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1차 라인업 포스터

제 13회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1차 라인업 포스터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지난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팬들은 실망을 숨기지 못했다. 'Pompeii'를 히트시킨 바스틸(Bastille), (슈퍼스타가 되기 직전의) 두아리파(Dua Lipa), 일렉트로니카 듀오 저스티스(Justice) 등이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라인업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량감 있는 록밴드의 부재가 문제였다. 결국 펜타포트는 2016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록음악이 예전만큼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요즘이다. CJ가 주관하는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도 2017년 흥행 부진 이후, 올해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록팬들의 '마지막 보루'인 펜타포트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페스티벌을 두 달 정도 앞둔 6월 1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1차 라인업이 뒤늦게 발표되었다. 예년보다 한참 느린 발표였다. 그러나 반응은 꽤 긍정적이다

인천의 밤하늘에 울려퍼질 'Hurt'

헤드라이너로는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이하 NIN)가 이름을 올렸다. NIN은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이끌고 있는 원맨 밴드로서, 인더스트리얼 록을 상징하는 뮤지션이다. 트렌트 레즈너는 스스로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믹싱 등 모든 작업을 해내는 완성형 뮤지션이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 부문을 수상할만큼 영화 음악계에서도 명성이 높은데, 특히 데이비드 핀쳐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나를 찾아줘> 등에서 그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푸 파이터스의 리더인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트렌트 레즈너를 '우리 세대의 가장 훌륭한 뮤지션이며 프로듀서이고 작곡가다'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NIN의 음악은 매우 공격적이면서도 음울하다, 그리고 그 정서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라이브 실력까지 갖췄다. 타임지가 트렌트 레즈너를 '인더스트리얼 음악에 인간성을 부여한 시인'이라고 규정한 것은 아주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특히 1994년에 발표된 < The Downward Spiral >은 인더스트리얼 록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앨범에는 'March Of The Pigs', 'Closer' 등 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Hurt'는 NIN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Hurt'는 자기 파괴적이고 종말적인 분위기로 듣는 이를 압도한다. 이 곡은 다른 장르의 거장들도 감동시켰다. 컨트리의 전설 조니 캐쉬(1932~2003)는 죽음을 앞둔 2002년, < American IV: The Man Comes Around > 에서 이 곡을 리메이크했다. 고독을 극대화한 그의 곡 해석은 원곡자인 트렌트 레즈너조차 고개를 숙이게 만들만한 것이었다. < The Downward Spiral >의 마지막 트랙인 'Hurt'는 라이브 공연에서도 엔딩곡으로 애용되곤 한다. 다가오는 8월, 인천의 밤하늘에 울려 퍼질 'Hurt'가 기대된다.

I hurt myself today To see if i still feel
난 오늘 내게 상처를 내 보았어. 내가 아직 느낄 수 있는지 알고 싶었기에.
I focus on the pain The only thing that's real
난 고통에 집중해. 고통만이 실존하는 것이니까

- 'Hurt'(1994) 중

린킨파크의 추억, 그리고 힙스터의 아이콘까지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의 이름 역시 팬들을 반갑게 한다. 마이크 시노다는 린킨 파크(Linkin Park)에서 랩퍼, 키보디스트, 리듬 기타 등을 맡았던 멤버다. 그러나 지난 해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는 솔로 뮤지션으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마이크 시노다는 솔로 앨범 < Post Traumatic >의 수록곡들은 물론, 'In The End' 등 린킨 파크의 명곡도 부를 예정이다. 린킨 파크의 존재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위안이 될것이다.

일본 대중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치모스(Suchmos)의 첫 내한 소식을 반겼을 것이다.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결성된 서치모스는 요즘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힙한' 밴드다. 애시드 재즈와 소울, 펑크(Funk),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여 나른하면서도 도시적인 그루브를 조성한다. 그 외에도 일렉트로닉 뮤지션 블러디 비츠루츠(Bloody Beets roots)가 강력한 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라인업으로는 펜타포트와 인연이 깊은 칵스(The KOXX)가 눈에 띈다. 1년 사이 무서운 성장세를 탄 스타 신인 새소년,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등도 1차 라인업에 합류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인천 송도 달빛 축제 공원에서 개최되며, 8월 10일 금요일부터 8월 12일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아직 1차 라인업만 공개된 상황이지만, 팬들의 기대는 상당하다. 강력한 헤드라이너가 팬들에게 주는 확신이다. 3000장 한정의 얼리 버드 티켓은 몇 시간 만에 매진되었다. 록에 대한 갈증이 확실히 존재했다는 증거다. 2013년 '록 페스티벌 붐' 이후 수많은 페스티벌들이 명멸했다.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록 페스티벌은 '펜타포트' 뿐이다. 앞으로도 펜타포트가 '오아시스'의 역할을 꾸준히 해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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