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누구보다 멋있게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남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이준형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준형 누구보다 멋있게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남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이준형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올림픽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있어서 최종 목표이자 꿈이다. 지난 7일 대표 선수가 정해지면서 안방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인 평창을 위해 노력한 피겨 선수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김연아 키즈' 1세대인 96~97년생 선수들은 눈물 바다를 이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한 끗 차이'로 후배들에게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내줘야만 했던 선배들의 아픔과 눈물은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대회에 가장 기억될만한 장면으로 남았다.

박소연, 오뚝이처럼 일어나 투혼 발휘한 '맏언니'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여자선수를 꼽자면 '맏언니' 박소연(21·단국대)이었다. 박소연은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 1년 사이 수술대에 세 차례나 올랐다. 2016년 12월 태릉에서 훈련 도중 발목골절 부상을 당했기 때문. 이후 철심을 삽입해야만 했고 지난해 7월 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는 철심을 박은 채로 올림픽 출전을 위해 대회에 출전했다. 이후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과 수술 부위에 염증 제거 수술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수술 받은 지 약 1년 만에 박소연은 다시 그랑프리 무대에 복귀했다. 비록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상태였기에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가 다시 은반 위에 선 것만으로도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박소연 혼신을 다해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여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박소연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박소연 혼신을 다해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여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박소연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을 때만 해도 박소연은 한국 피겨의 '차세대 기대주'로 꼽혀왔다. 김해진(21·이화여대) 등과 함께 97년생 피겨 라인을 형성한 대표 주자이자, 탁월한 점프력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소치가 끝난 후 한 달 뒤에 열린 2014 세계선수권에서 박소연은 한국선수로는 김연아(27) 이후 최초로 톱10에 들었다.

이후 이번 평창 올림픽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시니어 그랑프리 출전 티켓을 자력으로 따냈다. 김연아를 제외하고 매 시즌마다 그랑프리 출전권 두 장을 자력으로 따낸 것도 박소연이 처음이었다. 2015년경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2016년 4대륙선수권에서 4위에 올랐다. 발목 골절 부상 직전이었던, 2016년 11월에는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김연아를 제외하고 한국 선수로 최초로 국제대회 180점대를 돌파했다. 그랬기에 박소연의 부상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올림픽이었던 평창을 위해 박소연은 아직 회복 중인 몸 상태에서도 세 차례 선발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차 선발전부터 완연히 회복세를 보였고, 이번 3차 선발전에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차례 넘어진 것을 빼놓고는 깨끗한 연기를 펼쳤다. 주특기 점프였던 트리플살코-트리플토루프, 더블악셀-트리플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모두 해내 장내가 더욱 뜨거워졌다.

박소연의 점수가 발표되자 장내가 술렁이며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예상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기 때문. 비록 올림픽 진출의 꿈은 좌절됐지만, 김연아 이후 맏언니로서 국제무대에 꾸준히 출전하며 한국 피겨를 이끌어온 그의 노력을 알기에 많은 피겨스케이팅 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준형-김진서, 두 동갑내기의 치열했던 '마지막 경쟁'

남자싱글에서는 이준형(22·단국대)과 김진서(22·한국체대)의 마지막 올림픽을 향한 연기가 있었다. 후배 차준환(17·휘문고)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 한국 남자피겨는 두 선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준형과 김진서는 서로 자극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해왔고, 주니어 그랑프리 등에서 메달을 따내며 차근차근 성장했다.

먼저 올림픽에 도전했던 것은 김진서였다. 김진서는 지난해 3월 2017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평창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점프 세 차례에서 모두 실수가 나오고 말았다. 직전 대회였던 동계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등 대회에서 선전했던 이력이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결국 김진서는 점수 발표를 기다리며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김진서는 직전 올림픽이었던 소치를 앞두고도 세계선수권과 네벨혼 트로피에서 티켓을 따내기 위해 도전을 해본 경험이 있던 터라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강렬한 이준형의 연기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남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이준형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강렬한 이준형의 연기 지난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선발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 남자부 싱글 1그룹에 출전한 이준형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이준형이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평창 올림픽 남자싱글 출전권 30장 가운데 남은 6장의 주인공을 가리는 네벨혼 트로피 대회. 올림픽 1차 선발전에서 우승했던 그가 대회에 이 대회에 출전했다. 다신 없을 마지막 기회였기에 이준형의 부담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준형은 실전에서 깨끗한 연기를 선보였고 결국 5위에 올라 16년 만에 한국 남자피겨의 올림픽 출전을 일궈냈다.

2차 선발전에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준형은 여전히 1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김진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허리디스크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 결국 김진서는 이준형, 차준환과 함께 형성한 평창 경쟁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3차 선발전. 이준형은 후배 차준환에 27점가량 앞서 있었다. 차준환이 4회전 점프를 1개로 줄이고 지난 시즌 프로그램을 사용해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다. 이준형은 트리플악셀 점프가 다시 흔들렸다. 쇼트프로그램에서 20점 차로 간격은 좁혀졌고, 운명의 프리스케이팅만을 남겨뒀다. 이준형은 두 차례 점프에서 넘어졌고, 마지막 점프였던 트리플러츠를 2회전 처리했다. 뒤이어 출전한 차준환은 '완벽'이라는 수식어 외에는 떠오르지 않을 만큼의 연기를 보여줬고 그렇게 순위는 마지막에 뒤집어졌다.

애절함을 연기하는 김진서  김진서가 지난 2017년 11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대표선발 2차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애절함을 연기하는 김진서 김진서가 지난 2017년 11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대표선발 2차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선수는 시상식 후 이어진 갈라쇼에서 함께 포옹하며 지난 시간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눈물을 흘렸다. 소치와 평창 두 대회 티켓을 따내기 위해 애썼던 김진서와 16년 만에 올림픽 출전을 일궈낸 이준형. 두 맏형의 마지막은 아프다고만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김진서가 더 이상 대회 참가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일까.

한국 남자피겨는 선수 인원이 아직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김연아의 영향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여자피겨와는 확연히 대조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96년생 동갑내기는 2010년대 중후반 어렵게 명맥을 이어왔다.

평창을 앞두고 피겨스케이팅은 가장 많이 기대받는 종목 가운데 하나였다. 선배 김연아가 한국 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은퇴했기에, 그 뒤를 이어가기 위한 후배들의 도전이 이어졌기 때문. 하지만 그곳에 설 수 있던 인원은 너무나 적었고, 결국 평창에 서게 된 선수와 뜻을 이루지 못한 선수까지 모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 눈물은 단지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슬픔만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인구가 늘어났고, 그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가져온 결과였기에 그랬다. 그 속에서 선배들의 가슴 뭉클했던 장면에서 그렇게 또 다른 내일을 꿈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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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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