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손흥민이 지난해와 달리 레알이 아니라 바르사를 만나게 됐다. 손흥민은 스페인의 거함을 상대로 이번에는 득점을 성공할 수 있을까.

31일(이하 한국시간) 모나코의 그리말디 포럼에서 2018-2019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이 진행됐다. '별들의 전쟁'의 시발점인 만큼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희비가 엇갈렸다. 비교적 전력이 약한 팀과 조 편성이 된 팀들은 환하게 웃었고, 난적들과 한 조를 이룬 클럽들은 비상이 걸렸다. 아직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도 치르지 않았지만 팬들의 기대를 모으는 매치업이 여럿 성사됐다.

그래서 준비했다.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명경기의 냄새를 풍기는 매치들에 대한 소개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뜨겁게 만들 경기들을 미리 살펴본다.

부활을 노리는 바르사를 만난 손흥민(B조 조별리그 2·6차전)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손흥민 ⓒ 연합뉴스/EP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신흥 강자 토트넘 홋스퍼가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죽음의 조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도 상대가 만만치 않다. 챔피언스리그 정상 탈환을 노리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를 필두로 이탈리아 세리아A의 인터밀란, 네덜란드의 빅클럽 PSV 아인트호벤과 B조에서 자웅을 겨루게 됐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경기는 역시 바르사와 토트넘의 충돌이다. 리오넬 메시가 건재하고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선수단의 질과 양을 동시에 잡은 바르사는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최근 토너먼트 단계에서 부진하고 있지만, 적어도 조별리그 레벨에서는 맞설 상대가 없는 바르사다.

반면 손흥민이 포함된 토트넘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조별리그 수위를 차지했던 기억을 재현하고자 한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레알을 격침시켰다. 토트넘의 젊은 선수들은 빠른 속도와 왕성한 에너지로 노련한 레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바르사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온 토트넘이다. 두 팀의 대결은 이번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준비한 선물과 같은 경기다.

한편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손흥민의 활약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시즌 레알과 승부에서는 한 경기에 나와 4분을 뛰는 데 그쳤다. 레알을 상대로 손흥민의 득점을 기대했던 팬들의 열망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2018년 3월 15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캄프 투 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첼시의 은골로 캉테와 공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첼시의 은골로 캉테와 공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바르사를 상대로 손흥민이 어느 정도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망이 밝지는 않다. 강한 상대와 경기에서는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잦은 선택이 문제다. 또한 손흥민이 아시안게임 멤버로 차출된 사이 포지션 경쟁자 루카스 모우라가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손흥민이 바르사를 만나 득점을 터뜨리는 장면을 그리는 것은 아쉽게도 현재까지 쉽지 않은 상상이다.

대회 '4연패' 노리는 레알, 로마 상대로 증명하라(조별리그 G조 1·5차전)

챔피언스리그 4연패를 노리는 레알은 어렵지 않은 조에 위치하게 됐다. G조를 배정받은 유럽의 챔피언은 이탈리아의 AS 로마, 러시아의 CSKA 모스크바, 체코의 빅토리아 플젠과 격돌할 예정이다. 4년 연속 대회 타이틀을 지키는 것이 목표이기에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일은 레알에게는 기본값이다.

하지만 이제 레알에게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다. 굳이 대단함을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호날두의 활약 덕에 레알은 챔피언스리그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레알에게 이번 시즌은 호날두가 유벤투스 FC로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챔피언스리그다. 호날두 없이 챔피언스리그의 왕좌를 지켜야 하는 도전과제 앞에 서 있다.

마침 조별리그 1차전과 5차전 상대 로마는 레알의 이번 챔피언스리그 성적을 가늠할 만한 팀이다. 지난 시즌 로마는 8강전에서 바르사를 꺾으며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리버풀에게 발목을 잡히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는 모습에 팬들은 크게 감명을 받았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의지로 바르사를 침몰시켰던 로마다. 많이 뛰는 팀에게 고전하는 레알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상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필 1차전에서 만난다. 호날두의 향기를 빠르게 지워야 할 레알에게 1차전부터 부담이 되는 상대가 나타났다.

