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시아 뉴욕 양키스의 사바시아

▲ 사바시아 뉴욕 양키스의 사바시아 ⓒ 뉴욕 양키스 홈페이지 발췌

 

메이저리그에서 숱한 기록을 남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또 한 명의 선수가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던 왼손 선발투수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가 그 주인공이다.

사바시아는 지난 겨울, 심장 부근의 폐색된 동맥을 확장하는 수술을 받은 뒤 커리어 마지막 시즌이 될 올해를 착실하게 준비해왔다. 다행히 수술한 부위에 더 이상 큰 문제는 발견되지는 않았고, 사바시아는 올 시즌 양키스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사바시아는 투수로서 오래 뛰어야 달성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5월 1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렸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한 사바시아는 통산 3000탈삼진 대기록 수립에 성공했다.

2007년 AL 사이 영 상 수상, 박찬호 상대로 홈런 기록까지

1980년 7월 21일생의 사바시아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출신으로 1998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20순위)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지명됐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는데,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처럼 원래 오른손잡이인데 왼손으로 공을 던졌다.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를 통해 사바시아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뛰어난 탈삼진 능력까지 겸비했다. 첫 시즌인 2001년부터 뛰어난 구위를 가진 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은 엄청난 안타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당시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돌아갔다. 2001년에 아메리칸리그 신인상과 MVP를 독식했던 이치로도 공교롭게 2019년 도쿄 돔에서 열린 개막 2연전을 마치고 선수에서 공식 은퇴, 매리너스 산하 트리플A 타코마 레이니어스 인스트럭터로 활동하게 됐다.

그래도 사바시아는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상 투표 2위에 오르며 큰 가능성을 보였다(17승 5패 평균 자책점 4.39). 이후 점차 성장한 사바시아는 2007년 34경기 19승 7패 평균 자책점 3.21을 기록하며 팀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까지 이끌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당시 20승을 거뒀던 조시 베켓과의 1차전과 5차전 맞대결을 모두 패했다(레드삭스 월드 챔피언, 베켓 ALCS MVP). 그러나 정규 시즌에서 241이닝을 던지며 부상자 명단에 잠시 다녀온 베켓보다 이닝에서 크게 앞서 사이 영 상 수상에 성공했다.

인디언스에서의 마지막 시기였던 2008년 여름에는 당시 다저스에 있던 박찬호와 선발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주로 아메리칸리그에서만 뛰었던 사바시아는 인터리그 원정을 통해 통산 3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맞대결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홈런 1개를 날렸다.

양키스에서 얻은 우승 반지, 현역 왼손 최다승 위업

2008년 후반기 밀워키 브루어스로 트레이드되어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사바시아는 FA 자격을 얻은 뒤 양키스로 옮겼다. 그리고 양키스 이적 첫 해인 2009년 34경기 230이닝 19승 8패 평균 자책점 3.37로 공동 다승왕(펠릭스 에르난데스, 저스틴 벌랜더)에 올랐다.

A.J. 버넷(우), 앤디 페티트(좌)와 함께 사바시아는 포스트 시즌에서 양키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그 결과 양키스는 2009년 월드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4승 2패로 꺾고 통산 27번째 월드 챔피언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사이 영 상 수상은 하위권 팀에서 고군분투했던 잭 그레인키(당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게 내줬다.

2010년에 사바시아는 34경기 237.2이닝 21승 7패 평균 자책점 3.18로 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사이 영 상은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에게 밀렸고, 포스트 시즌에서는 한때 동료였던 클리프 리가 활약한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시리즈를 내줬다.

2011년에도 33경기에서 19승 8패 평균 자책점 3.00에 230탈삼진을 기록한 사바시아는 당시 양키스와 맺었던 계약 조항에 의하여 시즌이 끝난 뒤 옵트 아웃을 행사했다. 팀을 떠나겠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바시아는 옵트 아웃을 통해 양키스와의 계약을 연장했다.

