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KBO리그는 정규리그 우승팀이 곧바로 한국시리즈로 직행한다. 다른 팀들이 치열하게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체력적으로, 전략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우승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작년까지 18번의 시즌에서 정규리그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경우는 무려 16회(88.9%)에 달한다. 정규리그 우승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직행열차'라고 해도 큰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나 프로농구(NBA)에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에게 비교적 공평한 우승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NBA에서는 각 컨퍼런스 승률 1위팀부터 8위팀까지 플레이오프에서 16승을 올려야만 파이널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최대한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팬들의 흥미를 끌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무국의 전략이다.

그렇다고 정규리그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정규리그 순위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수월한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동부컨퍼런스 2위 보스턴 셀틱스와 7위 밀워키 벅스의 1라운드는 쉽사리 2번시드 보스턴의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보스턴 선수단에 부상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아테토쿤포(오른쪽)가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하면 밀워키의 이변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

아테토쿤포(오른쪽)가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하면 밀워키의 이변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 ⓒ NBA.com 홈페이지 갈무리


헤이워드에 이어 어빙까지 시즌 아웃, 보스턴 대권도전 빨간불

보스턴의 대니 에인지 단장은 케빈 가넷, 폴 피어스,레이 앨런으로 이어지는 '빅3'가 붕괴되자 미래를 위한 리빌딩을 선언했다. 열성적인 홈팬들은 갑작스런 전력 약화에 구단을 비판했지만 에인지 단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버틀러대학의 돌풍을 일으켰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을 영입하고 주력 선수들을 내준 대가로 열심히 수집한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통해 착실히 전력을 다져 나갔다.

리빌딩 2년째이던 2014-2015 시즌 다시 플레이오프에 복귀한 보스턴은 2016-2017 시즌 정규리그에서 53승을 거두며 동부컨퍼런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아이재아 토마스(LA레이커스)의 부상으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1승 4패로 패했지만 주력 선수 대부분이 20대였던 보스턴의 미래는 매우 밝았다.

하지만 에인지 단장은 동부 컨퍼런스 1위의 전력으로도 만족하지 않았다. 보스턴은 FA시장에서 올스타 포워드 고든 헤이워드를 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리더를 단신의 토마스에서 파이널 경험이 풍부한 카이리 어빙으로 바꿨다. 비록 헤이워드가 개막전에서 발목 골절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악재가 있었지만 보스턴은 새로운 에이스 어빙을 중심으로 꾸준히 동부 컨퍼런스 1~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시즌 말미 보스턴에게 또 하나의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보스턴의 득점 리더인 어빙이 3월 12일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다. 부상 이후 결장을 이어가던 어빙은 고질적인 부상 부위였던 무릎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며 시즌 아웃됐다. 비록 팀은 달랐지만 보스턴은 지난 시즌 각각 25.2득점(어빙), 21.9득점(헤이워드)을 기록했던 팀의 원투펀치를 잃게 된 셈이다.

게다가 보스턴은 수비와 허슬플레이가 돋보이는 마커스 스마트마저 손가락부상으로 4월 말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스티븐스 감독은 차와 포, 마를 모두 뗀 상태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와 장기를 두게 된 셈이다. 매 시즌 농구팬들을 뛰어넘는 발전 속도를 보여왔던 스티븐스 감독과 보스턴 선수들이 밀워키를 상대로 어떤 승리방정식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아테토쿤포-미들턴-블렛소가 이끄는 밀워키, 언더독 반란 노린다

지난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리스 출신의 장신 포워드 야니스 아테토쿤포가 전체 15순위로 밀워키에 지명됐을 때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11cm의 신장은 분명 커다란 장점이지만 아테토쿤포는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만큼 정확한 슛을 가진 선수도, 험한 NBA의 몸싸움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체격을 가진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크고 깡마른 소년은 5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유망주에서 팀 내 에이스, 올스타를 거쳐 현재는 MVP에 선정되도 이상하지 않을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했다. 매년 향상되던 평균 득점은 이번 시즌 26.9점까지 올라갔고 정확히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더블더블 시즌을 만들었다. 게다가 약점으로 지적되던 3점슛 성공률도 30.7%까지 끌어 올리면서 점점 완성형 선수가 되고 있다.

밀워키에서 아테토쿤포의 위치가 절대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밀워키가 아테토쿤포의 원맨팀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슈터 크리스 미들턴은 데뷔 후 처음으로 20득점을 돌파했고 포인트가드 에릭 블랫소도 피닉스 선즈를 벗어나 밀워키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 말콤 브로그단과 성실한 스윙맨 토니 스넬이 버티는 외곽라인도 나쁘지 않다. 부상 복귀 후 31경기에서 평균 12.6득점을 기록한 자바리 파커도 식스맨으로 쓰기 아까운 출중한 포워드다.

다만 약점이 있다면 존 핸슨이 이끄는 센터진이다. 만약 핸슨이 알 호포드,애런 베인스, 그렉 먼로로 이어지는 보스턴의 빅맨진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정통빅맨이 아닌 아테토쿤포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시즌 중 경질된 제이슨 키드 감독 대신 밀워키를 이끌고 있는 조 프런티 감독대행의 지도력이 플레이오프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NBA 코치 경력 14년의 프런티 감독 대행은 아직 NBA팀의 감독을 맡은 경험이 없다.

밀워키는 전설의 카림 압둘-자바가 활약하던 1970-1971 시즌을 마지막으로 47년 동안 파이널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통과한 것도 앨런과 글렌 로빈슨, 샘 카셀 같은 추억의 이름들이 활약하던 2000-2001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과연 밀워키는 주력 선수들의 부상으로 정상전력이 아닌 보스턴을 꺾고 17년 만에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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