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1월의 비활동 기간이 끝나면 KBO리그의 10팀은 2019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 캠프를 떠난다. 메이저리그는 날씨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 주나 애리조나 주에서 캠프를 치르지만, KBO리그는 날씨가 따뜻한 다른 나라에서 캠프를 시작하여 국내에서 시범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시즌 준비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겨울에 FA 자격을 얻었던 선수 15명 중 계약을 마친 선수는 1월 27일 기준으로 8명이다. 이적 선수는 양의지(NC 다이노스 4년 125억원) 1명 뿐이고, 나머지 7명은 재계약이다. 계약을 마치지 못한 다른 7명도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이번 FA 시장은 처음 21일 동안 비교적 큰 규모의 계약이 먼저 이뤄졌다. 모창민(NC 다이노스 재계약)의 경우는 대어급은 아니었지만 가장 빨리 협상을 끝냈다(3년 20억원). 이어서 최정(6년 106억원)과 이재원(4년 69억원)이 재계약을 끝냈고, 최대어 양의지가 12월 11일 계약을 맺은 이후 2018년에는 더 이상 계약 소식이 없었다.

조용했던 FA 시장, 박용택 재계약이 다시 깨웠다

 
 LG와 세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박용택

LG와 세번째 FA 계약을 체결한 박용택 ⓒ LG 트윈스

 
12월 12일 이후 FA 시장은 잠잠했다. 비활동 기간에는 팀 단위의 소집 훈련이 금지되지만 선수가 혼자 훈련하거나 친한 선수들끼리 자체 비용으로 함께 훈련하는 것은 허용된다. FA 시장도 비활동 기간에 자유로운 협상은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 시장은 너무나 조용했다. 60억원 이상 규모의 계약들이 모두 끝난 이후 더 이상 대어는 없었다. 준척급 선수들은 시장에 많이 있었지만 선수와 구단이 협상에 있어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전력 보강이 필요한 팀들은 분명 있었지만, FA 시장보다 트레이드 시장을 찾아가는 팀도 있었다.

그랬던 FA 시장에 다시 소식이 들려왔다. 베테랑 선수 박용택이 1월 20일 LG 트윈스와 재계약한 것이다. 2년 25억원에 재계약한 박용택은 이번 FA 계약이 3번째인데, 선수로서는 마지막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용택의 계약은 다른 준척급 선수들과는 달리 향후 선수 개인의 진로를 준비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상징적 계약이라고 봐야 한다.

21일에는 박경수가 KT 위즈와 재계약했다(3년 26억원). 이어서 26일에는 김상수(삼성 라이온즈 3년 18억원)가, 27일에는 송광민(한화 이글스 2년 16억원)이 각각 재계약을 마쳤다. 1월 말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계약 4건이 나왔다는 것은 시장에 던지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빨리 계약했던 모창민, 버티다 계약한 다른 계약들은?

사실 초대어급이었던 양의지와 최정,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대어라 할 수 있는 이재원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연 평균 10억원 이상의 큰 계약을 맺은 선수를 찾기 어렵다. 나머지 선수들 중 계약을 빨리 끝낸 선수는 모창민 뿐이었다.

그런데 15명 중 양의지, 이재원, 최정 3명을 제외하고 제일 빨리 계약한 모창민의 3년 2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에 계약을 한 선수는 11명 중에서 박용택과 박경수 2명 뿐이다. 연 평균 10억원 이상인 선수는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 뿐이다.

이들 중에서 박용택의 계약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준척급 선수들의 계약과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물론 박용택이 2번의 4년 FA 계약을 맺고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며 KBO리그 타격부문 기록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의 계약을 맺을 수 있기는 했다.

박용택은 1979년 4월 21일 생으로 올 시즌이 개막하면 만 40대에 접어든다. 다른 선수들 같았으면 연 평균 10억원 이상의 계약이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와 꾸준함 두 가지의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그 계약을 이끌어낸 것이었다.

