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초반 원주 DB, 인천 전자랜드에게 패할 때까지만 해도 첫승 조차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이후 울산 현대모비스, 부산 KT, 안양 KGC 등을 연파하며 어느새 3연승을 달리는 모습이다.

물론 경기력은 여전히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했다. KCC는 최근 3승 모두 상대 조직력에 밀려 초중반 고생하다가 막판 뒷심싸움에서 힘겹게 이겨 승리를 거둬왔다. 4쿼터 접전 상황에 강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겠으나 여전히 팀원 간 손발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은 팬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연승기간 동안 KCC의 공격패턴은 팀플레이보다는 특정 선수의 개인 능력에 의지한 부분이 많았다. 이제 3년 차가 된 안드레 에밋(35·191cm)은 여전히 주 무기는 개인기에 의한 닥돌(닥치고 돌격) '에밋 고'이며, FA를 통해 둥지를 옮긴 이정현(30·191cm) 역시 비시즌 간 당한 부상을 털어버리고 서서히 에이스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전태풍(37·178cm)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존재감이 가장 빛날 때는 공격할 때이며 찰스 로드(32·200.1cm) 또한 출장 시간 대비 공격 욕심을 숨기려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해당 선수들은 하나같이 공을 어느 정도 오래 소유했을 때 컨디션이 살아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팀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멤버가 누구든 간에 팀플레이가 원활하게 잘 돌아가야 한다. 개인 능력에 의존한 플레이는 상대 팀에게 분석 당하게 되면 그 위력이 현저히 약해질 수 있다. 더불어 특정 선수의 볼 소유가 길어짐에 따라 같이 뛰는 동료들의 컨디션이 떨어지는 이중고까지 발생한다.

'에밋 고'에만 의존하다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2시즌 전의 KCC가 대표적 예다. 당시 오리온은 이승현을 중심으로 포워드진의 물량 공세를 통해 에밋을 봉쇄하는 데 성공한다. 이럴 경우 제2, 제3의 또 다른 전략을 통해 허를 찌르는 것이 필요한데 아쉽게도 KCC는 그런 부분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2연패의 쓴맛을 본 KCC는 이후 '함께하는 농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당장 큰 변화는 어렵겠지만 이후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2연패의 쓴맛을 본 KCC는 이후 '함께하는 농구'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당장 큰 변화는 어렵겠지만 이후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 전주 KCC


팀원 간의 노력, 조직력 장착 가능할까?

다행히 지난 3연승 기간의 KCC는 각 선수들이 팀플레이를 하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에밋은 많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에밋 고' 와중에도 한 번씩 볼을 빼주거나 동료를 봐주는 플레이를 의식적으로 펼치려 노력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밴 플레이가 당장에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정현의 역할도 컸다. 현 토종 최고의 2번으로 꼽히는 이정현은 최근 들어 더욱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워풀한 돌파와 자신감 있는 3점 슛 등 내외곽을 넘나들며 자유로이 득점을 올리는 것을 비롯해 자신에게 수비수가 몰리거나 더 좋은 자리에 동료가 있으면 무리하지 않고 패스를 건넨다. 더욱 이정현을 막기 힘들어진 이유다.

이러한 이정현의 플레이에 에밋도 어느 정도 감복(?)한 듯하다. 에밋은 자신이 공격을 하다가도 근처에 이정현이 보이면 패스를 하거나 아예 일대일 기회를 양보하기도 한다. 이정현의 기량을 인정한 것이다. 서로가 번갈아 가면서 에이스 역할을 하게 되면 상대 수비도 자연스레 분산될 수밖에 없고 이는 에밋, 이정현 모두에게 플러스 효과로 작용한다.

더불어 에밋, 이정현은 로드에게도 공격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로드같은 경우 본인이 신바람이 나야 기량을 더욱 발휘하는 선수다. 실제로 결정적 상황에서 슈팅을 성공시키거나 강력한 덩크를 내리꽂은 후의 로드 플레이는 확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에밋, 이정현이 서로를 믿고 쌍포로 활약하고 로드가 이를 받쳐주는 시나리오가 KCC입장에서도 최상이라 할 수 있다.

하승진(32·221cm)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하승진의 높이는 KCC의 최대 무기다. 때문에 전임 허재 감독은 물론 현 추승균 감독 역시 하승진의 골밑 일대일을 중요한 공격옵션으로 활용했다. 아쉽게도 하승진은 시즌이 어느 정도 흐른 시점에서 컨디션이 살아나는 지라 KCC는 자연스레 슬로우 스타터의 팀컬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하승진은 예전과는 다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신체 능력이 예전만 못한지라 일대일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의식해 철저히 수비형 센터로 변신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차피 공격을 할 선수는 많은지라 하승진이 골 밑에 버티고 서서 몸싸움을 바탕으로 리바운드와 블록슛에만 신경 써줘도 팀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공격은 완벽한 찬스가 아니면 자주 시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승진은 평균 11.6득점, 10.4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준수한 기록을 가져가고 있다. 특히 득점 같은 경우 공격리바운드 참여과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아 접전상황 시 팀에 큰 도움이 된다. 아군의 슛이 림을 돌아 나올 때 하승진이 팁인 슛 등으로 마무리 짓는 내용이 최근 경기에서 자주 나왔다.

이럴 경우 동료들은 더욱 자신 있게 공격에 임할 수 있다. 한 골이 단순한 한 골이 되지 않는 것이다. 듬직한 스크린을 통해 에밋, 이정현 등 기술 좋은 동료들의 개인 공격을 살려주고 공격리바운드 후 마무리까지 지어주는지라 수비 못지않게 공격 공헌도도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해 플레이해주는 하승진의 존재는 든든하기만 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KCC는 자신들의 문제점이 뭔지 인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은 힘들겠지만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가질만하다. 어쨌든 소속팀 팬들을 속 터지게 하는 '슬로 스타터'의 악명(?)을 올 시즌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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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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