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 속한 30개 구단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10년 안에는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목표를 가지고 리그에 참가한다. 하지만 실제로 21세기 들어 열린 18번의 시즌에서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팀은 8개팀에 불과하다. LA레이커스(5회)와 샌안토니오 스퍼스(4회), 마이애미 히트(3회) 같은 팀들이 눈치 없이 복수의 우승컵을 가져가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다.

NBA는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구단들에게도 매우 인색하다. 실제로 30년 이하의 역사를 가진 7개 구단 가운데 파이널 우승을 경험한 구단은 마이애미가 유일하다. 올랜도 매직이 샤킬 오닐(은퇴)과 드와이트 하워드(샬럿 호네츠)가 활약하던 시절 두 차례 파이널 무대를 밟았을 뿐 나머지 5개 구단은 하위권을 전전하거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게 기존 명문 구단과 신생 구단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1995년에 창단한 '막내 구단'이자 캐나다의 유일한 NBA 구단 토론토 랩터스가 이번 시즌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연속으로 50승을 돌파하며 동부 컨퍼런스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한 토론토는 이번 시즌 동부 컨퍼런스 1위를 질주하며 파이널 우승을 넘볼 수 있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카터와 보쉬같은 스타 거느려도 별 수 없었던 토론토의 한계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로우리를 영입한 것은 토론토에게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로우리를 영입한 것은 토론토에게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 NBA.com 화면캡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드림팀 열풍'을 통해 NBA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한 사무국에서는 지난 1995년 캐나다를 연고로 한 2개의 신생팀을 창단했다. 이미 야구로는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의 대표적인 스포츠 도시 토론토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로 유명해진 밴쿠버였다.

토론토와 밴쿠버 그리즐리스는 1995-1996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밴쿠버는 창단 후 6년 동안 단 한 번도 3할 승률조차 넘기지 못하며 하위권을 전전하다가 지난 2001년 멤피스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하지만 토론토는 캐나다의 유일한 NBA구단으로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창단 3년 만에 팀의 첫 프랜차이즈 스타인 '에어 캐나다' 빈스 카터(새크라멘토 킹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폭발적인 득점력과 죽어가던 덩크 콘테스트를 부활시킨 슈퍼스타 카터는 1999-2000시즌부터 3년 연속 토론토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하지만 카터는 전력보강을 소홀히 하는 팀 운영에 불만을 가졌고 태업을 의심케 하는 플레이를 펼치다가 2004년 뉴저지 네츠(현 브루클린 네츠)로 떠났다. 프랜차이즈 최초이자 최고의 스타를 잃은 토론토는 순식간에 성적이 뚝 떨어졌다.

비록 카터는 떠났지만 '역대급'으로 꼽히는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공룡' 크리스 보쉬를 4순위로 지명한 건 토론토에게 큰 행운이었다. 보쉬는 입단 2년 차부터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고 2006-2007 시즌 토론토를 5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복귀시켰다. 하지만 카터가 그랬던 것처럼 보쉬 역시 원맨팀으로 낼 수 있는 한계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까지였다. 결국 보쉬도 2010년 트레이드를 통해 드래프트 동기들이 기다리는 마이애미로 떠났다.

카터를 떠나 보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보쉬를 떠나 보낸 후 토론토에는 다시 암흑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토론토는 2009년 드래프트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슈팅가드 더마 드로잔을 지명했고 2012년에는 휴스턴 로키츠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공수를 겸비하고 강한 심장을 가진 포인트가드 카일 로우리를 영입하며 전력을 재정비했다. 그리고 이 두 선수는 오늘날 NBA를 대표하는 올스타 가드콤비로 성장했다.

로우리-드로잔 콤비에 젊은 식스맨들 동반 성장하며 동부 1위 질주

물론 라우리와 드로잔 콤비가 처음부터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다. 2013-2014 시즌과 2014-2015 시즌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할 때만 해도 카터와 보쉬가 그랬던 것처럼 올스타 콤비의 활약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실제로 그 시절 토론토는 운동능력은 뛰어나지만 사이즈(201cm)가 작고 성장속도가 더딘 테렌스 로스(올랜도)가 주전 스몰 포워드로 뛰며 매치업 대결에서 열세를 보이곤 했다.

하지만 토론토의 드웨인 케이시 감독은 약점을 찾아 꾸준한 보강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코리 조셉(인디애나 페이서스)과 비스맥 비욤보(올랜도), 루이스 스콜라 등을 영입한 2015-2016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다. 그리고 작년 2월에는 뛰어난 블록슛과 외곽슛을 겸비한 파워포워드 서지 이바카를 영입하면서 또 한 번 컨퍼런스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그리고 2년 연속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패했다).

토론토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P.J.터커(휴스턴), 조셉,더마레 캐롤(브루클린)이 팀을 떠났지만 뛰어난 외곽슛을 갖춘 슈터 C.J.마일스를 영입하며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외곽을 보강했다. 델론 라이트와 파스칼 시아캄, 프레드 밴블리트 등 만25세 이하의 식스맨 자원들이 동반 성장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원투펀치 드로잔과 로우리 역시 이번 시즌 합작 40.5득점 11.8어시스트를 합작하며 듬직하게 팀을 이끌었다.

사실 토론토의 전력이 좋아졌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론토를 동부 컨퍼런스의 '양강' 보스턴 셀틱스와 클리블랜드에 이은 3위 정도의 전력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1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토론토는 2위 보스턴에 2.5경기 앞선 동부 컨퍼런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10일에는 NBA 전체 승률 1위 휴스턴의 18연승을 좌절시키기도 했다. 토론토는 에이스 드로잔을 포함해 평균 35분 이상 뛰는 선수가 한 명도 없고 무려 11명이 15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토론토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토론토는 이미 지난 4번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큰 경기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가며 체력전이 되더라도 선수층이 두꺼운 토론토에게는 나쁠 것이 없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던 토론토가 이제는 진지하게 파이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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