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KIA 이범호가 3회초 2사 만루서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KIA 이범호가 3회초 2사 만루서 좌월 만루 홈런을 날리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무패 신화를 이어가며 V11을 달성했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두산 베어스를 7-6으로 꺾었다. 1차전 패배 뒤 내리 4연승을 내달린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로저 버나디나는 3회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1타점1득점을 기록했고 '우주최강미남' 이범호는 3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선발 투수 헥터 노에시 역시 6회까지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1차전 패전의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두산은 경기 후반 뒤늦게 타선이 폭발했지만 마지막 한 점을 따라가지 못하며 광주행 티켓을 따내지 못하고 통산 6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일찌감치 경기의 향방을 결정지은 '꽃범호'의 그랜드슬램

1패 뒤 3연승을 내달린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겨뒀다. 이왕이면 안방에서 우승의 감격을 누리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5차전을 결코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자칫 두산에게 시리즈의 흐름을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이 5차전에서 에이스 양현종의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총력전을 예고한 이유다.

김태형 감독 역시 2015년 두산 사령탑에 부임한 이후 시리즈 1승3패의 열세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매 경기가 마지막이기 때문에 무조건 총력전을 펼치는 수밖에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김재호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류지혁을 선발 유격수로 출전시켰다. 두산의 고민으로 떠오른 2번 자리는 대안이 마땅치 않아 오재원이 그대로 나섰다.

한층 쌀쌀해진 날씨 속에 진행된 5차전에서 1회 1사 1,3루, 2회 2사 1,2루 기회를 놓친 KIA는 3회 더스틴 니퍼트를 공략해 선취점을 뽑았다. KIA는 3회초 공격에서 이명기의 내야 안타와 김주찬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루 기회에서 버나디나의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이범호가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경기 초반 확실히 기선을 제압했다.

2회 1사 2,3루의 기회를 놓친 후 KIA에게 빅이닝을 허용한 두산은 4회에도 1사 후 주자가 나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두산은 5회에도 선두타자 양의지가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류지혁이 베이스에 붙어 수비하는 1루수 김주찬 정면으로 향하는 병살로 물러났다. 2사 후 다시 민병헌의 안타와 오재원의 볼넷이 나왔기에 두산 입장에서는 류지혁의 병살타가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두산의 아쉬운 공격은 곧바로 KIA의 반격으로 이어졌다. KIA는 6회초 공격에서 1사 후 김민식의 2루타와 김선빈, 이명기의 연속적시타로 2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KIA는 6회말 수비에서 2사 후 최주환의 플라이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버나디나와 안치홍이 충돌하며 부상을 당했다. 안치홍은 다음 이닝 교체 없이 타석에 섰지만 수비를 성공시킨 버나디나는 7회말 수비부터 김호령과 교체됐다.

6회까지 무기력한 경기를 이어가던 두산은 단 한 번의 기회로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었다. 두산은 7회말 공격에서 민병헌과 오재원의 연속 적시타로 헥터를 강판시켰고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오재일, 닉 에반스의 적시타, 최주환의 땅볼로 무려 6점을 추격했다. KIA가 일방적으로 리드해 가던 경기 분위기가 순식간에 접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8회말에도 대타 국해성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KIA의 4번째 투수 김윤동이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있던 민병헌과 오재원을 삼진, 박건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두산의 기회를 무산시켰다. 7회와 8회의 위기 상황에서 대부분의 필승조들을 투입한 김기태 감독은 9회 에이스 양현종을 마무리로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양현종은 9회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박세혁을 유격수플라이, 김재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KIA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꿈 이룬 '만루홈런의 사나이' 이범호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KIA가 한국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두산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김기태 감독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인사하고 있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KIA가 한국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두산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뒤 김기태 감독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0년 짧았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올해까지 7년째 KIA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이범호가 프로에 데뷔해 10년 동안 활약하면서 야구팬들에게 처음 이름을 알린 구단은 한화 이글스였다. 이범호는 한화에서 뛰던 10년 동안 160개의 홈런과 526타점을 기록하며 한화를 대표하는 거포 내야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통산 5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총 7개의 홈런을 때리며 '준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명성이 자자했다.

한화와 KIA를 거치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범호지만 그에게도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다. '괴물' 류현진(LA다저스)이 등장했던 2006년, 이범호는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6경기에서 타율 .231(26타수6안타) 무홈런 무타점 1득점에 그치며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경북 의성군에서 태어난 이범호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왔지만 배영수와 김주찬에 밀려 삼성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생애 두 번째 맞는 올해 한국시리즈는 이범호에게 남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이범호는 4차전까지 12타수1안타(타율 .083)1득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래도 역시 이범호는 이범호였다.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가 된 5차전에서 이범호는 작년 정규리그 MVP 니퍼트를 상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통산 최다 만루홈런 기록 보유자답게 시리즈를 결정 짓는 확실한 한 방이었다.

비록 7회 갑작스런 난조로 투구수가 급격히 불어나며 6이닝8피안타5실점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게 됐지만 6회까지 보여준 헥터의 투구도 눈부셨다. 헥터는 경기 초반 5점의 넉넉한 득점 지원을 받은 후 공격적인 투구패턴으로 두산 타자들을 상대하며 6회까지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반면에 플레이오프에서 무서울 정도로 타격이 폭발하면서 파죽지세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2차전부터 타격이 급격히 식으면서 KIA에게 내리 4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전반기 13경기 차이를 극복하고 시즌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벌인 후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두산의 저력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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