

 
작년까지 프로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무명 투수 배제성이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8승을 따낼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더스틴 니퍼트와 라이언 피어밴드라는 검증된 외국인 듀오를 포기하고 데려 온 라울 알칸타라와 윌리엄 쿠에바스가 정규 시즌 17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23승을 합작해 줄 거라 전망한 야구팬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셋업맨 주권과 마무리 이대은의 활약과 함께 올해 kt 마운드의 활약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투수들의 뛰어난 활약 속에서 이 선수의 성장은 이강철 감독과 kt 팬들이 생각했던 속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년 3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우완 유망주 김민이 그 주인공이다. 김민은 프로 입단 첫 해였던 작년 9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5.06을 기록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뽐냈다. 이강철 감독 역시 김민을 올 시즌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반기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기 19경기에 선발 등판한 김민은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포함해 6승 7패 ERA 4.57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경기당 평균 5.8이닝을 소화하면서 kt가 그토록 기다려 온 '토종 이닝이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선발투수 이대은'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던 kt의 전반기 토종 에이스는 단연 프로 2년 차 김민이었다.

하지만 전반기 나이답지 않은 안정된 구위를 뽐내던 김민은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만 20세의 나이 어린 '풋내기 유망주'로 돌아가 버렸다. 후반기 6경기에 등판한 김민은 29.1이닝 동안 무려 24점을 내주며 4패 ERA 7.36으로 큰 부진에 빠졌다. 후반기엔 승리는 물론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적도 없고 최근 4경기에선 연속으로 5회 이전에 조기 강판됐다. 전반기 .278였던 김민의 피안타율은 후반기 .360까지 치솟았다.

139.2이닝을 소화한 김민은 후반기 부진과 별개로 올 시즌 토종 투수 중에서 5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최대 2경기가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몰라도 kt가 준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간다면 김민은 선발투수로 활약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 전에 kt가 1군 참가 5년 만에 창단 첫 가을야구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구가 돋보이던 '무서운 2년 차' 김민이 반드시 전반기의 구위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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