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이용규의 'FA 재수'는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한화의 전지훈련 출발 직전인 지난 1월 31일 2+1년 총액 26억 원에 계약을 맺고 잔류했다. 

1년 전 이용규는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고도 신청하지 않고 1년을 미뤘다. 2017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57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이다. 타율 0.263에 홈런 없이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0으로 개인 성적도 부진했다.

같은 시기에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정근우가 구단과의 줄다리기 끝에 2018년 1월말 2+1년에 총액 35억 원에 잔류 계약을 맺으면서 이용규의 'FA 재수'는 현명한 판단으로 여겨졌다. 
   
2018 시즌은 이용규에게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타율 0.293 1홈런 36타점 OPS 0.711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1.09로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규정 타석을 채웠지만 KBO리그에서 34명이 달성한 3할 타율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용규는 타격 4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용규의 장점 중 하나는 '선구안'이다. 그는 2008년 이래 2016년까지 9시즌 연속으로 삼진보다 볼넷이 많았다. 특히 2016년에는 29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6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볼삼비'(삼진 대비 볼넷 비율. 높을 수록 선구안이 좋다는 의미)는 2.17이었다. 상대 투수가 던지는 스트라이크를 커트하며 끈질기게 버틴 뒤 볼넷을 얻어나가는 '용규 놀이'의 결과였다.

하지만 2017년에는 20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17개의 볼넷을 얻어 삼진이 볼넷보다 많아졌다. 2018년에는 62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59개의 볼넷을 얻어 '볼삼비'가 0.95에 불과했다. 2년 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볼삼비'가 나빠진 것. 2년 연속 부진을 보이자 1985년생인 이용규가 '에이징 커브'에 이른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아쉬운 FA 계약을 뒤로 하고 이용규는 스스로 실력을 입증해야 한다. 팀 차원에서도 이용규의 반전이 절실하다. 
 
지난해 한화는 팀 타율 0.275로 8위, 홈런 151개로 7위, OPS 0.763으로 9위로 타격 지표 대부분이 리그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올해 한화 타선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구성의 차이가 없다.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받은 베테랑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젊은 유망주 타자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용규는 테이블세터로서 한화 타선의 포문을 열어야 하는 첨병 노릇을 맡아야 한다. 

한화는 외야진도 약점이다. 우익수 호잉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자리는 주전이 미확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는 지난 시즌 중반까지 2루수를 맡았던 정근우가 외야수 훈련을 받고 있다. 외야수로서 경험이 일천한 정근우는 타구가 휘어져나가는 코너 외야수보다는 중견수를 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근우가 중견수를 맡을 경우 이용규는 좌익수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 위치에서든 굳건한 외야 수비 능력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 이용규의 역할이다. 
    
FA 계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FA 대형 계약 이후 부진에 빠지는 선수가 있는 반면 선수로서는 아쉬운 FA 계약 이후 좋은 성적을 거둬 이른바 '혜자 FA'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용규가 '혜자 FA'로 자리 잡으며 한화의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견인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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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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