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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주는 나라가 있다. 바로 '소방관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다.

미국은 매일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3만 여개의 소방서와 116만 명의 소방대원을 보유하고 있다. 테러, 항공기 추락사고, 화학사고, 자연재해 등 재난의 형태는 갈수록 대형화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며 소방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거기에 예산삭감과 인력부족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미국 소방대원들 역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미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소방대원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미연방소방국 캠페인 '화재는 우리 모두의 싸움입니다(Fire is Everyone's Fight)'
 미연방소방국 캠페인 '화재는 우리 모두의 싸움입니다(Fire is Everyone's Fight)'
ⓒ 미국 국립소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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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과 기업, 지방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연방정부가 서로 소통하고 협업해서 지혜와 힘을 모으고 있다. 이점이 바로 미국을 재난 앞에 우뚝 서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특히 미연방소방국(USFA)과 미국방화협회(NFPA)는 이런 소통과 협업의 중심에 서 있다. 연방정부의 안전을 향한 강력하고도 일관된 의지와 예산지원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체인 미국방화협회 '기술위원회(Technical Committee)'의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소방관련 안전기준은 대략 300여개 정도다.

각 기준별로 마련된 기술위원회에는 현장 소방대원이 중심이 되고, 분야별 전문가, 학계, 소방산업 종사자, 보험회사, 정부부처 등이 대거 참여해 시대의 안전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싱크 탱크(Think Tank)의 역할을 한다. 

지난 2015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방화협회 화재경보설비 관련 기술위원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방화협회 화재경보설비 관련 기술위원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 미국방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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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미국 최초의 안전규격 개발기관이자 인증 회사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 Inc.), 미국보험사무소(ISO),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등 다양한 기관들이 소통과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소방관련 보고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경우 1950년부터 2010년까지 소방대원 3만 명의 직업관련 암 유발 및 기타 질환을 60년 동안 추적 조사한 의미 있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소방관 암 관련 보고서 일부 .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소방관 암 관련 보고서 일부 .
ⓒ NIO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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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미연방소방국이 예산을 지원하고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가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물로써 소방대원들이 현장활동 전반에서 암을 예방할 수 있도록 매뉴얼과 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 소방 역시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지난 2012년 중앙119구조단과 환경부가 합동으로 북미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Emergency Response Guidebook'을 '유해물질 비상대응 핸드북'이란 이름으로 번역해 일선에 배포한 바 있다.

중앙119구조단과 환경부가 합동으로 번역한 '2012 유해물질 비상대응 핸드북'
 중앙119구조단과 환경부가 합동으로 번역한 '2012 유해물질 비상대응 핸드북'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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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2016년도 개정판이 북미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아직 새로운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의 경우 상당수의 합동 프로젝트가 일회성에 그쳤거나 정권이 바뀌면서 유야무야 된 경우들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 소방의 소중한 가치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발굴해서 함께 손잡고 10년,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런 모든 소통과 협업의 중심에는 현장에 특화된  소방대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학교수와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수행됐던 수많은 연구용역 결과보고서가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는 소방대원들의 평가가 이를 방증해준다.   

지난해 새롭게 출범한 소방청의 비전은 현장전문성과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난 해 소방청에서 개최된 효율적 소방력 재배치 관련 회의에 참석한 필자가 미국소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해 소방청에서 개최된 효율적 소방력 재배치 관련 회의에 참석한 필자가 미국소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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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으로 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만들어 나갈 때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무거운 짐도 같이 나눠질 수 있을 것이다.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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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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