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조세 모리뉴 감독과 이별을 선택했다. 지난 18일 맨유는 클럽의 수장 모리뉴와 작별을 선언했다. 모리뉴는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맨유를 떠나게 됐다.

21세기 축구사(史)를 대표하는 명장의 쓸쓸한 퇴장이다. 2003년 FC 포르투에서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맡은 팀마다 최소 1회 이상의 리그 우승을 선물했던 모리뉴였지만, 맨유에서는 리그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모리뉴를 알렉스 퍼거슨의 뒤를 이을 적임자로 여겼던 많은 팬들의 기대감은 이제 물거품이 됐다. 모리뉴는 맨유를 휘감고 있는 퍼거슨의 진한 향기를 지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모리뉴는 퍼거슨의 발자취를 따라가지 못했을까.

공격적인 클럽에 온 '수비 전문가' 모리뉴
 
 조세 모리뉴 감독

조세 모리뉴 감독 ⓒ 로이터/연합뉴스

 
퍼거슨 부임 시절 맨유의 경기 스타일은 확고했다. 맨유는 공을 소유하길 원했다. 풀백들은 과감하게 전진했고, 측면 공격수들은 돌파와 슈팅을 주저하지 않았다. 찬스를 깔끔하게 마모리하는 걸출한 공격수도 존재했다.

때에 따라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할 때도 있었지만, 퍼거슨의 맨유는 대부분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공은 후방보다 전방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퍼거슨은 감독 부임 27년 간 '공격 앞으로'와 같은 공격 철학을 맨유와 팬들에게 심어놨다.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을 가진 맨유에 '수비 전문가' 모리뉴가 도착했으니 불협화음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감독 커리어 내내 수비적인 축구로 효과를 봤던 모리뉴의 승리 방정식은 맨유가 지닌 숙제를 풀지 못했다.

팬들은 모리뉴의 수비적인 태도에 쉽게 싫증을 느꼈다.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 퍼거슨의 방식을 기억하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기술을 뽐내길 원하는 젊은 선수들은 모리뉴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영국 언론에서 밝힌 맨유 선수단이 모리뉴 경질 이후 "(이제는) 더 모험심 넘치는 경기 스타일을 기대한다"는 말을 남겼다는 보도 내용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수비적인 축구로 주요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면 모리뉴를 향한 평가를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리뉴가 맨유 시절 쟁취한 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은 맨유가 바라는 수준의 트로피가 아니다. 맨유 팬들은 공격적인 축구로 리그 우승은 기본이고 동시에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했던 퍼거슨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퍼거슨, '글로벌 클럽'을 맡은 모리뉴

현재 맨유 팬 대부분이 모리뉴의 경질을 반기는 분위기다. 감독 경질이 이번 시즌 겪고 있는 최악의 흐름을 끊어줄 해결책이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판 할 감독에 이어 모리뉴도 너무 이른 타이밍에 경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퍼거슨조차도 맨유 부임 초창기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맨유는 퍼거슨을 믿고 신뢰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퍼거슨은 충분한 시간 속에 리빌딩에 성공하며 기반을 확실히 다졌고, 그 결과 20년 간 맨유 제국이 영국 축구를 통치했다.

퍼거슨은 사실상 밑바닥에서 출발했다. 퍼거슨 부임 당시 맨유는 리버풀 등에게 밀린 2인자였다. 맷 버스비 감독의 신화는 옛 영광에 불과했다. 덕분에 맨유는 퍼거슨의 시행착오를 인내할 수 있었고, 퍼거슨은 날아오를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것이 가능했다.

불행히도 모리뉴가 도착한 맨유는 퍼거슨이 경력을 시작했던 시기의 맨유와 위상 자체가 달랐다. 모리뉴의 계약이 시작된 2016년의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클럽'이었다. 최근 성적은 좋지 않아도 과거의 명성과 상업적 수완으로 인해 맨유는 현재까지도 세계 최정상의 이름값을 보유하고 있다.

당연히 맨유 수뇌부는 빠른 시일 내에 모리뉴에게 성과를 원했다. 퍼거슨이 창조했던 빛나는 영광을 단기간에 재현할 것을 모리뉴에게 요구했다. 모리뉴는 무너진 선수단의 리빌딩과 동시에 높은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모리한 요구 사항이었다. 달아나는 토끼 두 마리를 모두 쫓다가는 한 마리도 못 잡을 뿐이다.

글로벌 구단 맨유의 '스타 선수 모으기' 정책도 모리뉴에게는 독이었다. 맨유는 비싼 이적료와 높은 연봉을 지불하며 스타 플레이어들을 스쿼드에 추가시켰지만, 정작 모리뉴 축구에 어울리는 선수는 데려오지 않았다. 소수의 '에이스'와 다수의 '하드 워커(hard worker)'로 큰 재미를 봤던 모리뉴에게 서로 에이스가 되길 원하는 현 맨유 선수단 구성은 맞지 않는 옷에 불과했다.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장수에게 전장에서 승리하라 욕구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좋지 못한 성적은 모리뉴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본래 모리뉴와 사이가 나쁜 언론들은 모리뉴를 연일 흔들었고, 모리뉴는 실언을 반복하기도 했다. 특히 특정 선수를 비판하는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리뉴와 스타 선수의 갈등 소식이 매주 언론을 통해 팬들에게 전해졌을 정도다.

모리뉴의 맨유 생활은 비극으로 끝났다. 성공 밖에 모르던 모리뉴도 퍼거슨에 미치지는 못했다. 여전히 맨유에는 퍼거슨에 향기가 진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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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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