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결성된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이 세계 랭킹 2위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남측의 안재형 감독과 북측의 김진명 감독이 이끄는 여자탁구 남북단일팀은 4일 스웨덴 할름스타드 알레나에서 열린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 4강전에서 일본에게 게임스코어 0-3으로 패했다. 이번 대회는 단체전에서 3,4위전이 따로 열리지 않기 때문에 단일팀은 자동으로 동메달이 확정됐다.

지난 3일 단일팀 구성을 발표하고 하루 동안 가볍게 몸을 풀고 곧바로 4강에 임했던 단일팀은 여자 단체전 세계랭킹 2위 일본을 상대로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패했다. 하지만 남북대결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8강전을 앞두고 극적으로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남북탁구는 향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각 종목 단일팀 구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성 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27년 만의 남북 탁구 단일팀


현지시간으로 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여자탁구 8강 남북대결. 평소 같으면 결의에 찬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왔을 남북 선수들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몸을 풀고 라켓을 준비하는 대신 서로 악수를 나누며 8강전이 취소됐음을 알렸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을 중심으로 남북 탁구협회가 노력한 끝에 8강을 앞두고 남북 단일팀 구성을 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사실 남북 단일팀은 대회 도중에 결성된 것이기 때문에 상대 국가의 동의가 필요했다. 8강에 진출한 8개 팀 가운데 남북을 제외한 6개 나라 중에서 하나라도 반대를 한다면 남북 단일팀 구성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탁구를 통한 남북의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한 노력에 다른 나라들도 흔쾌히 동의를 하면서 남북 단일팀이 어렵게 구성됐다. 남북 선수들은 3일 오후 한 차례 가볍게 호흡을 맞춘 후 일본과의 4강에 임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꾸준한 투자로 중국을 위협하는 세계적인 강호로 급부상한 일본은 급조된 단일팀으로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일본은 단식 세계랭킹 3위 이시카와 카스미, 6위 히라노 미우, 7위 이토 미마를 앞세워 남측의 전지희와 양하은, 북측의 김송이를 상대로 게임 스코어 3-0의 완승을 거뒀다. 3경기에 나선 남측의 양하은이 한 세트, 2경기에 나선 북측의 김송이가 두 세트를 따내며 선전했지만 끝내 경기를 가져오진 못했다.

혹자는 이번 단일팀 구성을 두고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급조된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언급하며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대회 중간에 팀이 구성됐기 때문에 중간에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었다. 오히려 단일팀을 구성하지 않았다면 한 팀은 8강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단일팀 결성으로 인해 남과 북 9명의 선수가 모두 메달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리 단체전은 단식만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 간의 호흡을 염려할 필요도 없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스포츠 교류를 언급하며 평소에 좋아했던 농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가장 먼저 하나가 된 종목은 농구가 아닌 탁구였다. 비록 이번 단일팀은 단 한 경기 만에 대회 일정을 마감했지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꾸준한 준비를 통해 진정한 '원팀'을 결성한다면 더욱 강하고 단단한 남북단일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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