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인다. 내년 여름 러시아 땅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할 국가들이 다음 주 내로 모두 결정된다. 200여 개가 넘는 FIFA 가입국 중에서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국가는 단 32개국뿐이다.

현재까지 23개국의 러시아행이 결정됐다.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을 한 러시아를 시작으로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도 손쉽게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도 압도적인 퍼포먼스 끝에 러시아로 초대를 받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도 아시아의 이란, 일본 등과 함께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질과 독일처럼 가뿐하게 월드컵에 진출한 국가가 있는 반면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행을 결정지은 국가가 태반이다. 대표적으로 리오넬 메시가 주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이다. 남아메리카 지역 예선 최종전에서 메시의 해트트릭이 없었다면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굴욕을 겪을 뻔했다.

메시는 기사회생했지만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무대에 초대받지 못한 스타도 많다. 프랑스와 스웨덴에 밀려 자국 네덜란드의 조 3위 추락을 막지 못한 아르연 로벤이 이번 월드컵에서 볼 수 없는 대표적인 스타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 중인 가레스 베일도 부상으로 지역 예선 막바지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며 조국의 탈락을 지켜만 봤다.

스타들의 비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럽 8개국이 유럽 대륙에 배당된 남은 4장의 티켓을 놓고 승부를 겨룬다. 각 조의 1위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나이지리아와 이집트가 5장의 티켓 중 2장을 선점했다. 남은 3장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륙별로 주어진 0.5장의 티켓을 놓고 온두라스와 호주, 페루와 뉴질랜드 간의 승부도 기다리고 있다.

이제 뒤는 없다. 단두대 매치인 만큼 패한 국가가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할 방법은 전무하다. 러시아를 향한 일전을 목전에 둔 세계 축구의 스타들을 살펴보자.

잔루이지 부폰 - 이탈리아(vs 스웨덴)

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세계 언론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선수는 단연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이다. 올해로 만 39세의 노장 부폰은 여전히 이탈리아의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다. 소속팀 유벤투스FC에서도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나서고 있다.

부폰은 살아있는 이탈리아 골키퍼의 전설이다. 아니 세계 축구사를 통틀어서도 세 손가락에 드는 이미 전설이 된 선수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7경기에서 단 2실점만 허용하는 괴물 같은 방어력으로 조국에게 월드컵 트로피를 안겼다. 이외의 각종 대회에서도 맹활약하며 이탈리아의 호성적에 중심에 있었고, 소속 클럽에서도 놀라운 퍼포먼스를 이어가며 무려 11번이나 이탈리아 세리아A '올해의 골키퍼 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월드컵 우승과 개인 통산 6번째 월드컵 본선 참가를 동시에 노리는 부폰의 이탈리아는 지역 예선에서 스페인에게 조 선두 자리를 내주면서 플레이오프로 떨어졌다. 상대는 플레이오프 상대 중 가장 까다로운 스웨덴이다. 잠피에로 벤투라 감독은 스웨덴을 꺾고 월드컵에 반드시 진출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최근 이탈리아가 보여준 경기력이 불완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웨덴 최고의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지난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핵심 미드필더 데 로시도 "이번 경기에 그(이브라히모비치)가 없어서 좋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56년 만에 월드컵 탈락이란 위기에 놓인 이탈리아가 믿는 구석은 역시 부폰을 중심으로 한 단단한 수비진이다. 수비의 BBC 라인이라 불리는 보누치-바르잘리-키엘리니 수비 조합이 출격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보누치의 AC 밀란 이적으로 다소 틈이 생긴 BBC 라인이지만 그 뒤를 부폰이 지키고 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해마다 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뽐내는 부폰이다. 스웨덴이 이 수비진을 뚫고 득점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세리아A의 득점 선수 치모 임모빌레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메시와 득점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시모네 자자의 득점포만 가동되느냐의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이탈리아가 모든 면에서 다소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은 둥글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 부폰을 러시아 월드컵에서 못 볼 일말의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부폰이 결정적인 순간 선방을 해내며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향한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 덴마크(vs 아일랜드)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부활을 꿈꾸는 '데니쉬 다이너마이트' 덴마크도 운명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있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축구 강국 덴마크를 이끄는 선수는 손흥민의 팀 동료이자 토트넘 홋스퍼의 핵심 멤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섯 시즌째 뛰고 있는 에릭센은 어느덧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2선 자원으로 성장했다. 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지만, 측면에서도 활약이 가능하고, 올 시즌에는 다소 후방으로 내려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물론이고 유럽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전천후 미드필더다.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환상적이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에릭센의 기세가 더욱 놀랍다. 지역 예선 10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한 에릭센은 무려 8골을 집어넣었다. 지역 예선에서 10골을 넣은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뽑아냈다. 에릭센은 카자흐스탄전에서 기록한 멀티 골을 제외한 6골은 한 경기당 한 골씩 나눠 넣었다. 대부분 경기에서 에릭센이 일정한 수준의 경기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줬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에릭센의 덴마크와 격돌하는 국가는 아일랜드다. 객관적인 전력은 덴마크가 앞서지만, 아일랜드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아일랜드는 지역 예선 최종전이었던 웨일즈와 경기에서 극적인 1대0 승리로 웨일즈를 밀어내고 플레이오프행 열차에 탑승했다. 아일랜드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꿈꾸고 있다.

