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세후도가 '마이티 마우스'의 길었던 독주시대를 끝냈다.

UFC 플라이급 랭킹 1위 헨리 세후도는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UFC 227 코메인이벤트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에게 2-1 판정승을 거두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작년10월 레이 보그를 꺾으며 UFC 역대 최다인 11차 방어에 성공했던 존슨은 특급 레슬러 세후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약 6년 만에 왕좌에서 내려 왔다.

한편 메인이벤트로 열린 밴텀급 타이틀전에서는 챔피언 T.J.딜라쇼가 도전자 코디 가브란트와의 재대결에서 1라운드 4분17초 만에 KO로 승리하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작년11월 가브란트를 꺾고 개인 통산 두 번째 밴텀급 타이틀을 따냈던 딜라쇼는 9개월 만의 재대결에서도 확실한 승리를 거두며 가브란트와의 길었던 대립을 마감했다.

올림픽 챔피언 출신 레슬러, UFC에서도 성공가도

브록 레스너와 크리스 와이드먼,타이론 우들리, 코비 콜빙턴, 케인 벨라스케스, 채드 멘데스 등은 대학시절 전미레슬링 올아메리칸에 선정된 경력이 있다. 레슬링을 기반으로 하는 파이터가 많은 UFC에서 전미레슬링 올아메리칸 출신 선수들은 레슬링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세후도는 미국 대학 레슬링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레슬러다.

세후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55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전 세계의 엘리트 레슬러 중에서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한 후 2013년3월 종합격투기에 데뷔했다. 사실 전 복싱 세계 챔피언 최용수가 K-1에 적응하지 못했고 '천하장사' 이태현의 프라이드 도전이 실패로 끝난 것처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도 종합 격투기라는 '실전격투'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종합격투기 진출을 위해 체계적인 준비를 했던 세후도는 격투기 데뷔 후 4연속 1라운드 KO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고 2014년12월 '올림픽 챔피언의 옥타곤 도전'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UFC에 진출했다. 수준 높은 UFC에서는 중소단체에서 활약하던 시절처럼 KO행진을 하지 못했지만 세후도는 UFC진출 후에도 착실하게 승수를 쌓아나가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마침 챔피언 존슨의 마땅한 상대가 없어 고민하던 UFC에서는 2016년4월 존슨과 세후도의 타이틀전을 성사시켰다. 세후도는 기세 좋게 존슨에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세후도가 자랑하는 레슬링은 존슨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세후도는 경기 초반 한 차례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지만 존슨은 여유 있게 빠져 나온 후세후도를 타격으로 압도했다. 결국 세후도는 챔피언 존슨의 위엄을 실감한 채 1라운드 KO로 격투기 데뷔 후 첫 패배를 당했다.

첫 타이틀전에서 패한 세후도는 2016년12월 조셉 베나비데즈와 플레이급의 2인자를 가리기 위한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세후도는 1라운드 스탠딩 상황에서 두 차례의 로블로 반칙으로 1점을 감점 당했고 베나비데즈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려 판정으로 패했다. 격투기 데뷔 10연승 후 내리 2연패. 패배를 모르고 승승장구하던 올림픽 챔피언이 옥타곤에서 겪은 첫 번째 시련이었다.

2대 플라이급 챔피언 등극

비록 연패를 당했지만 세후도에게 패배를 안긴 두 명의 상대는 오랜 기간 플라이급을 양분하던 강자들이었다. 세후도는 작년 9월 존슨의 10차 방어전상대였던 윌슨 헤이즈를 2라운드KO로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리고 3개월 후에는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앤서니 패티스의 동생이자 4연승으로 플라이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서지오 페티스를 판정으로 꺾고 다시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사실 존슨과 세후도의 2차전은 격투기 팬들에게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1차전에서 보여준 두 선수의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챔피언 존슨의 테이크다운 방어능력은 워낙 정평이 나 있고 타격과 스피드는 존슨이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그런 전망이 나온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세후도는 절대다수 격투기 팬들의 예상을 깨버리는 대이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세후도는 주특기인 레슬링 일변도의 경기스타일을 벗어나 타격으로 존슨과 정면에서 부딪혔다. 예상을 벗어난 세후도의 타격 압박에 존슨은 지금까지 만난 상대들처럼 자신의 리듬을 온전히 살리지 못했다. 세후도는 5라운드 25분 중 4분16초 동안 존슨에게 그라운드 압박에서 우위를 점했고 존슨이 세후도의 타격을 의식하는 틈을 타 테이크 다운도 5번이나 성공시켰다.

결국 세후도는 존슨을 2-1 판정으로 꺾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지 10년 만에 UFC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84년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케빈 잭슨이 UFC에서 활약한 적은 있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 UFC 챔피언에 등극한 것은 세후도가 역대 최초다. 2012년9월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한 후 무적시대를 만들었던 존슨은 5년11개월 만에 옥타곤에서 패배를 맛봤다.

옥타곤 4연승에 도전했던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는 히카르도 라모스에게 1-2 판정으로 패하며 연승행진이 멈췄다. 강경호는 그라운드 컨트롤에서 2분5초-50초, 유효타에서 68-28, 테이크 다운에서 2-1로 앞섰지만 심판은 라모스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리 라모스의 적극적인 공격성에 높은 점수를 준 판정이라지만 강경호와 국내 팬들로서는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아쉬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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