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벨기에를 제물로 올해 국제대회 첫 승을 따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8일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2주차 1차전에서 벨기에를 세트스코어 3-0(25-15, 25-17, 25-21)으로 제압했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후 공식전 첫 승이었다. 1주차 3경기에서 전패를 기록했던 한국은 벨기에를 상대로 대회 첫 승을 따내며 2주차 일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한국은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 김희진이 18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했고 왼쪽 날개에 배치된 강소휘와 표승주도 23득점을 합작했다. 프로에서 첫 시즌을 보낸 대형 신인 박은진과 이주아도 각각 속공과 서브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케 했다. 한국은 29일 태국과 2주차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다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의 주전세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다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의 주전세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국제배구연맹

 
1주차 3전 전패, 불가리아-일본 잡은 벨기에와 2주차 첫 경기

긴 V리그 일정을 끝낸 여자배구 대표팀의 상황은 썩 좋지 못하다. V리그 통합 MVP 이재영을 비롯해 박정아와 양효진, 배유나, 김해란, 이소영 같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터키리그 일정을 마친 주장 김연경 역시 3주차부터 합류할 예정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VNL에서 성적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팀의 방향을 찾는 쪽으로 대회를 치를 계획을 세웠다.

1주차에서 터키, 세르비아, 네덜란드로 이어지는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만난 한국은 3경기에서 전패를 당했다. 지난 22일 세계랭킹 1위 세르비아를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며 선전했지만 김연경과 양효진이 빠진 상태에서 높이의 열세는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이번 대회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는 이다영 세터를 비롯해 이주아, 강소휘 등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1주차의 소득이었다.

2주차의 첫 상대는 세계랭킹 19위 벨기에. 세계랭킹 9위의 한국과는 10계단이나 차이 나지만 벨기에의 실제 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벨기에는 이번 대회 1주차에서도 미국에 0-3으로 패한 후 불가리아와 일본을 연파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주공격수 브리트 헤르보츠는 1주차 3경기에서 55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6위에 올랐다. 게다가 한국은 작년 VNL 대회에서도 벨기에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불가리아에서 마카오로 긴 여행을 한 탓일까. 벨기에 선수들은 1주차와 비교해 몸이 많이 무거웠고 익숙한 아시아로 돌아온 한국은 이를 십분 활용해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벨기에의 수비수 사이를 노리는 과감한 서브로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경기 분위기를 이끌었다. 양 날개와 중앙을 적절히 활용한 이다영 세터의 과감한 경기운영과 토스워크도 매우 돋보였다.

라바리니 감독을 기쁘게 한 김희진의 부활과 막내들의 성장

라바리니 감독을 가장 기쁘게 한 선수는 바로 1주차의 부진을 털어낸 김희진이다. 김연경이 없는 상황에서 주공격수라는 큰 짐을 짊어진 김희진은 1주차 3경기에서 34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벨기에전에서 경쾌한 움직임을 되찾은 김희진은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18득점을 올리며 13득점에 그친 벨기에의 간판 공격수 헤르보츠와의 주공격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프로에서 첫 시즌을 보낸 박은진과 이주아가 실전 경험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박은진은 벨기에전에서 55.6%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고 이주아는 과감하면서도 날카로운 서브로 3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양효진, 배유나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불혹을 앞둔 정대영까지 대표팀에 복귀한 여자배구에서 두 신예 센터의 성장은 배구팬들을 미소 짓게 하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배구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김연경이 없는 상태에서 유럽팀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면서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끌어 올린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한국 여자배구는 오랜 기간 '김연경 원맨팀'이라 불리면서도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비완전체' 대표팀이 유럽팀을 싱대로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 여자배구는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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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VNL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김희진 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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