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경기에 관한 비판이 주말이 지나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가득 관중이 모였지만 경기에 나서기로 알려졌던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았고,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의 공식 입장문과 함께 대표 로빈장이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호날두 미출전과 행사 지연 등에 대한 진실이 조금씩 더 드러나고 있다.
 
잘못한 건 유벤투스, 그러나 미숙한 진행도 한몫
 
대표 로빈 장의 인터뷰와 더페스타의 성명문을 보면, 호날두 미출전에 대해 분명 유벤투스의 잘못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호날두 45분 출장'이라는 조항이 경기 계약사항에 명시돼 있음에도 당시 호날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워밍업도, 팬미팅도, 인사말이나 경기 후 인터뷰도 하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90분간 전광판에만 얼굴을 비춘 뒤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더페스타 측에 관한 문제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우선, 유벤투스의 시간 지연에도 주최사의 대책 마련이 없었다는 점이 지적된다. 유벤투스 팀의 경기장 정시 도착이라는 플랜A는 있었지만, 유벤투스가 만약 늦게 한국에 들어올 경우나 경기장에 늦게 도착할 경우에 대한 플랜B가 없었다.

결국 경기 전에 열리기로 했던 유벤투스 선수단의 팬 사인회는 축소 진행됐고, 팬 사인회에 참여하기로 했던 호날두는 불참했다. 여기에 경기 시간도 지연됐고, 기존 예정시각인 오후 8시에서 54분이나 지난 뒤에나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시작을 기다린 팬들 26일 열린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경기는 만원관중이 자리잡고도 1시간이나 지연된 후에 경기가 열렸다. 6만 5천명의 관중들은 무더위에 자리에서 기다림을 감수해야했다.

▲ 경기시작을 기다린 팬들 26일 열린 유벤투스와 팀K리그의 경기는 만원관중이 자리잡고도 1시간이나 지연된 후에 경기가 열렸다. 6만 5천명의 관중들은 무더위에 자리에서 기다림을 감수해야했다. ⓒ 이종석

  
호날두의 결장에 대해 더페스타의 대표 로빈장은 경기 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날두 미출전에 대해 후반전 10분경에 알게 됐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해명으로 들리기보다는 주최사가 이런 큰 이벤트를 준비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만 더하는 대목일 뿐이었다. 비록 공식대회가 아니라 친선경기였지만, 팀의 주요 선수가 경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유벤투스 측에 지급할 금액을 줄이는 식의 조항을 넣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호날두 미출전에 대해 후반전 10분경 알게 됐다"는 말은 이날 호날두가 벤치에만 앉아 있었던 걸 돌아보면 해명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경기 전 워밍업을 안 하고 경기에 뛰는 선수는 없다. 이날 호날두는 경기 전 워밍업을 하지 않았다. 만약 후반전 출전 예정이라서 피로감 해소를 위해 경기전 워밍업을 안 했어도 전반전 동안에라도 몸을 풀어야 하지만 벤치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호날두를 보고도 주최사는 문제를 눈치 채지 못했다.

결국 주최사는 호날두 미출전에 대해 미리 예방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경기 전까지 '45분 출전' 계약 조항만을 이유로 '호날두가 경기에 나설 것'이라는 식으로 홍보가 진행됐다. 이에 팬들은 티켓 구매 당시부터 경기장 안에서까지 호날두만을 기다렸고, 아무런 말 없이 출국한 호날두에 끝내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경기 홍보는 호날두로... 정작 안 나온 호날두에 대한 책임은 누가?

  
머리만 만지러 온 호날두 2019년 7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경기 시작전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다.

▲ 머리만 만지러 온 호날두 2019년 7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경기 시작전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경기의 주인공은 사실상 호날두였다. 슈퍼스타 호날두를 보기 위해 많은 관중이 유벤투스 팬이 아니어도 경기장을 찾았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 대한 홍보 측면에서도 '호날두 45분 의무 출전'으로 모든 관심을 집중시켰다. 사실상 세계적인 구단 유벤투스의 방문보다 '축구스타' 호날두에 관심이 집중된 셈이었다.