반면 덴마크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이후 8년 만의 도전이다. 아일랜드만큼 긴 기다림을 아니지만 양보할 입장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켰던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공격력의 부활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월드컵 진출이 필요하다. 믿을 것은 에릭센의 발끝이다. 에릭센에게는 이제 선배 미카엘 라우드럽이 그랬듯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덴마크의 영광을 되찾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팀 케이힐 - 호주(vs 온두라스)

부폰처럼 월드컵 무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길 원하는 스타가 또 있다. '싸커루(호주 축구대표팀의 애칭)'의 심장과 같은 선수인 팀 케이힐이다. 만 38세의 노장 공격수의 능력에 여전히 기대고 있는 호주는 북중미 예선에서 4위에 위치했던 온두라스와 자웅을 겨룬다.

온두라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절대 무시 못 할 팀이다. 북중미의 전통적 강호이자 월드컵의 단골 손님인 미국을 제쳤다는 점만으로도 온두라스의 경기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반면 호주의 전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아직도 케이힐의 공격력에 많은 것을 바라고 있을 정도다. 지난달 가졌던 시리아와 아시아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에서도 답답한 경기력이 이어졌다.

원정 경기에서 후반 막판 동점 골을 내주며 1대1로 비겼고, 홈 경기장에서도 선제 득점을 얻어맞고 끌려다니기도 했다. 시리아가 연장전 마지막 공격에서 시도한 프리킥이 골대에 맞지 않았으면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은 시리아가 될 수도 있었다.

위기에 놓인 호주를 구한 것은 케이힐이었다. 시리아와 홈 경기에서 호주가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끌려가던 순간 케이힐이 등장했다. 전반 13분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으면서 동점 골을 터뜨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연장전 후반 4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폭발적인 점프력으로 따내며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헤딩 능력 하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최상위였던 그의 능력이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이었다.

온두라스와 일전에도 케이힐의 능력이 간절한 호주다. 언제나 측면의 한 축을 담당했던 매튜 레키와 미드필더 마크 밀리건 모두 징계로 인해 출장이 불가능하다. 지역 예선 최종전에 뛰었던 선수 중 케이힐 제외한 모든 선수가 온두라스전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을 정도다. 케이힐도 부상을 안고 있어 몸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케이힐은 출전을 다짐하고 있다. 케이힐의 출전 가능성에 대해 '실낱같은 가능성'이란 표현이 있지만 여차하면 케이힐은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자국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케이힐은 계속해서 호주 대표로 활약 중이다. 호주가 위기에 빠지면 케이힐은 어떤 상황이든 등장했었다. 이번에도 역사는 반복될 공산이 크다. 위기에 빠진 싸커루를 케이힐이 또다시 구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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