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28일까지 개최된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3월 21일~28일까지 개최된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 인디다큐페스티발

 
독립영화 환경이 안팎으로 어려운 가운데 다큐멘터리영화제인 19회 인디다큐페스티발이 지난 28일 관객상 수상작인 세월호 잠수사 이야기인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을 폐막작으로 상영하며 8일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성공적인 행사를 치러냈지만 갈수록 안 좋아지는 여건 때문인지 영화제 관계자들 표정에는 무거움도 깃들어 있었다. 지난해 독립예술영화 관객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와 최근의 흥행 부진은 독립영화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회는 영화제 마무리하며 안정적인 행사를 뒷받침해 준 자원활동가들의 애정에 감사를 표했다. "국내 영화제 전반에 걸쳐 스태프의 노동 환경 개선과 자원 활동가의 안정적인 활동 보장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깊이 공감하며 환경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또한 "문화예술의 가치를 존중하고 문화예술인과 영화 현장의 현실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부 정책과 문화예술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확대할 혁신적인 장관 임명을 요구한다"고 박양우 장관 내정자에 대한 반대에 힘을 실었다.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 부족한 부분을 열정으로 대신 채워 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최근 영화계 현안에 대해 필요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내년에 20회를 예정하고 있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올해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며 독립다큐영화제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렇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은 올해도 특별하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그늘을 드리웠다.
 
지난 21일 인디다큐페스티발이 개막하던 날, 전통의 여름 독립영화제인 '인디포럼'이 올해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것은 독립영화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재정 및 활동가 문제 상시적
 
 지난해 '인디포럼2018'의 영화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올해는 영화제가 개최되지 않는다.

지난해 '인디포럼2018'의 영화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올해는 영화제가 개최되지 않는다. ⓒ 인디포럼

 
인디포럼작가회의는 21일 '제24회 인디포럼 영화제를 기다리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통해 올해 '인디포럼2019 영화제'를 개최하지 않고, 성찰과 쇄신의 시간을 갖고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제24회 '인디포럼2020'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 해를 쉬고 내년에 열겠다는 것이지만, 독립영화 진영은 "결국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인디포럼은 올해 행사를 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재정 문제 및 영화제 활동가의 문제는 상시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영화제 기간 중 발생한 회원 성추행 파문은 인디포럼작가회의 조직 문화와 영화제 운영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고 자성했다.
 
인디포럼은 "외부 지원금이나 후원을 통해 연명하며 외관을 키워온 현재 국내 영화제들의 고질적 문제에서 인디포럼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영화제 운영에 급급하며 정작 독립영화인의 요청에 소홀했고 관객과의 소통에 무심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 한해 여러 영화제에서 혼선과 잡음이 있는 상황에서 당혹스러울 영화인들 앞에 우리의 입장은 더더욱 무겁고 송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지지자와 비판자의 쓴소리를 경청하고 변화된 인디포럼2020 영화제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여러 가지 반성과 사정을 들었지만, 핵심은 예산 문제로 모아진다. 사실 인디포럼의 경우 그동안 빚을 내면서 영화제를 치러 왔고 악으로 버텨온 영화제였다. 예산 마련을 위해 영화인들의 요리대회를 열기고 했고, 예전에는 늘어난 빚을 감당하기 힘들어 채무변제 파티를 열기도 했다.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 특정 영화 및 단체 지원배제 일람'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공개한 '영화진흥위원회 특정 영화 및 단체 지원배제 일람'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지난 9년 간 집요하게 독립영화를 괴롭혔다. 영진위는 2009년 독립영화전용관 공모에 지원해 심사에서 1등한 인디포럼작가회의를 탈락시켰다. 또 영화단체 지원 사업에서도 배제시켰다.
 
이에 인디포럼은 법에 호소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소송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던 영진위가 두 건에 대해 소송비를 청구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 역시 십시일반 모금을 통해 지난해 간신히 해결했다.
 
그런데 지난해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 당시 조희문 위원장이 심사 전에 심사위원들에게 연락해 심사에 영향을 행사했고, 지원의 배제단체에 포함돼 있음이 드러났다. 뒤늦게 증거가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이런 여파가 이어지면서 올해 행사를 열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중되는 재정적 어려움이 올해 영화제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영진위 독립영화 소홀에 유감
 
독립영화의 특성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라면 독립다큐 역시 이런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치 사회적 문제와 소외된 자들의 편에서 카메라를 드는 사람들은 약자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독립영화인들이나 상영되는 독립영화제의 경우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탄압의 대상이었고 블랙리스트는 그 대표적 사례였다. 온갖 방해와 탄압을 뚫고 보수정권 9년 동안 독립영화인들은 독기로 버텨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도 독립영화 지원 정책은 큰 차이가 없는 현실이다. 올해 영진위의 독립영화 지원 예산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전년대비 동결되거나 축소됐다. 늘 힘들었던 독립영화제 지원은 나아지기는커녕 결국 영화제 개최를 못하는 상황으로 치달으며,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김응수 감독 시네토크

인디다큐페스티발2019 김응수 감독 시네토크 ⓒ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다큐페스티발을 이끌고 있는 변성찬 집행위원장도 영화제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변 위원장은 "프로그래머에게 줄 수 있는 활동비가 너무 적어 미안할 정도"라면서 영진위가 독립영화 지원 예산을 소홀히 여겨 동결시키거나 삭감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또한 영진위의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재정상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화제와 그렇지 않은 영화제들이 있는데, 영화제들의 형편에 따라 '하후상박' 형태로 예산 지원이 됐으면 한다"며 그런 고려가 없으니 독립영화제들이 버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진위는 지난 1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발표한 2019~2021년 정책방향을 통해 '독립·예술영화 활성화 및 상영기반 강화로 관객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면서 세부적으로 '국내영화제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첫 해인 올해 예산 증액을 못하면서 말 뿐인 계획이 됐다.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지원책을 요구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목소리에 대해, 영진위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포럼 독립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