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햄튼의 반 다이크가 리버풀로 이적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1월 3일 유로파리그에서 인터밀란을 상대로 득점하던 당시 모습.

사우스햄튼의 반 다이크가 리버풀로 이적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1월 3일 유로파리그에서 인터밀란을 상대로 득점하던 당시 모습. ⓒ EPA/연합뉴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강호 리버풀이 드디어 반 다이크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리버풀은 사우스햄튼에서 활약 중이었던 네덜란드산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를 무려 7500만 파운드(한화 약 1079억)라는 거금을 지불한 끝에 데려왔다.

쉽지 않았던 영입 작업이었다. 반 다이크는 지난 여름부터 리버풀의 '일 순위 타겟'이었다. 큰 돈을 들여서라도 2017-2018 시즌 개막 전에 반 다이크를 손에 넣고 싶었던 리버풀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클럽의 핵심 수비수를 손쉽게 내줄 의향이 없었던 사우스햄튼은 EPL 사무국에 리버풀이 반 다이크와 불법적으로 접촉했다며 항의했고, 리버풀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반 다이크의 리버풀행이 무산되자 경쟁은 심화됐다. 각자의 이유로 중앙 수비수 자리에 문제가 발생한 이적 시장의 공룡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반 다이크 영입을 원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EPL을 대표하는 핵심 수비수로 급부상한 선수답게 높은 이적료가 예상되기는 했지만 이적에 경쟁이 붙자 몸값은 더욱 치솟았다.

어차피 클럽에서 이미 마음이 떠난 반 다이크를 팔 계획이었던 사우스햄튼은 반 다이크의 몸값이 오를 대로 오른 순간 이적을 허용했다. 반 다이크의 이적료 7500만 파운드는 한화로 약 1079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이번 이적으로 반 다이크는 수비수 중 유일하게 이적료 TOP 10 안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과도한 이적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반 다이크의 초대형 이적에 축구 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반 다이크에게 이적료 7500만 파운드는 너무 과하다"는 의견과 "리버풀이 최고의 영입을 했다"는 의견이다. 두 가지 의견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매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는 선수들의 몸값을 감안하더라도 반 다이크의 이적료는 꽤나 비싸 보인다. 반 다이크가 기록한 이적료 7500만 파운드는 올 여름 에버튼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로멜루 루카쿠의 이적료와 같은 수치다. 루카쿠는 어린 시절부터 EPL 무대를 누비며 능력을 입증한 선수다. 첼시 시절에는 다소 부침을 겪긴 했지만,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과 에버튼을 거치면서 '괴물 공격수'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에서만 25골을 뽑아내면서 EPL 득점 랭킹 2위에 등극한 검증된 공격수다.

반면 반 다이크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중앙 수비수다. 2011년 네덜란드 FC 호로닝언에서 데뷔한 반 다이크는 2013년 셀틱FC 선수로 영국 무대에 입성했다. 셀틱에서 좋은 수비력을 보여준 반 다이크는 2015년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사우스햄튼 유니폼을 입고 EPL 무대를 처음으로 밟았다.

사우스햄튼에서 시작은 좋았다. 반 다이크는 193cm에 달하는 큰 신장을 바탕으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수비수다. 건장한 신체능력과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으로 제공권을 휘어잡는다. 키에 비해 발도 느리지 않다. 제공권이 좋고 힘이 넘치는 중앙 수비수 반 다이크의 수비 성향은 거친 EPL 무대에서 안성맞춤이었다.

반 다이크는 EPL 첫 시즌인 2015-2016 시즌에만 34경기에 나서며 단숨에 주전 수비수로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거친 수비수지만 시즌 내내 받은 경고 횟수가 2번에 그친 기록이 말해주듯 깔끔한 수비력도 뽐내면서 이적 첫 해 만에 EPL 정상급 중앙 수비수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2016-2017 시즌 전반기까지도 단단한 수비력으로 팀의 핵심 수비수로서 활약했지만, 시즌 중반 레스터시티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이 됐다. 이후에는 익히 알다시피 리버풀 이적 파동으로 올 시즌 초반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최근에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사우스햄튼의 팀 사정상 다시 전력에 복귀했지만 마음이 떠난 반 다이크는 예전만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7년 가까이 EPL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루카쿠와 온전한 몸 상태로 EPL에서 단 한 시즌 밖에 소화하지 못한 반 다이크에게 동일한 이적료가 지불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이유다.

리버풀의 '마지막 퍼즐' 완성되나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비싼 이적료를 주고 데려왔음에도 리버풀 팬 대부분은 반 다이크의 안필드(리버풀 홈구장) 입성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최근 리버풀의 경기력에 기인한다. 현재 승점 38점으로 리그 4위에 위치하고 있는 리버풀은 20경기에서 46골을 넣으며 활화산 같은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압도적인 공격력의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폭발적인 공격력과 달리 수비는 불안하다. 23실점을 허용하며 순위 경쟁을 하는 첼시, 토트넘 등 사이에서 가장 헐거운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 수비수 라인이다. 조엘 마팁과 라그나르 클라반, 데얀 로브렌이 번갈아 호흡을 맞춘 중앙 수비진은 리버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마팁이 그나마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클라반-로브렌 조합을 향해서는 리버풀 팬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매경기 불만족스러운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았던 리버풀의 수비진은 지난 19라운드 아스날 원정에서 2-0의 리드를 잡고도 단 5분 만에 세 골을 허용하는 최악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주전 골키퍼 시몽 미뇰렛의 실수도 이어지면서 리버풀은 좋은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승점을 쉽게 쌓지 못하고 있다.

중앙 수비수만 안정된다면 선두는 어렵더라도 2위 자리 정도는 넘볼 수 있는 리버풀 입장에서 반 다이크는 천군만마와 같은 선수인 것이다. 반 다이크의 합류로 인해 리버풀이 안정적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 순위(리그 4위 이상)를 유지할 수 있다면 천 억에 달하는 이적료는 그리 비싼 금액이 아니라는 평가다.

또한 반 다이크는 1991년 생으로 축구선수로서 전성기에 돌입할 나이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팀 컬러로 변모하고 있는 리버풀의 색체에 어울리는 선수다. 반 다이크와 중앙 수비수 파트너로 짝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조엘 마팁과 조합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반 다이크와 다르게 마팁은 주로 위치를 선점해 영리하게 공을 빼내는 유형의 수비수다. 공을 다루는 능력도 우수해 빌드업에도 강점이 있다. 다만 큰 키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에서는 취약한 모습이다.

반 다이크의 장점은 마팁의 약점을 메우기에 적절하다. 파이터형-리딩형 중앙 수비수 조합은 중앙 수비수의 교과서와 같은 구성이다. 힘과 대인마크에서 강점이 있는 반 다이크와 영리한 수비수 마팁은 훌륭한 중앙 수비수 조합이 될 가능성이 있다.

리버풀은 지난 EPL 9라운드 토트넘과 경기에서 1-4로 패한 이후에 두 달 넘게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토트넘전 이후 가진 14번의 공식 경기에서 리버풀이 3골 이상을 터뜨린 경기는 무려 11경기에 달한다. 놀라운 공격력이다.

반면 무실점을 기록한 경기는 절반인 7경기에 불과하다. 수비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전체적인 공격수들의 퍼포먼스가 워낙 좋고 꾸준하기에 수비력만 갖춰진다면 더욱 무섭게 치고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리버풀이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함께 빨간 유니폼을 입게 된 반 다이크가 리버풀의 마지막 퍼즐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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