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제9구단 NC 다이노스는 1군 참가 3년째가 되던 2015년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후 플레이오프에서도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에게 2승을 먼저 따내며 선전했다.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는 역대 최초로 40-40클럽에 가입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고 19승을 따낸 에이스 에릭 해커는 다승왕과 승률왕,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하지만 NC가 신흥명문으로 떠오른 2015년 처음으로 1군에 참가한 제10구단 kt 위즈의 3년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NC라는 좋은 성공모델이 있었음에도 1군 참가 후 3년 동안 최하위를 면하지 못한 것. 무엇보다 최하위에 머문 3년 동안 승률이 나아지기는커녕 2017년의 승률(.347)이 가장 낮았다는 점이 특히 아쉬웠다. 2013년 두산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진욱 신임 감독의 영입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kt는 잠시 끊었던 투자를 재개했다. FA시장에서 내야수 중 최대어로 꼽히던 황재균을 4년 88억 원에 영입한 것. 멜 로하스 주니어, 윤석민, 황재균, 유한준으로 이어지는 좋은 중심타선을 구축한 kt는 이제 중심타선에게 밥상을 차려줄 똘똘한 테이블 세터를 구성해야 한다. 작년 시즌 도루 부문 7위(18개)에 오르며 남다른 주력을 뽐냈던 심우준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느리지만 꾸준히 kt의 차세대 내야수로 성장한 심우준

심우준 동점홈런  지난 2016년 7월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 넥센의 경기. 

2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KT 심우준이 동점 홈런을 친 뒤 홈을 향해 달리고 있다.

▲ 심우준 동점홈런 지난 2016년 7월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와 넥센의 경기. 2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KT 심우준이 동점 홈런을 친 뒤 홈을 향해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에서 태어나 무등중학교 2학년 때까지 투수로 활약하던 심우준은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를 포기하고 내야수로 변신했다. 중학시절 서울로 이사오면서 경기고로 진학했고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다. 2학년 때 대통령배 대회에서 최다 타점상을 수상한 심우준은 주장을 맡은 3학년 때 주말리그 전반기 수훈상과 타점상을 휩쓸었다. 2013년 IBAF U-18 야구 선수권대회에서는 청소년 대표로 선발돼 국제 대회를 경험하기도 했다.

고교 시절 야탑고의 김하성(넥센 히어로즈)과 함께 대형 내야수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심우준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후 특별 지명을 통해 kt에 입단했다. 전체 지명 순위로 보면 14순위였지만 kt는 심우준에게 1억3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심우준은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68경기에 출전해 타율 .246 출루율 .291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구단에서는 2015 시즌을 앞두고 경험 많은 FA 유격수 박기혁을 영입했고 심우준은 자연스럽게 백업으로 밀려났다. 106경기에 출전해 10개의 실책을 저지르긴 했지만 1군 첫 시즌을 맞는 어린 선수치고는 수비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69의 타율과 .181의 출루율로는 1군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1군에서 100경기 이상 소화했던 소중한 경험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심우준은 2016년 kt 내야수 중 가장 많은 122경기에 출전하며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했다. 심우준은 시즌 성적을 타율 .242 3홈런 17타점을 기록하며 2015년에 비해 한층 성장한 기량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부분은 주루 능력 향상이었다. 심우준은 2016년 17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단 한 번 밖에 실패하지 않으며 무려 94.4%의 높은 도루 성공률을 과시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각 구단의 유망주들로 구성된 U-23 야구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기대한 만큼의 급성장은 아니었지만 심우준은 kt의 차세대 내야수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확실한 경쟁 무기 '빠른 발' 앞세워 테이블 세터 도전

2017년 kt는 고 앤디 마르테 대신 새 외국인 선수로 1루수 요원 조니 모넬을 영입하면서 3루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프로 입단 후 꾸준히 유격수 자원으로 활약하던 심우준도 본의 아니게 3루수 경쟁에 뛰어 들었다. 사실 베테랑 박기혁과 유망주 정현이 있는 유격수보다는 마땅한 임자가 없는 3루수가 주전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었다.

심우준은 2017년 팀 사정에 따라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활약했다. 시즌 초반에는 3루수로 나서는 경기가 많았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3루 수비가 가능한 오태곤과 윤석민이 차례로 합류한 후에는 다시 유격수로 활약하는 시간이 늘었다. 심우준은 8월 중순까지 타율 .287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8월13일 SK와이번스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새끼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물론 풀타임으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심우준은 타율 .287 82안타 4홈런26타점18도루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빠른 발을 이용해 단타가 될 타구를 2루타로 만들면서 시즌 장타율을 .395까지 끌어 올렸다. 그렇게 주전을 향한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낸 심우준에게 최근 황재균이라는 벽이 등장했다. 경험이나 기량, 몸값으로 볼 때 심우준이 당장 황재균을 뛰어 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1군에서 1,2루 수비에 나선 경험이 없는 심우준이 돌아갈 자리는 유격수밖에 없다. kt의 유격수에는 경험이 풍부한 박기혁과 작년 시즌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뽐낸 정현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심우준에게는 해마다 발전하고 있는 타격실력과 함께 이미 1군에서도 정상급으로 꼽히는 폭발적인 주루능력이 있다. 낮은 출루율의 약점만 극복한다면 충분히 주전 유격수와 테이틀 세터 한 자리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다.

우투우타 내야수 심우준은 작년 마무리 훈련에서 좌타석에서의 타격 훈련에 매진했다. 물론 스위치히터가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심우준이 좌타석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다면 빠른 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박기혁과 정현, 그리고 심우준이라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3명의 내야수가 유격수 주전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 2018시즌의 kt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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