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중생A>의 한 장면.

영화 <여중생A>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 아이가 떨어질 결심을 하기까지 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 그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이경섭 감독)

포털사이트 인기 웹툰 <여중생A>를 영화화 한 이경섭 감독의 말처럼 영화 <여중생A>에 등장하는 그 어떤 어른도 정상적이지 않다. 주인공 미래(김환희)의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에 폭력적이며, 엄마 역시 방관자다. 학교 담임선생(이종혁) 역시 아이들 간 갈등과 문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진실보다는 전체를 위한 침묵을 강요하는 인물.

이 비겁하고 무책임 한 어른들 틈에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한다. 문제는 그 생존방식이 어른들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점. 자존감이 낮고 감수성 예민한 미래는 좀처럼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하지만 소설 쓰기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 영화는 미래가 직접 자신의 소설을 낭독하고, 그가 겪는 사건들을 함께 제시하면서 진행된다.

동화가 돼 버린 현실

 영화 <여중생A>의 한 장면.

영화 <여중생A>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학교 친구 태양(유재상)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미래는 공모전에 자신의 소설을 낸다. 문제는 친근하게 다가왔던 반 친구 백합(정다빈)이 그 소설을 표절하면서 발생한다. 진상조사가 이뤄지며 사건은 진실 게임으로 넘어가고, 이 과정에서 미래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재희(김준면)가 다가오면서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구도가 자리 잡는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아이들은 결국 사람이다. 특히 아직 세상에 나가지 않은 섬세한 존재들이기에 어른들과 관심과 애정이 누구보다 필요하다. 왕따와 학교폭력, 가정문제 등으로 남몰래 울고, 가슴 속 그을음이 있는 이들의 마음을 웹툰이 위로했다면 영화 역시 그 진정성을 이어 받아야 했다.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영화에 담긴 진정성을 의심하긴 어려워 보인다. 다만 영화적으로 잘 풀어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미래의 소설 내레이션, 미래가 유일하게 뛰어놀던 게임 속 공간을 실사로 풀어내며 영화는 현실과 환상 사이 모호한 경계를 만들어 놓지만 그간 여러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익숙한 문법과 이미지가 가득하다. 진부하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사건 진행 속도는 필요 이상으로 느려, 배우들의 호흡 역시 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웹툰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빼고 무엇에 집중하는지는 드러났지만 이걸 영화적으로 표현함에 있어서는 다소 신선함이 덜하다는 느낌이 남는다. <곡성>의 김환희, <글로리데이> 속 김준면 등 전작에서 나름의 개성과 가능성을 보인 좋은 배우들의 활용도 아쉽다. 

감독의 진정성과 섬세한 자세는 인정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를 영화로 구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 줄 평 : 좋은 웹툰이 반드시 좋은 영화의 보증수표는 아닌 법 
평점 : ★★☆(2.5/5)

영화 <여중생A> 관련 정보
연출: 이경섭
출연: 김환희, 김준면
제작: 영화사 울림, 네이버 웹툰
제공: 롯데시네마 아르떼/네이버 웹툰
배급: 롯데시네마
개봉: 2018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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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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