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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쾌적한 실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의 인테리어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인테리어를 주목하지 않는다. 심미적 측면에서도 인테리어를 주목한다. 어떤 소품을 두고 어떤 가구 배치를 하는지에 따라 실내 공간이 가지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인테리어는 결국 그 공간의 소통 능력 - 여기서 소통 능력이란 인테리어에 따른 소통의 정도를 의미한다 - 을 결정짓는다. 나는 이러한 인테리어의 특성, 그중에서도 사람의 주거공간인 집의 인테리어에 숨은 소통의 미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소파의 종류와 배치에 따른 소통의 미학

테이블을 감싸는 형태의 소파 배치로 대화의 용이함이 눈에 띈다.
▲ 드라마<도깨비> 속 소파 배치 테이블을 감싸는 형태의 소파 배치로 대화의 용이함이 눈에 띈다.
ⓒ 드라마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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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를 배치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인용 소파를 테이블 주위에 배치하는 유럽형 인테리어, 다른 하나는 3~4인용 소파를 한쪽 벽면에 설치된 TV 맞은편에 배치해두는 한국형 인테리어다.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45cm 이하는 친밀한 공간, 0.45~1.2m는 개인적인 공간, 1.2m~3.6m는 사회적 공간, 3.6m 이상은 공적인 공간'으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낯선 사람이 개인적 공간을 침범하면 불쾌감을 느낀다. 3~4인용 소파는 소파 특성상 친밀한 공간 이내로 타인이 들어오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또, 굳이 크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속삭이며 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즉,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불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인용 소파는 3~4인용 소파보다 불쾌함과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작다. 더불어 1인용 소파는 병렬로 나란히 배치한다기보다는 테이블 주변을 원형으로 감싸는 형태로 배치하기 때문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소통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만약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이 그렇게 친밀한 대상이 아니라면 1인용 소파에 앉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조명의 밝기와 색깔에 따른 소통의 미학

둘의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백색-주백색의 조명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조명 사용 둘의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백색-주백색의 조명을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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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서 분위기를 담당하는 것은 다름 아닌 조명이다. 흔히 분위기 좋은 카페는 노란 조명에 약간은 어두운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 조명의 색깔로 기대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효과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난 몇 년간 젊은 세대에는 '새벽 감성'이란 단어가 하나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새벽 감성은 낮과는 다르게 새벽만 되면 센치(sentimental)해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새벽만 되면 센치해지는 것일까?

호르몬의 일종인 세로토닌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세로토닌은 햇빛을 쬘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행복 호르몬의 일종이다. 당연히 햇빛이 없는 새벽엔 세로토닌의 분비가 적을 터, 세로토닌의 분비가 적어지면 우울감이 생긴다. 이런 이유로 새벽에는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센치한 감정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센치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마음 속 깊은 얘기를 꺼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어두운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밝은 백색의 조명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심플한 인테리어와 소통의 상관관계

근래 들어 심플함과 모던함이 특징인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가 흥하고 있다. 먼저 북유럽 인테리어에 관해 설명하자면 북유럽은 대체적으로 북위 55° 이북 지역으로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일부는 북극권이 지나고, 나머지 국가들도 대체로 추운 기후이다. 그리고 북유럽은 대부분 숲으로 이루어져 삼림자원이 풍부하다.

이런 지역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가구는 목재로 이뤄져 있다. 특히 북유럽 인테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심플함'인데, 이는 1920년대 북유럽의 디자이너들이 모더니즘에 열광한 탓인데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심플함과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삭제했고, 이는 곧 북유럽 인테리어의 전유물이 됐다.

북유럽 스타일의 심플한 인테리어는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1인 가구에서 더 흥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굳이 넓은 집에 누군가와 교류하기 위한 인테리어를 할 필요가 없다. 좁은 공간에서 나 혼자만 잘 살 수 있는 인테리어로도 충분하다.

특히 이런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화이트, 블랙의 모노톤으로 포근함보다는 시크함, 차가운 분위기를 가진다. 다시 말해 친근한 분위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유럽 인테리어가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삭제했듯, 불필요한 소통은 과감히 단절시키고자 한 것이다.

지금까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인테리어에 내포된 의미를 파악해보았다. 물론 인테리어는 단순히 한 사람의 미적 감각이 드러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이 모든 경우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인테리어 효과에 따라 소통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만약 누군가를 집에 초대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과의 소통을 효과적으로 하고 싶다면 인테리어를 살짝 바꿔보는 건 어떨까.


태그:#인테리어, #소통,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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