물론 박용택의 경우는 LG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뛴 적이 없었고, 본인도 FA를 선언할 때마다 LG와의 계약만 생각했다. 박용택의 계약이 늦어졌던 이유는 협상에 난항을 겪어서가 아니라 계약을 서두르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 각종 세부 요소들을 맞추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모창민과 박경수의 계약은 3년이긴 했지만 금액은 20억원이거나 조금 넘는 계약이었다. 송광민은 2년 계약에 그쳤고, 김상수의 경우는 3년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20억원을 넘지 못했다. 일찍 계약한 모창민과 늦게 계약한 김상수, 박경수, 송광민의 계약을 비교하면 그나마 박경수가 좋은 대우를 받은 셈이었다.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 늦게 계약해서 더 얻은 건 없었다

안 그래도 얼어붙은 FA 시장이었다. 구단들은 가급적 페이롤을 아끼려고 했고,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더 대우를 받고 싶어했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서비스 타임 9년(대학 출신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팀에 헌신한 것에 대한 보상과 앞으로에 대한 기대도 함께 받고 싶어한다.

오랫동안 고생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다만 구단의 재정은 한정되어 있고, 구단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힌다. FA 선수들과의 계약 뿐만 아니라 FA 자격을 아직 얻지 못한 다른 선수들과도 연봉 계약을 해야 한다.

그런데 FA 계약을 한 선수들이 계약 이후 더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스포츠 선수들은 젊은 시절 성장하며 기량이 절정에 이르고, 언젠가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려가야 할 시점이 다가온다. 구단에서는 냉정하게 미래를 봤을 때 나이가 많아지는 선수들에게 언제까지 의존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프로 스포츠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오랫동안 팀에 공헌했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맞춰줄 수는 없다. 그 선수가 부상 이력이 있을 경우에는 그 위험이 더 크다.

그리고 매년 고등학교나 대학 출신 선수들이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다. 프로 팀에서는 미래를 바라보고 새로운 선수들을 지명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FA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 중에서 대부분은 어느 정도 젊은 선수들에게 그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이번 주면 스프링 캠프 출발, 다시 생각해봐야 할 FA의 의미

그러는 동안 스프링 캠프를 출발하는 시점은 다가오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스프링 캠프장이 있는 플로리다 주나 애리조나 주, 일본의 오키나와, 대만 등 날씨가 빨리 따뜻해지는 곳으로 떠난다. 야구 저변이 확대되면서 호주로 스프링 캠프를 떠나는 팀도 있다.

가장 먼저 KT가 1월 29일에 비행기를 타고 애리조나 주 투산으로 떠난다. 30일에는 디펜딩 챔피언 SK를 비롯하여 모기업이 바뀐 키움 히어로즈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와 NC가 캠프장으로 떠난다. 31일에는 나머지 5팀도 모두 각자의 캠프장으로 떠난다.

1차 캠프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경우는 대부분이 부상으로 인해 재활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부상 선수들의 경우는 장거리 이동보다는 국내에 남거나 보다 가까운 2차 캠프장으로 먼저 이동하여 재활에 집중한다. 그 이외 1차 캠프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경우가 다수다.

물론 개인 훈련으로 몸을 만들 수도 있지만, 40일 동안 팀과 함께 훈련한 선수들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모자라서 개인 자격으로 사비까지 들여가면서 미리 캠프장에 가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까지 있을 정도다.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선수들을 위해서 협상 실무진은 국내에 남겠지만 계약 조건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적다.

FA 보상 규정에 대한 내용이 대폭 수정되지 않는 한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적다. 보상 규모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기량 수준과 관계 없이 이적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1안으로 직전 시즌 연봉의 200% 및 보상 선수를, 2안으로 연봉 300%를 별도로 이전 팀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상위 선수들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일생에 한 번만 제시하고, 그 제안을 거절하고 이적한 선수들에 대해서만 드래프트 지명권 1장을 보상해준다. 물론 오퍼를 받은 이후 계약 연장도 가능하고, 오퍼를 거절하더라도 재계약은 가능하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선빈, 안치홍, 전준우, 정우람 등이 FA 시장에 나온다. 이들 특급 선수들 이외의 다른 선수들은 보상 규모 대비 가치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팀들은 이런 선수들을 포함하여 몇 년 뒤에 시장에 나올 선수들까지 모두 체크하고 있다.

몇 년 뒤까지 철저하게 바라보고 움직이는 구단과 협상해야 하는 만큼 선수와 에이전트 입장에서도 보다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하는 움직임이 될 것이다. FA 시장에 남아있는 7명 선수들의 계약 소식은 언제 들려올지, 그리고 앞으로 FA 관련 규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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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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