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 후쿠시마현 원전 사고지에서 불과 50km 떨어진 오나하마 항구를 통해 수입된 일본산 기저귀 100톤 가량이 제대로 된 방사능 검사 없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가운데 13톤 가량은 유아용 기저귀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방사능 검출 조사가 필수적인 물품을 그동안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나 검역 시스템 전반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 확인 결과, 2015년 1월 1일부터 2018년 10월 22일까지 일본 후쿠시마현 오나하마 항구를 통해 한국으로 유아용 기저귀 1만3365kg, 성인용 기저귀 8만5740kg가 수출됐다.
 관세청 확인 결과, 2015년 1월 1일부터 2018년 10월 22일까지 일본 후쿠시마현 오나하마 항구를 통해 한국으로 유아용 기저귀 1만3365kg, 성인용 기저귀 8만5740kg가 수출됐다.
ⓒ 조혜지

관련사진보기

 
관세청 확인 결과, 2015년 1월 1일부터 2018년 10월 22일까지 일본 후쿠시마 현 오나하마 항구를 통해 한국으로 유아용 기저귀 1만3365kg, 성인용 기저귀 8만5740kg가 들어왔다. 이는 총 9만 9105kg 분량으로 약 100톤에 달하는 양이다.

관세청은 기업 영업 비밀이라며 제품의 구체적 생산지와 수출입 업체명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 사는 한 독자가 최근 <오마이뉴스>에 "일본 국회 도서관에서 재무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저귀나 생리대·탐폰 등을 의미하는 'HS 9619' 품목 수십여 톤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오나하마 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갔다"고 제보한 사실을 토대로 확인한 결과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기획재정위)을 통해 관세청과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에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제보자가 제시한 품목코드지 'HS 9619' 가운데 한국에 수입된 제품은 기저귀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 "관리물품 올해 변경... 모니터링 더 강화하겠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원전 사고 인근인 후쿠시마 오나하마항에 적재돼 있어 방사능 검출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자체 검역 시스템과 검사 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문제 지역에서 넘어오는 물품에 대한 정식 검역이 올해 업무 이관됐지만, 이관 전후로 해당 품목에 대해 검사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후쿠시마에서 온 일반물품 가운데는 특별 관리를 받는 것도 있지만, 해당 물품은 특별 관리 대상 품목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해 4월부터 위생용품 관리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해당 기저귀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수입 기저귀는 4월 이전에는 공산품 관리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이 관리하는 물품이었고, 법 시행 이후 6개월 유예 기간이 있기 때문에 10월부터 정식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기저귀 제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 규정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6월 21일 어린이 기저귀 등 영유아용 위생물품을 대상으로 안전 검사를 실시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올라오자 식약처는 검사 대상 항목으로 형광증백제, 포름알데히드 등 기본 규격항목 19종과 중금속, 프탈레이트 등 13종을 제시했다. 그러나 요오드, 세슘, 라돈 등 방사능 물질은 포함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제품에 대한) 방사능 규정 규격이 없다"면서 "소비자원에서 올해 2월 요오드와 세슘 검사를 했는데, 그때는 불검출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이후) 들어온 것은 몇 품목 안 된다"면서 "100톤은 전체량이고, 그 이후 우리가 파악한 것은 2가지 품목으로 6톤 가량"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원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조사 또한 일본에서 수입된 기저귀 제품 중 '군 오리지널(기저귀 브랜드) 팬티' 한 품목에 해당된 결과로, 2015년부터 수입된 100톤 가량의 기저귀를 모두 대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다만 "(방사능 검사) 시행 계획이 있으니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나하마항(자료사진).
 일본 후쿠시마현 오나하마항(자료사진).
ⓒ wiki commons

관련사진보기

식약처는 취재가 계속되자 A 수입업체의 기저귀 제품 한 품목에 대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시험 결과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품목에 대한 검사는 올해 9월 17일 의뢰해 4일까지 진행한 결과로, 이 제품에 대해서는 옥소, 세슘, 요오드 등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정부가 방사능 검사를 별다른 기준 없이 업체의 자율 검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업체에서는 들어올 때마다는 검사를 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문제는 방사능 등 제조 규격과 관련해 식약처가 기저귀든, 생리대든 안전을 관리하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식약처가 안전 관리 기관으로서, 기준을 조속히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더 큰 위험이 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에 대해 "유아와 노인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가 이렇게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게 놀랍다"면서 "해당 제품들의 방사능 검출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정부가 제대로된 방역 시스템을 갖추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기저귀, #심상정, #방사능, #후쿠시마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