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켜보는 김경문 감독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3회 초 NC 김경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4.27

▲ 경기 지켜보는 김경문 감독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3회 초 NC 김경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4.27 ⓒ 연합뉴스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에 허덕이던 NC 다이노스가 드디어 감독 교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NC 다이노스 구단은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8로 패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유영준 단장의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고 김경문 감독은 구단의 고문으로 예우를 받게 될 예정이다.

새로 NC를 이끌게 된 유영준 감독대행은 외국인 감독 트레이 힐만(SK 와이번스)을 제외하면 KBO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없는 유일한 사령탑이다. 중앙대 졸업 후 1992년까지 실업팀 한국화장품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유 대행은 은퇴 후 춘천고, 이수중, 장충고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2011년부터 NC의 스카우트 팀장을 역임했다.

2011년 8월 31일 NC의 초대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경문 감독은 2012년 퓨처스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지난 3일 삼성전까지 작년 7월 병원에 입원했던 기간을 제외하면 NC가 치른 모든 경기에서 덕아웃을 지켰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NC가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2016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김경문 감독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두산서 세 번의 준우승,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까지

2004년 김인식 감독에 이어 두산 베어스의 감독을 맡으며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경문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두산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며 일찌감치 그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특히 2005년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는 훗날 약물 스캔들과는 별개로 당시 두산 구단과 김경문 감독에게는 커다란 축복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본격적인 전성기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두산은 2007년과 2008년 연이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커다란 성과를 거두며 기복이 심한 팀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냈다. 김경문 감독은 선발진의 중심을 리오스나 맷 랜들 같은 외국인 투수에게 맡기고 불펜에서는 고창성, 임태훈, 이재우, 이용찬으로 이어지는 이른 바 'KILL라인'을 구축해 강하고 안정된 팀 전력을 유지했다.

감독 생활을 통틀어 최고 영광의 순간은 역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김성근 감독과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현역 감독들이 고사한 상태에서 대표팀을 이끌게 된 김경문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으로 한국의 퍼펙트 금메달을 이끌었다. 특히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좌완을 상대로 좌타자 김현수(LG트윈스)를 대타로 기용하거나 이승엽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 준결승과 결승전 결승 홈런을 이끄는 작전으로 '작두경문'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을 이끄는 7년 동안 세 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과 6번의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고도 김경문 감독은 '2인자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벗지 못했다('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최전성기의 SK와 동시대를 살았던 것이 비극이었다).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하던 두산이 2011 시즌 7위까지 추락하며 흔들리자 김경문 감독은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6월 스스로 팀을 떠났다.

감독 사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던 김경문 감독은 그 해 8월 31일 신생구단 NC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두산 감독 사퇴부터 NC감독 선임까지 공백이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던 셈이다. 두산에서 끝내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NC라는 신생팀에서 말 그대로 '백지 상태'에서 재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신생구단을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끈 달의 매직

NC, 두산에 6-2 패배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두산에 6-2로 패한 NC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18.4.27

▲ NC, 두산에 6-2 패배 27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두산에 6-2로 패한 NC 선수단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18.4.27 ⓒ 연합뉴스


2012년 퓨처스리그를 초토화한 NC는 2013년 1군 첫 시즌에 7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와 두산 시절의 제자인 FA 이종욱, 손시헌이 합류한 2014년 NC는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경문 감독은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김진성을 마무리로, 롯데 자이언츠 시절 '전국구 에이스'라 불리던 베테랑 손민한을 필승조로 활용하며 NC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다.

NC의 성장은 외국인 선수 쿼터가 한 명 줄어든 2015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테임즈가 40-40 클럽을 달성하고 에릭 해커가 19승으로 다승왕에 올랐으며 임창민이라는 새 마무리 투수를 발굴한 NC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김경문 감독은 201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테임즈의 역수출로 전력이 약해졌다고 평가 받은 작년 시즌에도 NC를 플레이오프까지 이끌며 팀을 신흥 명문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두산 시절 3년 연속(2007~2009년) SK에게 패하며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달하지 못했던 김경문 감독은 NC에서도 가을야구에서 특정팀 징크스에 시달렸다. 바로 친정팀 두산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한 차례 두산을 만나 모두 패하고 말았다. 가을야구에서 두산과의 상대전적은 3승 10패에 불과하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대만 출신의 외국인 투수 왕웨이중을 영입하는 등 선수단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NC는 시즌 초반부터 박민우, 박석민, 자비어 스크럭스, 권희동 등 주력 타자들의 부진과 부상, 마무리 임창민의 팔꿈치 수술에 따 른 불펜진의 붕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하위로 추락했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지난 3일 삼성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400일, 6년 9개월 만에 NC의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부터 불펜 투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이 같은 스타일은 NC 시절에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아무 것도 없었던 신생팀을 4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며 팀의 기틀을 다져온 감독이라는 점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이제 NC는 5일 롯데전부터 '달'이 뜨지 않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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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 유영준 감독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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