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맨체스터 시티 FC, 아스날 FC, 리버풀 FC, 첼시 FC, 토트넘 홋스퍼 FC를 묶어 흔히 'EPL의 빅6'라 부른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성적을 보면 빅6에 포함된 팀이 상위 6위까지 독식한 시즌은 무려 7회에 달한다(심지어 리그 우승은 2015-2016 시즌의 레스터시티를 제외하면 맨유와 맨시티, 첼시 세 팀의 몫이었다).

매 시즌 상위권에 오르는 팀이 비슷한 데도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이 언제나 관중들로 가득 차는 이유는 단순히 영국 사람들이 뼛속부터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4위 안에 포함되면 유럽 최강의 축구팀을 가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참가자격이 주어진다(물론 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지만). 유럽 축구 팬들에게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 다음 가는 최고의 빅 이벤트로 챔피언스리그 진출팀과 탈락팀은 구단의 가치가 달라진다.

2013-2014 시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와 함께 맨유가 부진에 빠지고 2016-2017 시즌 '4스날의 전설'이 깨지면서 프리미어리그의 4강 싸움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아스날의 추락(?)을 틈 타 리버풀이 최근 두 시즌 연속 리그 4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빅6'의 뜨거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에 리버풀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여름 이적 시장에서 무려 1억9500만 유로(한화 약 2547억 원)를 투자해 4명의 빅네임을 영입했다. 두 시즌 연속 4위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빅4'에서 밀려 났다가 클롭 감독 부임 후 부활한 리버풀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EPL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과 수비수 반 다이크 선수. ⓒ EPA/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18회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FA컵 7회 우승을 자랑하는 리버풀은 잉글랜드 클럽 중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과 맨유(20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리그 우승을 기록한 명문팀이다. 하지만 리버풀은 지난 1989-1990 시즌을 끝으로 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년 이후에는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비운의 팀이기도 하다.

그래도 2004-2005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005-2006 시즌 FA컵 우승으로 명문팀의 명맥을 이어오던 리버풀은 2010년대 맨시티, 토트넘의 약진과 함께 '빅4'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제로 리버풀은 2008-2009 시즌 리그 2위에 오른 후 2009-2010 시즌 7위, 2011-2012 시즌 8위에 머물며 챔피언스리그에서 4년 연속 자취를 감추는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리버풀은 2015-2016 시즌 초반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 변화를 맞기 시작했다. 클롭 감독은 어수선하던 리버풀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하며 2015-2016 시즌 리그컵과 유로파리그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물론 리그 8위의 성적으로는 전 세계에 포진된 콥(리버풀 서포터즈를 칭하는 단어)들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없었지만 감독 교체 후 반등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2015-2016 시즌에 보여준 클롭 감독의 가능성은 2016-2017 시즌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각종 컵대회보다는 리그에 전념한 리버풀은 시즌 초,중반까지 선두다툼을 벌이며 선전했다. 리버풀은 시즌 중반 사디오 마네의 네이션스컵 참가와 부상, 조던 헨더슨의 부상 등으로 순위가 떨어졌지만 '4스날의 과학'을 깨고 3년 만에 리그 4강과 더불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는 성과를 얻었다.

2016년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 2017년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센터벡 버질 판데이크를 영입한 리버풀은 2017-2018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결승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1-3으로 패했지만 리버풀이 다시 한 번 세계적인 명가로 부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시즌이었다. 더불어 팀의 주포 살라는 리그 31골을 기록하며 2013-2014 시즌의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에 이어 4년 만에 리버풀 소속의 득점왕에 등극했다.

이적 시장 생태계 파괴하는 폭풍 영입? 강력한 스쿼드 구축

 2017년 3월 9일 프랑스 리옹에서 진행된 올림피크리옹과 AS 로마의 UEFA 유로파 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AS 로마의 골키퍼 알리송 베커가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2017년 3월 9일 프랑스 리옹에서 진행된 올림피크리옹과 AS 로마의 UEFA 유로파 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AS 로마의 골키퍼 알리송 베커가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2017-2018 시즌을 4위로 마치며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낸 리버풀 선수들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고국의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했다. 살라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당한 어깨 부상에도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이집트의 자존심을 지켰고 마네도 카메룬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잉글랜드의 중원을 이끈 조던 헨더슨과 크로아티아 돌풍의 주역이었던 데얀 로브렌의 활약은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리버풀과 클롭 감독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리버풀은 월드컵을 전후로 이적시장에서 부족했던 전력을 보강하기 시작했다. 먼저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두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의 대안으로 브라질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알리송을 영입했다. 알리송의 이적료 250만 유로(한화 약 33억2천만 원)는 2017년 에데르송 모라에스(맨시티)가 기록했던 4000만 유로를 훌쩍 넘는 역대 골키퍼 최고 이적료 기록이다.

피지컬이 좋은 헨더슨과 함께 중원을 형성할 선수로는 살라, 마네에 이은 또 한 명의 '아프리카 특급' 나비 케이타를 선택했다. 황희찬(레드불 찰츠부르크)의 팀 선배이자 티모 베르너, 에밀 스트로베리와 함께 2016-2017 시즌 RB 라이프치히의 돌풍을 주도했던 케이타는 2017-2018 시즌 라이프치히를 유로파리그로 이끌고 리버풀 이적이 확정됐다. 케이타는 리버풀에서 스티븐 제라드의 등번호 8번을 물려 받을 예정이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위스를 16강으로 이끌었던 '알프스 메시' 제르난 샤치리도 다음 시즌부터 리버풀의 홈구장 안필드를 누빌 예정이다. 물론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세리에A의 인터밀란에서 활약하던 시절에 비하면 가치가 다소 떨어졌지만 샤치리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아프리카 3총사(살라, 마네, 케이타)'가 버틴 리버풀에서 당장 주전을 차지하긴 쉽지 않지만 로테이션 멤버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비록 러시아 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브라질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의 합류도 빼놓을 수 없다. 리버풀은 지난 2010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허베이 화샤)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이후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시즌을 치러 왔다. 당연히 나머지 선수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었는데 높이와 기동력, 활동량을 두루 겸비한 파비뉴는 리버풀의 약점을 메우기 위한 '맞춤형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멤버가 건재한 리버풀은 이적시장에서 알리송, 케이타, 샤치리, 파비뉴를 차례로 영입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여기에 한때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혔던 대니얼 스터리지도 임대 생활을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과연 부임 후 매 시즌 팀을 한 단계 발전시켰던 클롭 감독은 구단이 만들어준 최고의 재료들을 가지고 지난 시즌을 능가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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