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스틸 사진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스틸 사진 ⓒ JTBC


JTBC <미스티>는 아주 매력적인 드라마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남성 캐릭터는 1화부터 죽어서 등장하고, 주인공인 고혜란(김남주)의 이야기는 짙은 안개 속에서 진행되는 보물찾기처럼 알쏭달쏭하다. 언론인으로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고혜란과 그에게 자꾸 훼방을 놓는 현실 세계와의 대립은 드라마 바깥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드라마 속 여성들

<미스티>의 여성 캐릭터들은 보통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입지를 가지고 움직인다. 작품 내에서 이들은 '잘난 여자', '독한 여자', '나쁜 여자'라고 평가받지만 시청자들은 이들을 그렇게 단순히 볼 수 없다. 그들은 완벽히 선하지도 않고, 완벽히 악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선악 대신 자신의 행복과 신념을 추구하며 움직인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상황과 주위 사람을 이용하거나 협력하며 위기를 해결한다.

얼핏 보기에 이러한 특성은 주인공인 고혜란에게만 해당되는 것 같지만, 고혜란은 물론이고 그의 주위에 있는 여성 인물들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입체적인 서사와 성격을 가지고 움직이며, 주인공 고혜란과 끝없이 관계를 맺으면서 드라마의 전개에도 기여한다.

주인공 고혜란은 행복을 위해,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신념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권력을 갈구한다. 열렬한 사랑보다는 든든한 권력을 원하는 고혜란은 자신의 변호인으로부터 "그만 만족하고 집에 들어 앉으라"는 말을 듣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편 강태욱(지진희)과 첫사랑인 하명우(임태경), 그리고 자신의 뉴스를 넘겨받은 한지원(진기주)과 곽기석(구자성)을 이용해 사건을 반전시키는데 성공한다.

JBC의 간판앵커 고혜란의 자리를 위협하는 '악녀'였던 후배 기자 한지원은 회를 거듭하면서 기자로서의 신념을 지키고, 특종을 보도하기 위해 고혜란의 편에 선다. 케빈 리와의 외도 장면이 담긴 영상은 한지원의 아킬레스건이었고, 고혜란은 그것으로 한지원을 좌천시켰다. 하지만 고혜란의 진심이 담긴 충고와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태도는 결국 한지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8년 3월 3일에 방영된 <미스티> 10회의 한 장면,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의 그림 앞에서 고혜란(김남주)과 윤송이(김수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8년 3월 3일에 방영된 <미스티> 10회의 한 장면,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의 그림 앞에서 고혜란(김남주)과 윤송이(김수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JTBC 미스티


여성지 기자 윤송이(김수진)는 고혜란에게 믿을만한 정보를 가져다주는 인물이다. 권력형 비리를 보도했다 여성지로 좌천되었다는 과거 덕분에 고혜란의 혐의를 없애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 된다. 고혜란은 윤송이의 정보를 신뢰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동료로서 가까운 사이를 유지한다. 지난 3일에 방영된 10화는 그들의 관계를 함축적이고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20세기에 활동한 여성화가 마리 로랑생의 작품 앞에서 고혜란과 윤송이가 만나 사건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다. 고혜란은 윤송이의 좌천을 돕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의 행동을 사과한다. 그리고 윤송이를 위해, 그가 보도하지 못했던 환일철강 사건을 보도하기로 약속하면서 윤송이로부터 국회의원 미성년자 성매매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다.

고혜란과 윤송이, 한지원의 관계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통념을 과감히 부정하고, 여성들의 동료애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를 변화시키는 것, 그리고 여성들 사이의 동료애와 협력 관계가 사건의 전개를 이루는 것. <미스티>는 아마 앞으로 제작될 여성중심-여성주연 작품들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여성 주연 작품들이 주로 남성 동료의 관계성에 집중하느라 여성 동료를 조연이나 배경에 머물게 한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스티>는 고혜란의 남성 동료인 강태욱-서명우와의 관계와 여성 동료들과의 관계를 동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미스티>가 여성인물들 간 관계를 드러내는 방식은 기본에 충실하기에 더더욱 빛을 발한다.

남성 중심 구조를 비판하다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스틸 사진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 스틸 사진 ⓒ JTBC


극의 초반, 고혜란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은 여자들이었다. 7년간 '뉴스나인'을 진행하면서도 국장 자리도 얻지 못하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고혜란의 자리를 위협한 사람은 '젊고 신선한 얼굴'인 한지원이었다. 고혜란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옮기고 다닌 사람은 고혜란에 의해 '뉴스나인' 진행자에서 쫓겨난 고혜란의 선배 이연정(이아현)이었다. 케빈 리가 죽고 고혜란이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면서, 고혜란의 새로운 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은 고혜란과 케빈 리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끼는 서은주(전혜진)다.

그러나 고혜란과 고혜란의 적으로 떠오른 여자들의 뒤에는 언제나 남성들의 판단이 있었다. 고혜란이 올해의 언론인상을 받던 날, 고혜란과 나란히 서 있던 한지원은 인터넷 상에서 많은 남성 네티즌들에 의해 각각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로 평가받았다. 비단 여론뿐만이 아니다. 고혜란에게 아무런 대가나 승진 없이 명예만을 수여하고 내보낸 뒤, 한지원을 그 자리에 앉히려 한 주체는 JBC의 남성임원들과 그 뒤에 자리한 광고주,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었다. 한지원이 고혜란의 자리를 넘볼 수 있도록 허락하고 밀어준 것도, 케빈리와의 불륜 증거를 숨겨준 것도 남성 '호모소셜'의 일원인 JBC의 부사장이었다.

고혜란은 순순히 물러나는 대신 자신에게 합당한 권력과 자아의 실현을 원했다. 그녀의 직업인으로서의 완고한 태도는 한지원에게 국회의원 미성년자 성매매 현장 취재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고혜란의 가능성을 의심하던 JBC의 '뉴스나인' 팀원들 역시 그에게 협력한다. 그러자 남성 권력주체들은 광고모델로 기용한 케빈 리의 죽음을 이용해 고혜란의 입을 막고 그를 끌어내리려 한다.

작중에서 정,재계의 남성호모소셜인 '골드문 클럽'의 멤버이며 강율 로펌의 대표인 강인한(남경읍)이 긴급 체포된 고혜란에게 붙여준 변호인과, 고혜란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검사 변우현(김형종)은 남성 호모소셜의 입이 되어 고혜란에게 "네 분수를 알라"는 말을 전한다. 모든 것을 잃은 서은주의 복수심은 그들이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얻게 된 좋은 무기가 되기도 했다.

고혜란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 앞에서 윤송이에게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기에 그들에게 도전한다"던 고혜란의 말은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고혜란에게는 그를 사랑하는 헌신적인 남편 강태욱과 그림자 같은 존재인 하명우가 있다. 그의 능력을 인정한 JBC의 동료들과 '뉴스나인'의 앵커 자리가 남아 있다. 그리고 서은주가 있다.

서은주가 고혜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것인지, 아니면 고혜란이 자신의 명예와 서은주를 모두 구해내고 남성권력-호모소셜을 고발하게 될 지는 남은 6화에 달려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평가들과 억압을 버텨낼 각지의 여성들을 위해, 고혜란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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