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왕조시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김상수와의 FA 계약을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김상수와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8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7억5000만 원, 인센티브 4억5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FA김상수를 비롯한 2019년 선수단과의 연봉 계약을 마친 삼성은 FA자격을 재취득한 우완 투수 윤성환과의 계약만 끝내면 올 시즌 모든 선수들과의 연봉 계약을 마무리하게 된다.
 
환호하는 김상수 지난 2018년 4월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말 1사 때 1점 홈런을 쳐낸 삼성 김상수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환호하는 김상수 지난 2018년 4월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말 1사 때 1점 홈런을 쳐낸 삼성 김상수가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김상수는 지난 200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해 10년 동안 타율 .273 40홈런393타점531득점214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이끈 주전 유격수로 팀 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 하지만 김상수는 FA를 앞두고 2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고 결국 만 28세의 젊은 나이에도 보장 금액 15억 원이 채 되지 않는 소박한(?) 계약에 만족하게 됐다.

삼성의 왕조 시대를 이끌어 온 사자군단 주전 유격수

경북고 시절부터 대선배 류중일(LG트윈스 감독) 이후 대구·경북 지역 최고의 천재 유격수라는 극찬을 받던 김상수는 2008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연고구단 삼성에서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김상수를 1차지명으로 선택했다. 계약금과 연봉 합계 3억 원이라는 몸값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김상수에 대한 삼성의 기대치는 단순한 유망주에게 바라는 수준을 뛰어 넘었다.

당시 삼성에는 '국민유격수'로 불리던 박진만(삼성 수비·작전코치)이 있었지만 김상수는 루키 시즌부터 97경기에서 타율 .244 18도루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김상수는 박진만이 고향팀 SK 와이번스로 떠난 2011년부터 삼성의 대체 불가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상수가 확실한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의 '왕조시대'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김상수는 2011년 22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실책 1위의 불명예를 썼지만 .278의 타율과 113안타 29도루로 타격성적이 부쩍 성장했다. 그리고 김상수는 2013년 115경기에서 타율 .298 111안타7홈런44타점 57득점으로 타자로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다만 잔부상이 겹치면서 도루는 14개로 줄어 들었다). 주로 9번으로 나섰던 김상수가 상위타선에 배치됐더라면 더 많은 타점과 득점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2014년은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걸려 있는 시즌이었기 때문에 김상수는 그라운드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한 병역혜택과 생애 첫 개인 타이틀(도루왕, 53개), 그리고 삼성의 통합 4연패라는 세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2009년 2000만 원으로 시작했던 김상수의 연봉은 프로 데뷔 7년 만에 3억1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은 2015 시즌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하고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상수는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278 125안타8홈런63타점67득점26도루를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했다. 비록 골든글러브 같은 타이틀은 없었지만 경북고의 천재 유격수로 불리던 김상수는 어느덧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유격수로 성장해 있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에 FA 한파까지… 김상수의 추운 겨울 

2016년에도 삼성에서 김상수의 활약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발목 인대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한 김상수는 붙박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2011년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그나마 타율(.271)은 그럭저럭 평균치를 유지했지만 도루시도가 단 10번에 그치면서 김상수의 최대 장점이었던 기동력을 상당 부분 잃고 말았다.

김상수는 2017년 김한수 감독이 부임하면서 만27세의 젊은 나이에 주장직을 맡게 됐지만 허벅지통증으로 인해 무려 102경기에 결장하는 '강제 안식년'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FA도 1년 늦춰지게 됐고 3억 원이 넘던 연봉도 2억4000만 원으로 삭감 당했다. 김상수로서는 2018 시즌 화려한 부활을 통해 명예회복과 FA대박을 동시에 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김상수는 작년 시즌 부상을 털어내고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122경기에 출전하며 건강을 회복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10개)를 때리며 '똑딱이' 이미지를 탈피한 것도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 김상수의 타율은 .263에 그쳤고 도루도 단 12개 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반면에 도루 실패는 9개로 도루성공률이 .57.1%에 불과했고 득점권 타율도 2할(120타수24안타)에 머물렀다.

김상수는 시즌이 끝난 후 FA를 선언했지만 일부 스타 선수들을 제외하면 사상 유례없는 한파가 불어닥친 이번 FA시장에서 김상수는 썩 가치가 높은 유격수가 아니었다. 원소속팀 삼성에서도 트리플A까지 경험했던 동갑내기 내야수 이학주가 합류하면서 김상수에게 목을 멜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김상수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3년 총액 18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통산 1073경기938안타585득점161도루로 김상수와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동갑내기 유격수 오지환(LG트윈스)은 올 시즌 4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반면에 김상수는 오는 2021년까지 2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김상수로서는 당장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겠지만 김상수가 다시 FA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적어도 2022년 겨울까지 기다려야 한다. 삼성의 왕조시대를 이끌었던 주전 유격수가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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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 FA 계약 이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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