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지난 2012년 월 5연승을 달리던 신예 더스틴 포이리에(현 라이트급 3위)를 다스 초크로 제압한 후 승리 인터뷰에서 "I Want Jose Aldo"라고 외쳤다. 물론 이는 정찬성이 알도에게 개인적인 악감정이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그저 3경기 연속으로 피니시 승리를 거두며 격투팬들을 열광시켰으니 자신에게 타이틀 도전권을 달라는 요구를 나타낸 표현이었다.

정찬성이 콕 찍어 알도의 이름을 소환한 것은 당시 알도가 UFC 페더급 내에서 적수가 없는 '극강의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폭군', '스카페이스(전설적인 갱스터 알 카포네의 별명)' 같은 닉네임처럼 알도는 페더급 내에서 이렇다 할 라이벌조차 없는 절대 강자였다. 정찬성도 2013년 8월 알도에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어깨 탈골 부상을 당하면서 4라운드 2분 만에 KO로 패했다.

하지만 알도의 무적시대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작년 9월 만 32세가 된 알도는 2019년 UFC와 맺은 3경기 계약이 끝나면 격투기 커리어를 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은퇴가 임박한 알도는 오는 3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열리는 UFN 144 대회 코메인이벤트에서 브라질의 주짓수 파이터 헤나토 모이카노를 상대할 예정이다. 과연 알도는 젊은 후배를 상대로 '페더급 상왕'의 위엄을 지킬 수 있을까.

무서운 신예 맥그리거의 희생양이 된 페더급의 '폭군' 알도
 
 조제 알도 페이스북 페이지

조제 알도 ⓒ 조제 알도 페북


2006년 브라질의 정글 파이트에서 생애 첫 패배를 당했던 알도는 2008년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WEC에 진출한 후 무적 행진을 이어갔다. 2009년6월 현 UFC 페더급 7위에 올라있는 만만찮은 강자 컵 스완슨을 8초 만에 KO로 제압한 알도는 5개월 후 마이크 브라운을 꺾고 WEC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다. 알도는 챔피언 등극 후에도 유라이아 페이버, 매니 감부리안 같은 도전자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페더급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렇게 알도가 WEC를 평정하던 2010년 10월, UFC가 WEC를 인수했고 UFC에서는 알도가 WEC에서 보여준 위상을 고려해 알도를 UFC 초대 페더급 챔피언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WEC부터 시작된 알도의 '무적전설'은 UFC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알도는 마크 호미닉을 시작으로 케니 플로리안, 채드 멘데스, 프랭키 에드가, 리카르도 라마스, 정찬성 등 체급 내 강자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페더급을 완전히 평정했다.

알도는 UFC로 넘어온 후 WEC 시절에 비해 KO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노련한 경기운영과 완벽에 가까운 테이크 다운 방어 능력으로 상대를 철저하게 압도했다. 알도와 싸웠던 상대들은 경기가 끝난 후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다리가 퉁퉁 부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만큼 알도의 로우킥은 페더급에서 '살상무기'라고 불러도 될 만큼 위력적이었다.

2014년 10월 멘데스와의 2차전에서 명승부를 연출하며 승리를 거둔 알도는 9차 방어까지 성공하며 10차 방어에서 멈춘 앤더슨 실바의 기록에 근접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아일랜드 출신의 코너 맥그리거라는 무서운 신예가 4연속 KO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맥그리거는 연일 알도에게 거친 도발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고 알도는 언제나 그렇듯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며 챔피언의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알도의 여유는 경기 시작 13초 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경기 시작과 함께 저돌적으로 달려든 알도는 맥그리거의 카운터 펀치를 맞고 그대로 KO 당했다. 단체를 넘나들며 2200일 동안 지켜 온 챔피언 벨트가 단 13초 만에 날아간 것이다. 알도는 벨트를 빼앗긴 후 재대결을 희망했지만 맥그리거는 방어전을 거부했다. 결국 맥그리거의 타이틀이 박탈당하면서 벨트는 다시 알도에게 돌아갔지만 알도가 가진 극강의 이미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뛰어난 경기운영과 서브미션 능력 겸비한 난적 모이카노와 대결

알도가 다시 찾은 챔피언 벨트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알도는 2017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 맥스 할러웨이와의 타이틀전에서 1라운드 이후 급격한 체력저하가 찾아오면서 3라운드 KO로 무너졌다. 안방에서 홈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입고 치른 경기에서 5살이나 어린 도전자에게 럭키 펀치가 아닌 '실력'으로 완패를 당한 것이다. 어쩌면 그 충격은 맥그리거에게 패했을 때보다 더 컸을지 모른다.

알도는 2017년년 12월 할러웨이의 1차 방어전 상대였던 프랭키 에드가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곧바로 재대결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할러웨이는 이미 '알도 공략법'을 알고 있었고 1차전과 비슷한 전략으로 알도를 지치게 한 다음 3라운드 KO로 승리했다. 3연속 타이틀전 KO패배를 당하면서 UFC 내에서 알도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일부 격투팬들은 알도가 더 이상 페더급 상위권에서 경쟁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알도는 작년 7월 최두호와 조쉬 에밋을 KO로 꺾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제레미 스티븐스를 1라운드 KO로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알도는 경기 초반 스티븐스의 카운터 펀치에 다소 고전했지만 복부에 강력한 펀치를 꽂은 후 쓰러진 스티븐스에게 연속  파운딩을 날리며 화끈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스티븐스전 승리 이후 약 6개월 동안 휴식을 취한 알도는 오는 3일 모이카노와 코메인이벤트에서 격돌한다.

정글 파이트 페더급 잠정 챔피언 출신 모이카노는 2014년 12월 UFC 진출 이후 5승1패의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3연승을 달리다가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만나 연승이 끊어졌지만 다시 켈빈 게이터와 스완슨을 꺾고 상승세를 탔다. 비록 KO승은 한 번도 없지만 주짓수 블랙벨트 소유자로 서브미션에 능하고 무에타이를 기반으로 한 타격도 나쁘지 않다. 체력이 약점으로 꼽히는 알도로서는 초반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면 끌려 다니는 경기를 할 수도 있다.

한편 UFN 144의 메인이벤트로는 하파엘 아순사오와 말론 모라에스의 밴텀급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현재 랭킹 1위 코디 가브란트는 오는 3월 페드로 무뇨즈와의 경기가 잡혀 있고 2위 도미닉 크루즈는 기약 없는 재활 중이다. 따라서 3위 아순사오와 4위 모라에스 경기의 승자가 차기 밴텀급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확률이 높다. 물론 챔피언 TJ 딜라쇼가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와의 슈퍼파이트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UFC UFN 144 조제 알도 상왕 헤나토 모이카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