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축구의 전설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올레 군나르 숄샤르는 현역 시절 '동안의 암살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스트라이커다. 특히 교체 선수로 투입돼 결정적인 골을 자주 넣는다는 의미로 '슈퍼서브'로 불리기도 했다. 솔샤르처럼 교체 선수로 인상적인 활약을 자주 펼치는 선수에게 '슈퍼서브'라는 별칭이 붙기도 하지만 사실 축구에서 교체 선수를 의미하는 특별한 용어는 없다.

KBO리그에서는 '재주리게스', '제주스패로우'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이재주가 특급 대타요원으로 명성을 떨쳤다. 실제로 이재주는 현역 시절 무려 20개의 대타 홈런을 때려내며 경기흐름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대타 홈런 역대 2위가 9개(최동수 등 3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재주가 대타요원으로서 얼마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야구에서도 '핀치 히터'라는 표현 외에는 전문 대타요원을 의미하는 용어는 없다.

하지만 유독 농구에서는 교체 선수를 의미하는 '식스맨'이라는 공식용어가 있었다. 물론 단순히 주전에 들지 못한 6번째 선수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농구 경기에서 식스맨은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데 있어 주전 선수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NBA나 KBL 같은 프로리그에서 매 시즌 '올해의 식스맨'을 선정하는 이유다. 그리고 2017-2018 시즌 NBA에서 가장 돋보이는 식스맨을 꼽으라면 NBA 팬 열에 아홉은 LA클리퍼스의 슈팅가드 루 윌리엄스를 떠올릴 것이다.

고졸로 NBA 입성 후 토론토에서 정상급 식스맨으로 급부상

 리그 최고의 식스맨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클리퍼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임에 분명하다.

리그 최고의 식스맨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클리퍼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임에 분명하다. ⓒ NBA.com


185cm 79kg. 농구선수로는 썩 대단치 않은 신체조건을 가진 윌리엄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NBA에 도전했다. 당시만 해도 고졸 선수의 NBA 직행이 허용되던 시절이었지만 체구가 크지 않아 장래성을 의심받았던 윌리엄스는 높은 순위에 지명을 받지 못하고 2라운드 전체 45순위로 필라델피아 76ers에 지명됐다(물론 NBA에 지명됐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당시 필라델피아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앨런 아이버슨과 크리스 웨버의 전성기가 끝나고 안드레 이궈달라(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하고 있었다. 윌리엄스는 필라델피아 입단 후 6년 동안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가며 NBA 무대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고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윌리엄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2012년 FA자격을 얻어 애틀랜타 호크스로 이적한 윌리엄스는 2014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 랩터스 유니폼을 입은 후 선수 생활의 전환점을 맞았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사이에서 역할이 다소 모호했던 애틀랜타 시절과는 달리 토론토에서는 더마 드로잔의 백업으로 역할이 고정됐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80경기 모두 식스맨으로 출전해 15.5득점을 기록하며 2014-2015 시즌 식스맨상을 수상했다. 수비는 큰 기대를 하기 힘들지만 득점력만큼은 NBA 정상급이었다.

2015년 3년 2100만 달러의 좋은 대우를 받고 서부 컨퍼런스의 LA레이커스로 이적한 윌리엄스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닉 영(골든스테이트)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뛰어난 득점력을 과시했다. 윌리엄스가 득점력이 보장된 식스맨으로서 주가가 상승하자 2017년 2월 휴스턴 로케츠는 트레이드를 통해 윌리엄스를 영입했다. 윌리엄스는 휴스턴 이적 후에도 14.9득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휴스턴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팀 내에 제임스 하든, 에릭 고든, 윌리엄스까지 득점력이 좋은 슈팅가드 자원이 너무 많이 중복된다는 점. 게다가 휴스턴은 팀을 우승 전력으로 만들기 위해 하든과 짝을 이룰 또 한 명의 슈퍼스타 영입을 원하고 있었다. 결국 윌리엄스는 2017년 6월 크리스 폴이 포함된 휴스턴과 클리퍼스의 1:8 트레이드 중 8명에 포함되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클리퍼스로 이적했다.

11일 골든스테이트전 50득점 인생경기 포함 시즌 23.1득점

만19세의 나이에 NBA에 입성해 어느덧 프로 13년 차의 베테랑이 될 윌리엄스는 클리퍼스에서도 식스맨으로 활약할 예정이었다. 비록 크리스 폴은 팀을 떠났지만 클리퍼스에는 여전히 윌리엄스와 함께 건너온 패트릭 배벌리와 닥 리버스 감독의 아들 오스틴 리버스, 유럽 무대를 평정했던 밀로스 테오도시치 등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 가드 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의 계획대로 시즌이 진행된다면 모든 팀이 우승 후보가 될 것이다. 클리퍼스는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배벌리와 테오도시치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리버스도 발목 부상을 당했다. 여기에 '클리퍼스의 심장' 블레이크 그리핀마저 무릎 부상으로 유니폼 대신 수트를 입고 벤치를 지키는 날이 늘어났다. 클리퍼스의 팀 상황이 점점 나빠지다 보니 지난 시즌 평균 25분 정도 출전했던 윌리엄스의 출전시간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클리퍼스가 치른 41경기 중 40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윌리엄스는 최근 선발로 출전하는 경기가 부쩍 늘어나면서 클리퍼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윌리엄스는 최근 12경기에서 30.5득점을 기록했고 클리퍼스는 이 기간 동안 9승 3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12번이나 30득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40득점 이상 기록한 경기도 3경기에 달한다. 이번 시즌 12회 이상 30득점을 올린 가드는 리그 전체에서 윌리엄스를 포함해 단 6명에 불과하다.

윌리엄스는 지난 11일 골든스테이트와의 원정경기에서 3점슛 8개를 포함해 무려 50득점을 쏟아부으며 생애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세웠다. 클리퍼스 역사에서도 한 경기 50점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윌리엄스를 포함해 7번 밖에 없었다. 윌리엄스는 12일 새크라멘토 킹스전에서도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는 부담 속에서도 34분 39초를 소화하며 30득점을 적립했다.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단 10경기에만 선발로 출전하고 있지만 선발 출전한 10경기에서 평균 26.8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하든(32.3점)과 야니스 아테토쿤포(밀워키 벅스,28.7점),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27.9점))에 이은 4위 기록이다. 물론 식스맨으로 출전한 30경기에서는 21.8득점으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평균 23.1득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역시 윌리엄스의 생애 최다 득점 기록이다.

클리퍼스는 폴의 이적 공백과 주력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시즌 개막 후 29경기에서 11승18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3연승을 포함해 12경기에서 9승 3패로 경기력을 바짝 끌어 올리며 8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 반 경기 뒤진 서부 컨퍼런스 9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클리퍼스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선수는 211cm의 디안드레 조던도, 통산 올스타5회 출전에 빛나는 그리핀도 아닌 185cm 79kg의 '깡마른 식스맨' 루 윌리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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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2017-2018 시즌 LA 클리퍼스 루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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