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류재림 원장

한국영상자료원 류재림 원장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 류재림 원장이 최근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성희롱성 발언으로 논란을 빚다가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자 내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류 원장은 또한 최근 단행한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노조의 항의를 받고 이를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영화계 안팎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영상자료원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특히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탄압에 협력했다는 주장도 있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조사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 관련 부적절한 발언 사과

6일 영상자료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류 원장은 지난 2017년 12월 종무식 자리에서 "남자들은 여직원 앞에서 2018년 발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 팀은 아주 꽃밭이네" 등의 성희롱성 발언으로 직원들에게 수치심과 불쾌감을 안겼다.

류 원장은 또 "2017년에는 노무 담당자가 노조 때문에 힘들었다"는 발언도 했는데, 노조 측은 최근 단행된 인사가 논란이 되자 지난 2일 성명을 발표해 항의했다. 영상자료원 노조는 '명백하게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발언으로 사용자 측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류재림 원장은 지난 6일 영상자료원 내부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려 "공식적인 자리에서 저의 일련의 성적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 한국영상자료원 직원 여러분들께 수치심과 불쾌감을 드렸다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류 원장은 "다시 한 번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불쾌감을 느꼈을 직원 분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들 드리고 싶다"며 "노동조합이 요청하신 의견을 수용하여 경력설계에 의한 원칙을 정립하고 그 원칙하에 예측가능한 인사를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상자료원의 한 관계자는 "류 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은 종무식 외에 회의석상이나 회식 자리 등에서 되풀이 됐으나, 특별하기 보다는 그 나이 또래 분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준이었다"며 "최근 인사 문제에 조직 내부의 반발이 일면서 바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영상자료원장이나 사무국장 모두 박근혜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임명된 분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몸을 사리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류 원장이 육아휴직자가 타 팀으로 인사 이동되지 않고 복귀 시 동일한 팀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구두 약속이 있었음에도 부당한 인사를 하고, 임기 종료 전의 노조 대의원에 대한 인사를 시도하는 등 노조 집행부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예고했다며, 무원칙한 인사 기준이 직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상자료원 관계자들은 "노조의 강력한 항의에 류 원장이 한발 물러서며 정리되는 모습이지만 비전문가들이 영상자료원을 흔들어 놓고 있다"면서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쌓였던 불만들이 본격적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블랙리스트 이행 관련 영상자료원 조사 중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 한국영상자료원


한편 최근 영상자료원이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탄압에 관여한 정황이 나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 1월 임흥순 감독의 <위로공단>, 임권택 감독의 <화장> 상영 계획에 대해 당시 문체부로부터 상영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강행한 직원에 대한 보복 인사 논란이라는 것이 영화계 안팎의 전언이다.

영상자료원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직원에게 보복 인사를 행사해 관련된 영화 상영을 원천 차단하고 사실상 내쫓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을 매우 열심히 하던 분이었는데, 팀원도 없는 팀에 팀장으로 발령받아 많이 힘들어 했고 압박을 받다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가 이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전모가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영상자료원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 중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진상조사위 활동이 종료되는 4월말까지 백서나 자료 형태로 관련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재림 원장은 지난 2015년 10월 영상자료원장에 임명됐으나 영상과는 거리가 있는 사진기자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임명 과정에 의문이 제기됐다. 류 원장은 "정식 공모절차를 밟아서 임명된 것일 뿐"이고 "전임 원장도 신문사 사진부국장 출신으로 6년간 업무를 잘 하지 않았냐, 이런 상황에서 영화와 관련성을 지적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 여당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정식 공모절차를 밝아서 임명됐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이야기"라며 "임명 과정은 정확히 알아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로영화인들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진 2016년 10월 성명을 통해 '광고를 했던 사람이 장관을 하고, 만화를 가르치던 사람이 영화진흥의 수장이 되고, 영화와 관련 없던 사람이 영화진흥의 사무를 총괄하고, 신문사 사진기자가 영상자료원 원장을 하고, 광고사 직원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류재림 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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