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국내 축구 팬들에게 독일 분데스리가의 이미지는 다른 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시한 리그'였다. 바이에른 뮌헨이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마이스터 샬레(리그 우승 방패)를 놓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정 팀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 맘때 쯤이면 사실상 리그 우승 경쟁이 사실상 끝나 있던 예년의 시시한 분위기는 지금 전혀 느낄 수 없다. 우승 경쟁뿐만이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다툼도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그야말로 '역대급' 순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역시나' 혹은 '혹시나?', 마지막에 웃을 팀은?

바이에른 뮌헨의 기나긴 독주를 흔들고 있는 팀은 바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도르트문트는 26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승점 60점을 기록하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 바이에른 뮌헨과의 승점 차이는 없다. 골 득실에서만 7골 뒤진 상황이다. 사실 전반기까지만 해도 시즌의 주인공은 도르트문트였다.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새롭게 부임한 루시앙 파브르(61, 스위스) 감독의 공격 축구가 자리 잡으면서 15경기 무패 기록을 세우는 등 리그 내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다.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바이에른 뮌헨 소속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바이에른 뮌헨 소속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전반기까지 단 '1패'만 허용한 도르트문트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위로 16강에 진출하면서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에이스' 마르코 로이스, 제이든 산초, 악셀 비첼 등 팀 내 핵심 선수들의 환상적인 활약이 더해져 7년 만에 리그 우승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후반기 지금까지 도르트문트의 성적은 팬들의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9번의 후반기 경기에서 단 한 번의 패배를 기록했지만 세 번의 무승부가 도르트문트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바이에른 뮌헨이 완벽하게 부활하며 1위자리까지 내주게 되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새롭게 부임한 니코 코바치(47, 크로아티아) 감독이 시즌 초반 선수단과 불화 등 새로운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점차 나아진 경기력을 보이더니 12월에 열린 리그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상승기류를 탄 채 전반기를 마감했다. 상승기류를 탄 바이에른 뮌헨의 리그 내 경기력은 실로 놀라웠다. 전반기를 2위로 마감한 뮌헨은 후반기 열린 9경기에서 8번의 승리를 가져오며 무서운 속도로 도르트문트를 쫓았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 무려 17골을 기록하며 골득실에서 도르트문트에 우위를 점하며 1위에 올랐다.

양 팀에게 남은 경기는 8경기다. 게다가 두 팀 전부 챔피언스리그 16강에 탈락하며 리그 우승에 온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28라운드에 펼쳐지는 두 팀의 맞대결은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마이스터 샬레의 주인공이 '역시나' 바이에른 뮌헨이 될 지 '혹시나?' 도르트문트가 될 지 남은 8경기에 그 향방이 걸려있다.

'언제나 그렇듯' 힘든 UEFA대항전 진출 경쟁

예전에 리그 우승 경쟁 예측이 수월했다면 분데스리가의 유럽 대항전 진출권 경쟁은 언제나 뜨거웠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를 제외하고 챔피언스리그를 진출하는 두 팀은 2014년 이후로 매번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3~5위 승점이 모두 같아 골득실 차이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분데스리가는 네 장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지만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사실상 1,2위를 결정 지었기 때문에 남은 티켓은 단 두 장이다. 남은 두 장에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팀은 총 7팀이다. 26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팀은 RB라이프치히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다.

3위 RB라이프치히(승점 49)는 단장 겸 감독직을 맡고 있는 랄프 랑닉(61, 독일)의 지도 아래 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다. 후반기에는 자신보다 순위가 낮은 팀들에 승점을 내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8경기 연속 무패의 좋은 흐름을 타면서 진출권에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다음 시즌 부임하는 '전술 천재' 나겔스만(31, 호펜하임) 감독에게 라이프치히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선물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4위 묀헨글라드바흐드(승점 47) 역시 3년만에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노리고있다. 베테랑 디터 헤킹(57, 독일) 감독은 '에당 아자르의 동생' 토르강 아자르를 앞세워 짜임새 있는 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후반기 개막 후 3연승을 달리며 3위 자리를 노렸지만 이 후 6경기에서 단 1승 밖에 기록하지 못하며 5위 프랑크푸르트에 1점 차이로 쫓기게 되었다.

이 밖에도 '득점 2위' 루카 요비치의 프랑크푸르트(5위, 승점46), 바이엘 레버쿠젠(6위, 승점42), 7위 볼프스부르크(7위 승점42), 8위 베르더 브레멘(8위 승점39점), 호펜하임(9위 승점 38점) 팀들이 유럽대항전 진출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매 경기마다 순위가 바뀌고 있고 9위까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레 6위까지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진출권 경쟁도 심화되었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의 순위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최근 유럽 대항전에서 분데스리가가 좋은 성적을 못내고 있는 만큼 리그 순위표에 어떤 팀이 위치하는가가 중요하다. 승점 차이가 거의 없는 각 팀들에 남은 8경기는 전쟁과도 같다. 이처럼 매 경기마다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분데스리가는 더 이상 '시시한' 리그가 아니다. 내년은 또 다르겠지만 올해 분데스리가는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리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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