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고교야구 역시 개막을 알린다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고교야구 역시 개막을 알린다 ⓒ 김현희


오는 4월 6일이면, 전국 각지에서 2019시즌 고교야구가 개막을 알린다. 3월만 해도 20도가 넘는 기온으로 포근함이 느껴졌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유독 꽃샘추위 기간이 길어져 일찍 시즌을 시작한 프로야구 선수들도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다행히 4월 첫 주를 기점으로 기온도 상승하면서, 야구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린 선수들이 부상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국 각지의 학교들이 쉬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프시즌에는 국내/외로 전지 훈련을 떠나기도 했고, 학교로 돌아온 이후에는 서울/경기 지역을 비롯하여 각 지방별로 자치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개막을 앞둔 현 시점에서 각 학교별로 어느 선수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지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성적과 올해 오프시즌 친선 대회를 통하여 살짝 윤곽이 보인 2019 고교야구. 어느 학교가 전국 무대에서 좋은 성적으로 야구 팬들의 관심을 받을지 예측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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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고교야구, 야탑-대전-천안북일고
'우리를 얕봐서는 곤란하다'


사실, 지난해 대구고의 사례처럼 올해 역시 어느 학교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낼지 모를 일이다. 1차 지명이나 2차 상위 라운더를 배출한 학교들이 전부 우승에 이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들을 위주로 우수 신입생 스카우트에 성공한 학교가 어디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호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변수가 있는 것이다.

투-타에서 탄탄한 모습을 보인 덕수고와 장충고, 지난해 다관왕의 주인공 대구고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 세 학교 외에도 꾸준히 이슈를 제공할 만한 팀은 여럿 있다. 그 중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발됐던 김성용 감독의 야탑고, 충청 지역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대전고와 천안북일고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학교들이다. 야탑, 대전, 천안북일 3학교는 기본적으로 좋은 마운드를 구축했다는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여기에 방망이 실력까지 겸비해 준다면, 충분히 전국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안인산(사진 좌)과 김창평(사진 우). 둘이 정말로 또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될까?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안인산(사진 좌)과 김창평(사진 우). 둘이 정말로 또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될까? ⓒ 김현희


야탑고는 그동안 꾸준하게 전국 무대 4강권 이내 성적을 올렸으나, 정작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결승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7년 봉황대기에서 3학년 이승관(한화)-신민혁(NC) 듀오를 앞세워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야탑고 전성시대를 알리기도 했다. 이후 김성용 감독은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아시아 선수권 우승을 차지, 개인적으로 2년 연속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그 기운을 올해에도 고스란히 가져가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야탑고 핵심의 전력은 전적으로 투-타 올라운더, '리틀 강백호(kt)' 안인산이 쥐고 있다. 이미 1학년 때부터 투수와 타자 모두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국구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투수로는 150km의 속구를, 타자로는 홈런을 쉽게 기록하면서 강백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준비를 마쳤다. 김성용 감독도 "오히려 내가 보기에는 강백호보다 나은 것 같다. 하체 힘이 좋아서 어떠한 형태로든 프로에서 대성할 것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야탑고에 안인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이드암과 쓰리쿼터를 오가는 우완 박명현과 좌완 오원석도 마운드에 버티고 있다. 이들 모두 지난해부터 실전에 투입됐던 유망주들로, 제구력이 좋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우완 정통파 안인산, 좌완 정통파 오원석에 사이드암 박명현 등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가 이닝을 나눠 던지면, 마운드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중심 타선에서 힘을 보탰던 강타자 길지석도 마운드에 선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만큼, 홈런 타자로 성장하느냐 에이스로 성장하느냐의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주로 3번 타자로 나서게 될 내야수 박민은 올해 강력한 유격수 4천왕 후보. 아버지(성남고 박성균 감독) 못지 않은 야구 센스로 지난해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구대성 이후 좋은 좌완 투수가 대전고에 나타났다. 홍민기가 그 주인공이다.

구대성 이후 좋은 좌완 투수가 대전고에 나타났다. 홍민기가 그 주인공이다. ⓒ 김현희


지난해에도 우승 후보로 손꼽혔으나, 번번이 전국 무대에서 복병들에게 발목이 잡혔던 대전고는 이번 시즌만을 벼르고 있다. 그만큼 지난 2년간의 성적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제구력이 좋았던 팀의 주축 이재환(인하대)이 졸업했지만, 지난해부터 에이스로 나섰던 선수들을 필두로 전력을 재편했다.

동문 대선배인 구대성의 재림을 보는 것 같다는 좌완 에이스 홍민기가 대전고 전력의 핵심이다. 이미 지난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47km의 속구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는 지난해 부상 후유증을 얼마나 극복할지가 관전이다. 포수 출신으로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우완 한건희 역시 150km에 육박하는 속구로 올해 풀타임을 뛸 전망이다. 타선에서는 윤수녕(연세대)이 졸업하고 난 자리를 박연웅이 맡게 될 전망이다. 중학교 때부터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한 바 있고, 올해에는 붙박이 유격수로 대전고 타선의 물꼬를 틀 전망이다. 내/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김선동 역시 대전고 타선의 핵이다.

매년 충청 지역에서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으면서도 2012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7년째 우승의 맛을 못 본 천안북일고도 올해를 내심 벼르고 있다. 그동안 찰나의 순간에서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지만, 지난해에는 봉황대기 결승에도 오르는 등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변우혁(한화)과 고승민(롯데), 김정원(단국대) 등이 빠져나가고 없지만, 이들의 뒤를 잇는 선수들의 모습 역시 범상치 않다.
 
 신지후는 1학년 때부터 속구를 던졌던 유망주로, 올해 강력한 1차 지명 후보다.

신지후는 1학년 때부터 속구를 던졌던 유망주로, 올해 강력한 1차 지명 후보다. ⓒ 김현희


1학년 때부터 146km의 속구를 던지며 이름을 알린 에이스 신지후가 천안북일고 마운드의 핵심이다. 신경현(前 한화) 코치의 아들로, 체격 조건이나 발전 가능성 모두 아버지의 고교 시절보다 낫다는 후문이다. 포수 출신인 아버지와는 달리, 우완 에이스로 성장했다. 제구가 잡힌 153km의 속구는 프로 선수들도 잘 못 치는 법이다.

사이드암 김양수도 올해 첫 풀타임을 선보인다. 그동안 재활로 많은 등판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지난해 막바지에 등판,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바 있다. 좌완 유지성은 아직 미완의 대기. 그러나 189cm, 90kg에 해당하는 체격 조건이 좋다. 지역 라이벌 타자들이 "치기 상당히 힘든 공을 던진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포지션이 투수로 표시되어 있는 외야수 임종찬은 이미 지난해 4개의 홈런포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올해 역시 필요에 따라서 투-타를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외야수 자원인 이호연도 지난해 3학년 형님들 틈 사이에서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으며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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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고교야구 신지후 홍민기 안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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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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