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9월 추석 시즌만 되면 찾아오는 작품이 있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는 첫 번째 작품의 성공 이후 총 4편의 시리즈 중 3편까지 영화화 작업이 이뤄졌다. 기존 '화투'에서 '포커'로 종목을 바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재미를 더했던 허영만 화백의 원작을 재현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공개된 작품은 특유의 스피드와 유머를 살리면서 <타짜> 시리즈가 지닌 성인 오락영화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전 작품들이 화투를 주제로 한 만큼 현재보다 과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 반면 이번 작품은 현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고시생 도일출(박정민 분)은 학원이 아닌 도박장에서 날아다니는 포커의 고수이다. 홀로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를 속이고 포커로 돈을 따던 일출은 우연히 마돈나(최유화 분)라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에게 마음을 품게 된 일출은 그 곁에 있는 이상무(윤제문 분)에게 알 수 없는 질투와 분노를 품게 되고, 우연한 사고를 기점으로 포커 대결을 펼치게 된다.
  
고시에 매달리다 포커에 눈 뜬 일출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처음 참패를 경험하고 빚까지 지게 된 일출. 그런 일출 앞에 '타짜' 애꾸(류승범 분)가 나타난다. 일출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 이 바닥에서 떠나라고 말하는 애꾸. 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일출은 타짜가 아닌 사기꾼이 되겠다며 애꾸 옆에 남는다. 이에 애꾸는 팀을 꾸려 큰 한 탕을 노린다. 작품은 일출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대한민국 젊은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조명하며 원작이 지닌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시리즈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청불 오락영화의 매력을 선사한다.
 
태어난 신분이 '금수저'라 인생을 편하게 살아가는 이들과 달리, 고시생인 일출은 오직 고시에만 매달리는 신세이다. 그는 자신의 신세를 역전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도박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출의 모습은 힘겨운 입시를 이겨냈으나 대학 졸업 후 꿈이 공무원인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런 현대적인 감각으로 '타짜'의 이야기를 새로 쓴 이번 작품은 세 가지 측면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첫 번째는 캐릭터 조합이다. <타짜>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각자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벌이는 데 있다. 이번 작품은 애꾸를 중심으로 주연 인물들이 뭉쳐 이야기를 진행하는 만큼 각자의 캐릭터가 지닌 매력이 선명하다. 마돈나에 대한 순정과 타오르는 타짜 본능을 지닌 도일출은 물론 편안함 속에 철저함을 지닌 애꾸, 숨겨진 고수 권원장(권해효 분), 셔플의 제왕 까치(이광수 분), 연기력의 고수 영미(임지연 분)는 인상적인 앙상블을 선보인다.
 
특히 까치와 영미가 적재적소에 펼치는 코믹연기의 합은 무거운 작품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윤활유 역할을 해낸다. 여기에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마돈나, 허술한 졸부로 보이지만 잔혹한 면을 지닌 물영감, 초반 일출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이상무는 극의 리듬감을 다채롭게 만들며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캐릭터 열전은 상영시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도박판 위의 수 싸움에 이어 인물간 두뇌싸움도 묘미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이다. 종목은 달라졌어도 도박이라는 소재는 같고 도박판의 내기가 이야기를 전환시키는 주요 소재가 되는 만큼 인물 간의 심리전이 긴장감을 주도한다. 특히 도일출의 시점에서 포커 판을 예측하고 전개하면서 도박판 위에서 장면이 아닌 내면이 심리에 집중, 더 게임에 깊게 빠져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여기에 작품 속 대사인 '도박판에서는 모두가 내 편이어야 이길 수 있다'는 대사는 작품 진행 내내 심리전을 높인다.
 
과연 '선수'인 작품 속 인물들이 모두 일출과 같은 편일까, 아니면 누군가 배신을 하는 걸까 하는 의심은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두뇌싸움을 유도해낸다. 이런 심리전은 포커판 위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드라마에서도 펼쳐지며 관계가 주는 재미에 쫄깃함을 더한다. 특히 미지의 존재 마돈나를 향한 일출의 순정은 과연 그 마음이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상처를 받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타짜: 원 아이드 잭>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세 번째는 상업영화가 주는 오락성이다. <타짜>가 원작을 시리즈로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이 지닌 오락성을 스크린에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 있다.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성인 만화라는 점에서 최대한 타협을 보며 원작의 매력을 살리되 영화가 줄 수 있는 오락성을 갖추는 게 중요한 작업이었다. 이 작업에 성공하면서 시리즈의 영화화가 이어진 <타짜>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 특유의 매력을 보여준다.
 
일출 일당이 큰 판을 준비하며 펼쳐지는 코믹함은 물론 이 과정이 과연 성공할지에 대한 긴장감이 유지된다. 여기에 어두운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액션과 과하지 않은 정사 장면은 시리즈가 이어온 성인 오락물의 역사를 재현한다. 이전 시리즈의 감독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권오광 감독의 말처럼 시리즈 특유의 노하우가 매니아층을 열광시킬 매력을 이번에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타짜>와 너무 가벼워진 리듬감으로 약간의 실망감을 주었던 <타짜-신의 손>의 부담감을 안고 있었음에도 이를 이겨내는 힘을 보여준다. 스피디한 전개와 묵직한 드라마, 여전한 오락성을 선보이며 시리즈의 역사를 이어간다. 올 추석 성인관객들을 위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즐거운 추석 연휴를 위해 선택을 걸 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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