 5월 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경기 중 한 장면.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가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 ⓒ EPA/연합뉴스


승패 여부가 중요하다. 로마를 어렵지 않게 물리치면 챔피언스리그 순항의 시작점이 되겠지만, 만일 로마에게 패한다면 호날두를 추억하는 수많은 팬들의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적어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레알=호날두'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다. 이런 공식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로마전 승리가 필요하다.

한편 로마도 레알전 승리가 절실하다. 레알을 꺾어 지난 시즌 준결승 진출이 우연이 아니였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나아가 레알을 누르고 G조 1위를 차지해야 16강에서 좀 더 쉬운 상대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결국 두 팀의 대결은 전력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꿀잼'이 예상되는 매치업 중 하나다.

흔들리는 맨유, 스페인의 난적 발렌시아를 만나다(조별리그 H조 2·6차전)

지난 시즌 EPL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아래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 굴욕을 맛봤다. 그다지 어렵게 여기지 않았던 세비야 FC에게 덜미를 잡혔다. 16강 1차전 원정길에서 가까스로 0-0 무승부를 거둔 맨유는 홈에서 승리를 장담했지만, 2차전에서 1-2로 패하며 탈락했다.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세비야가 우위에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챔피언스리그에서 특별함을 잃은 맨유다. 이번 시즌 전망도 어둡다. 리그 3라운드까지 벌써 2패를 당한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 조 편성도 호의적이지 않다. H조를 배정받은 맨유는 이탈리아의 거인 유벤투스와 '박쥐군단' 발렌시아, 스위스의 영 보이스와 만나게 됐다.

액면가만 보면 눈에 띄는 경기는 과거 맨유의 에이스였던 호날두가 소속된 유벤투스와 맨유의 맞대결이다. 두 팀의 대결은 '호날두 더비'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클래식 경기이다. 그러나 역사와 달리 현실은 조금 다르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유벤투스와 달리 맨유는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현 실정이다.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의 마르칸토니오 벤티고디에서 열린 2018-2019 시즌 세리에A 키에보와의 개막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AFP/연합뉴스


자연스럽게 맨유에게 비수를 꽂을 수 있는 발렌시아와 대결이 기대를 모은다. 지난 시즌 스페인 라리가 4위를 차지한 발렌시아는 네 시즌 만에 챔피언스리그로 복귀했다. 전통적인 4-2-3-1 포메이션을 버리고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의 짜임새 있는 4-4-2 포메이션으로 부활을 신고했다.

기본적으로 발렌시아는 스페인 클럽답게 공을 소유하면서도 수비 상황에는 빠르게 수비 블록을 구축한다. 공격 상황에서는 곤살로 게데스를 중심으로 한 측면 자원이 공격 스피드를 한껏 높인다. 최전방에는 호드리고 모레노 같은 기술적인 킬러도 자리잡고 있다.

수비가 헐겁고 팀의 속도가 떨어지는 맨유에게 발렌시아는 어려운 상대다. 객관적인 무게감은 맨유가 앞서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효율성과 치명성은 발렌시아가 맨유에 뒤지지 않는다. 현재 흐름상으로는 지난 시즌 세비야에게 무너졌던 방식과 비슷하게 발렌시아에게도 당할 수 있는 맨유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세 모리뉴 감독 ⓒ EPA/ 연합뉴스


만약 유벤투스와 발렌시아를 넘지 못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면 조세 모리뉴 감독과의 이별의 시간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EPL의 패권을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게 내준 상황에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른 시기에 탈락한다면 곧 모리뉴에게 결정타가 될 공산이 크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맨유와 발렌시아의 대결은 흥미로운 매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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