이후 2012년에 15승 6패, 2013년에 14승 13패를 거두는 등 사바시아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이닝에서는 2002년 210이닝을 기록한 이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230이닝 이상을 기록하는 철완이었다.

체중 문제로 인한 무릎 부상과 알콜 중독 극복한 사바시아

그러나 사바시아는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였던 육중한 체구가 결국 건강 문제로 연결되고 말았다. 상체가 너무 무거웠던 나머지 사바시아의 무릎이 체중을 견뎌내지 못하게 됐다.

2012년부터 사바시아는 부상자 명단을 자주 오르내리며 그 여파가 드러났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구속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고, 슬라이더의 비중이 늘어났다. 다만 2012년에는 부상자 명단에 2번이나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200이닝을 정확히 채우면서 15승 6패를 기록했다.

2013년에도 사바시아는 32경기에 등판하여 211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구속이 크게 떨어지고 9월에 햄스트링 부상이 겹치며 14승 13패 평균 자책점 4.78로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2014년 사바시아는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체중으로 인한 무릎 괴사가 발생했고, 결국 8경기 등판에 그치며 무릎 수술로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2015년에 복귀하여 29경기에 등판했지만 167.1이닝 6승 10패 4.73에 그쳤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성적이 뚝 떨어진 사바시아는 결국 알콜 중독에 빠지고 말았다. 2015년 양키스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으나, 사바시아는 스스로 알콜 중독을 밝히고 재활을 위해 포스트 시즌 등판을 포기했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사바시아는 2016년 30경기 179.2이닝 9승 12패 평균 자책점 3.91로 어느 정도 반등했다. 이후 규정 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2017년 14승 5패 3.69, 2018년 9승 7패 평균 자책점 3.65로 어느 정도 로테이션은 지켜줄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3000탈삼진 달성, 명예의 전당 가능성은?

겨울에 심장 질환도 치료한 사바시아는 246승 2986탈삼진을 기록한 상태에서 2019년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즌 3번째 등판인 5월 1일 경기에서 통산 3000탈삼진을 달성하게 됐다. 사바시아의 3000탈삼진은 메이저리그 역대 17번째 대기록이며, 왼손 투수로는 랜디 존슨(4875개)과 스티브 칼튼(4136개)에 이은 역대 3위다.

올 시즌 3경기 1승 1패 2.66을 기록하고 있는 사바시아가 부상 없이 시즌을 끝내게 된다면 존 스몰츠(3084개), 커트 실링(3116개), 밥 깁슨(3117개)의 기록을 넘어 역대 14위까진 바라볼 수 있다. 전성기의 이닝 소화 능력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재 사바시아의 이닝 소화 능력으로 역대 13위 페드로 마르티네스(3154개)의 기록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이닝에 있어서 사바시아는 지난 해까지 3470이닝을 던졌고, 올 시즌 20.1이닝을 던지며 3490.1이닝을 던졌다. 통산 3500이닝 대기록에도 앞으로 9이닝 2아웃이 남아 있어 2경기만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하면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통산 250승까지도 앞으로 3승이 남았다.

사바시아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전까지 300승과 3000탈삼진을 달성한 선발투수들은 거의 대부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로저 클레멘스 제외). 다만 최근들어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300승 가능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다만 지난 겨울 통산 270승에 2813탈삼진을 기록했던 마이크 무시나가 6수 만에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이 영 상 수상 이력이 있는 사바시아는 무시나보다 적은 도전 횟수로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3000탈삼진 달성 투수 중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한 이는 클레멘스와 실링 뿐이다(후보 자격은 유지).

야구 외적인 문제에서는 알콜 중독을 제외하고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알콜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알콜 중독으로 인해 사고를 치진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바톨로 콜론과 달리 금지 약물 이력도 없다.

체중으로 인한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알콜 중독이라는 시련을 극복한 베테랑 투수는 이렇게 마지막 시즌에 대기록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다. 사바시아가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고 커리어를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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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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