그 결과 경기 주최사는 비싼 가격에 티켓 가격을 선정할 수 있었고, 팬들은 기꺼이 호날두를 보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티켓은 금방 매진됐고, 호날두와 K리그 선수들의 맞대결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경기 당일 호날두는 출전하지 않았고, 경기 후 '대국민 사기극', '노쇼' 논란으로 사태가 번졌다.
 
이번 경기에서 베테랑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은 레전드의 품격을 보여주며, 경기가 끝나가도 경기장에서 한국팬들을 향해 박수를 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하며 네덜란드 수비의 핵심으로 떠오른 젊은 수비수 데 리흐트도 풀타임 출전하며 최선을 다했다. 후반에 투입된 마투이디, 라비오 등은 1-3으로 유벤투스가 뒤지던 경기를 뒤집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결국 3-3 스코어 동점을 만들며 멋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호날두라는 슈퍼스타 앞에 이 세계적인 선수들도 들러리가 되고 말았다.
 
유벤투스 선수뿐 아니라 열심히 경기에 임한 팀K리그 선수들, 목청껏 응원해준 팬들 모두 씁쓸하게도 들러리 신세가 됐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호날두의 결장으로 경기 내용보다 호날두 논란이 더 화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애초에 경기 홍보를 '호날두 출전'으로 했다는 것이다. 호날두가 출전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경기를 홍보했고, 정작 경기에 호날두가 안 나왔기에 그 책임은 더페스타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한국일보>의 단독 기사 <로빈 장 "배상은 연맹 책임" 떠넘기기..연맹 "호날두 출전조항 있었기에 계약">에 따르면, 연맹과 주최사 사이에서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대표 로빈장은 연맹이 '호날두 45분 출전조항'을 유출해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연맹은 더페스타에 위약금 책임이 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다만 명백한 것은 홍보는 연맹이 했더라도 티켓으로 이익을 취하고, 티켓 가격설정·광고를 한 쪽은 더페스타라는 점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주최사가 어느 정도 이상은 분명히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박사이트 광고 노출', '에스코트 키즈 돈 요구' 논란까지
 
더페스타는 계약 불이행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태의 책임자이다. 책임자가 맡은 일을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와 다른 차원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경기장 내에 광고판에서 도박사이트 광고가 노출됐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번 경기는 KBS라는 공영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 생중계됐다. 그런데 광고판에 떡하니 등장한 것은 해외 도박사이트 홍보 광고였다. 경기 내내 선수들이 누비는 그라운드 주변에 버젓이 도박사이트가 홍보되고 있었던 셈이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관람하는 공중파 경기 중계에서, 명백히 불법으로 규정된 사설 스포츠 베팅 사이트의 광고를 내보낸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다.
 
또한 경기 직후에 축구선수 출신 송종국은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더페스타가 에스코트 키즈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을 해 파문이 일었다. 송종국은 유튜브 영상에서 "호날두 손을 잡고 들어가는 에스코트 키즈에 2000만 원이 책정됐다"라며 "이 금액은 주최 측에 내야 하는 돈인데 동심을 깨버렸다"고 주장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래의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에스코트 키즈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을 지점이 된다.
 
송종국의 주장에 대해 경기 마케팅 대행업체 측에서는 "하프타임에 진행했던 어린이 축구 행사 비용은 우리가 책임졌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마케팅 업체는 "공식 스폰서에서 추천한 어린이들을 포함해도 숫자가 맞지 않아 유소년 축구 교실에 에스코트 키즈를 의뢰"했다고 밝히면서 해당 아동들이 부모와 함께 경기 티켓을 구매해 관람했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경기 주최사였던 더페스타 대표는 MBN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벤투스 측에서 조만간 한국을 다시 방문해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벤투스 측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느꼈다는 얘기인데, 만약 유벤투스의 사과 방문이 성사된다고 해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단순히 유벤투스의 사과 방문으로 사태가 진정될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포함해 많은 축구팬들은 경기를 뛰는 호날두, 팬들과 함께 하는 호날두를 원했지만 그걸 보지 못했다. 이 사실은 구단의 사과로도 달라지지 않는다. 과연 유벤투스의 사과 혹은 호날두의 사과가 나올지, 사과로 상처 입은 축구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만족시킬 수 있을지, 경기 주최사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계속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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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스타 팀K리그 유벤투스 호날두 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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