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야 돌파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김진야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김진야 돌파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김진야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02년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이 이끌었던 브라질 축구 대표팀은 한·일 월드컵에서 수준 높은 삼바축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통산 5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실제로 브라질이 대회를 치르는 7경기 동안 상대에게 리드를 빼앗긴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지뉴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는 월드컵 역사상 최강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엄청난 위력을 과시했다.

화려한 공격수들에게 조금 가려 있었지만 브라질에는 양 측면에서 상대를 휘저으며 브라질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무시무시한 프리킥을 자랑하는 '악마의 왼발'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브라질 역대 A매치 최다 출전(142경기)에 빛나는 카푸가 그 주인공이다. 브라질은 카를로스와 카푸라는 역대급 측면 수비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수비에서는 물론 공격에서도 따로 윙어를 쓸 필요가 없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에서도 손흥민을 비롯해 4경기 5골을 기록한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 '무서운 신예' 이승우 등 주로 공격수들이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는 공수에서 풍부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좌우 풀백이 있다. 이제 대표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멤버가 된 김진야와 김문환이 그 주인공이다.

스피드와 활동량, 체력을 겸비한 '스피드 레이서' 김진야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스 출신으로 대건고 시절에 이미 U-17 월드컵에 출전했을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 받은 김진야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고졸 신인임에도 등번호 13번을 받으며 기대를 모은 김진야는 작년 7월 광주FC와의 경기에서 김용환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프로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김진야는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선보이며 인천팬들로부터 '스피드레이서'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진야는 올 시즌에도 좌우 측면을 오가며 좋은 활약을 이어갔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 후에는 윙백으로 나오는 횟수도 늘어났다. 김진야는 체력이나 활동량, 스피드 등 윙어로서 전반적인 기량은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오버래핑 이후 수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뒷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잦은 것은 약점으로 꼽혔다. 아무래도 전문 수비수로 활약한 기간이 짧았던 탓에 나오는 경험부족이었다.

김학범호에서 왼쪽 풀백으로 낙점 받은 김진야는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의 대승을 이끌었다. 특히 전반 22분에는 패널티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쇄도해 들어와 침착한 오른발 마무리로 자신의 대회 첫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학범 감독은 미드필더 5명 중 4명을 교체했던 말레이시아전에서도 김진야를 선발 출전시켜 풀타임을 뛰게 했다.

김진야는 이번 대회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날카로운 측면 돌파로 공격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란과의 16강전에서 측면 돌파를 시도하는 황인범에게 정확한 땅볼 패스를 연결해주며 선제골에 크게 기여한 선수 역시 김진야였다. 비록 골은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가 넣었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공격수들에게만 신경 쓰다가 왼쪽 풀백 김진야에게 호되게 당한 셈이다.

김진야는 이번 대회 엔트리에 포함된 20명의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고 있다. 아무리 체력이 강하다곤 하지만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최대 7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아시안게임 일정은 김진야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남자축구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김진야가 반드시 필요하다. 부디 김진야가 대회가 끝날 때까지 든든하게 한국의 왼쪽 측면을 지켜주길 기대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며 팀 승리 지키는 '해버지'의 후배

김문환 '뺏길 수 없지'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김문환이 이란 아미르 루스타에이와 볼경합을 하고 있다.

▲ 김문환 '뺏길 수 없지'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김문환이 이란 아미르 루스타에이와 볼경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해버지' 박지성의 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한 김문환은 박지성처럼 팀을 위한 헌신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는 선수다. 김문환은 고등학교 시절까지 크게 알려진 유망주는 아니었지만 중앙대 진학 후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대학리그에서 득점 2위를 차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작년 1월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했다.

부산이 2부리그인 K리그2에 속한 덕분(?)에 루키임에도 상대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던 김문환은 작년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으며 나쁘지 않은 데뷔시즌을 보냈다.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 돌파가 강점인 전통적인 스타일의 윙어인 김문환은 프로 입단 후에는 종종 윙백으로 활약하며 시야를 넓혔다.

베트남이 돌풍을 일으켰던 AFC U-23 대회부터  U-23 대표팀에 합류한 김문환은 아시안게임에서도 김진야와 짝을 이뤄 대표팀의 오른쪽을 지키고 있다. 특히 김문환이 결장했던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오른쪽에서 좀처럼 공격이 풀리지 않아 스피드와 돌파력을 갖춘 김문환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키르기스스탄전에서 다시 주전으로 나서며 나성호, 황희찬 등과 좋은 호홉을 보였던 김문환은 이란과의 16강전에서도 뛰어난 움직임을 이어갔다. 후반 19분에는 손흥민과 함께 측면에서 주고 받는 패스를 통해 좋은 기회를 만들었고 후반 45분에는 기습적인 왼발슛으로 이란 골키퍼를 놀라게 했다. 비록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김문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헌신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02 월드컵에서 무려 687분을 소화하는 강철체력을 과시했던 송종국은 김병지가 운영하는 '꽁병지tv'에 출연해 "내 전성기보다 김문환의 활동량이 더 많다"고 극찬했다. 한국 축구는 아직 금메달을 위해 세 번의 큰 고비를 더 넘어야 한다. 하지만 메달 색깔을 떠나 양쪽 측면에서 뛰어난 인재 김진야와 김문환를 발굴한 것은 이번 대회 한국 축구의 커다란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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