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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대테러청 홈페이지.
 헝가리 대테러청 홈페이지.
ⓒ T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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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비극적인 사고 후 지금까지 10구의 유해를 발견했으나, (헝가리) 대테러청 지휘 하의 구조/수색작업은 지난 며칠부터 정체되기 시작했고 혼란스럽다. 현 정부가 대테러청과 이 분야에 경험이 전무한 야노시 허이두 청장에게 한국인 관광객들과 헝가리 직원의 유해를 찾는 일을 맡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5일 헝가리인 콜라(Kollár)씨가 쓴 '왜 대테러청과 야노시 허이두 청장이 이 인양작업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 중 일부다. 콜라씨는 헝가리 소셜 미디어계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평가받는다.

"왜 대테러청이?" 헝가리 오피니언 리더의 문제제기

지난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침몰한 허블레아니 유람선 인양작업을 총괄하는 현지 정부기관은 'TEK'이라 불리는 '대테러청'이다. 테러라고 하기엔 어려운 사고인데 대테러청이 이번 작업을 맡은 것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이 글은 'NEM'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왔다. NEM은 'Nemzeti Engedetlenségi Mozgalom(National Disobedience Movement)'의 약자로 '전국불복종운동'라는 의미다.

소개글에서 NEM은 "우리는 비록 비인간적인 조건에 살고 있지만, 인간성을 잃지 말자!" "우리가 변화를 원한다면 민주세력이 함께 연대해야한다." "정보를 얻어라!" "모든 민주주의의 토론의 장에 당신의 의견을 개진하라!" "시민사회단체와 민주적인 정당에 가입하라!"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NEM이 적극적이고 개혁적 성향의 헝가리 시민의 모임임을 추측할 수 있는데 회원수는 7천3백여명 정도다.

 
헝가리 대테러청에 대한 콜라씨의 글.
 헝가리 대테러청에 대한 콜라씨의 글.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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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씨는 이어진 글에서 "2010년 두 번째로 연임한 오르반 정권 하 내무부 아래로 창립된 대테러청의 설립 취지는 국가의 최고지도자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포함, 급격하게 폭력성을 보이는 조직범죄와 국내/해외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적/물적/재정적 자원을 좀더 효과적이고 집중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 대테러청장에 이어 지금도 대테러청장을 맡고있는 야노시 허이두 경찰청장은 과거 7년간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경호를 총괄하는 동시에 그가 속한 피데스(Fidesz)당의 보안 책임자(security director)였다"고 말했다.

더불어 콜라씨는 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 호를 목적지였던 독일 파사우로 계속 항해하게 하고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승무원을 구속하지 않은 헝가리 당국의 조치도 비판했다.
 
야셴스키 난도르 대테러청 대국민 대변인이 지난 6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섬 인근에 마련된 우리측 CP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야셴스키 난도르 대테러청 대국민 대변인이 지난 6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섬 인근에 마련된 우리측 CP 앞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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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주장에는 동조하는 댓글이 많이 보였다. 주로 재난 구호가 대테러청의 주요 업무가 아니라거나 대테러청이 주요 사안에 개입하려 든다는 주장이었다.

"재난구호 및 구조단체의 성격과 전혀 무관한 대테러청에 이 임무를 맡기다니. 필요 여부와 무관하게 대테러청이 모든 일을 다 하는 것은 (집권세력이 의도한) 심리전의 일부일 뿐." - 티보(Tibor)

"현재 병원의 의료진이 부족한 것처럼, 곧 소방관도 존재하지 않을 것같다. 오르반 총리는 대테러청을 모든 구멍에 넣는다. 정직한 시민이라면 대테러청 소속 직원이 병원에서 수술을 한다고 해도 놀라면 안 된다. 죽을 수도 있다고? 그래서 뭐. 어차피 정부는 신경도 안 쓸 텐데." - 사샬미(Sashalmi)


"대테러청은 고성능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효율적이다. 그걸로 은퇴한 노인들이나 닭을 훔치는 도둑들이나 공격할 수 있으려나"라는 지적도 있었다. 반면 사고 수습을 빨리 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현실론'도 있다.

"왜 대테러청이 수색/인양작업을 맡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비논리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고 희생자들의 유해수습과 신원확인이 최대한 빨리 진행되어 가족들이 이들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 기젤라(Gizella):

하지만 이런 논쟁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건 뭐야? 농담하나? 고인을 경건하게 기억하는 방법이 아니다. 고인과 가족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 - 졸탄(Zoltán)

기자가 현지 시민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대테러청이 아닌 군인들이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타당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난민 탄압, 집회 진압... 시민들 인식 곱지 않은 대테러청 

이같은 논란은 대테러청의 비대화 우려 등 현 헝가리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보여준다.

몇 년 전 헝가리 국경에 난민들이 몰렸을 때, 헝가리 정부와 대테러청은 난민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호주 출신 사진작가인 워런씨는 대테러청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과거 국경에서 난민 지원 활동을 할 때 그들에게 맞기도 했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하지만 졸탄씨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지 않기 때문에 대테러청이 이 일을 맡는 것이 괜찮다고 여긴다"고 비판을 일축했다. 졸탄씨는 자신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재난 현장을 직접 취재한, 중도 성향의 기자라고 소개했다.

"좋은 지적이긴 하나 슬프게도 헝가리 국내에는 이런 스케일의 업무를 해낼 수 있는 구조단체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기관/단체는 잠수사들을 위한 숙식제공이나 선박주문 같은 일을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대테러청이 이 일을 맡은 것은 괜찮다고 여긴다."

그는 또 "대테러청은 실제로 구조/수색 등 실무를 하지는 않고, 전문가들을 적당한 곳에 배치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조 및 수색작업이 혼란스럽다고 여기지 않는다. 아이티 지진, 알프스 산 터널 화재, 오스트리아의 탄광 붕괴 사고 등 많은 사고현장을 취재했으나, 그때도 상황이 딱히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태그:#헝가리유람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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