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구리복을 입은 탈북 잠수부 박명호

머구리복을 입은 탈북 잠수부 박명호 ⓒ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회


 살기 위해 머구리의 몸을 감싼 문어와의 수중사투

살기 위해 머구리의 몸을 감싼 문어와의 수중사투 ⓒ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회


2014년 다큐영화로는 480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다큐 영화의 신기원을 연 진모영 감독이 이번에는 강원도 고성 탈북민 머구리(잠수부)의 삶을 그린 영화 <올드 마린보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올드 마린보이>는 지난 21일 파주 민통선 내 미군 공여지 캠프그리브스 체육관에서 열린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영화가 끝나자 참석자 600여 명의 환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큐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지만 진모영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흥행을 이어갈 분위기다. 세상에서 처음 상영된 영화의 '장르'는 다큐였다.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기차역에 도착하는 거대한 화물 열차의 모습을 3분짜리 영상으로 담은 <열차 도착>이 최초의 영화다.

하지만 다큐는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힘들게 만들어도 개봉할 영화관마저 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큐멘터리는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영화 기술이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 전기와 역사극과 가까이 있지만 이들이 주로 과거를 다룬다면, 다큐는 당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플롯이나 영화 기법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 '사실'을 통해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렵다.

진모영 감독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역시 평생을 해로한 노부부의 생의 마지막 일상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감동을 준 바 있다. 결국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중요한 존재는 바로 배우자라는 것과 많은 자식을 낳아 기르고 끝까지 염려하는 성자들은 다름 아닌 우리들 곁에 있는 부모님들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알려 주었다.

<님아 그 강을> 감독의 3년 만의 신작

 DMZ국제다큐영화제 포토존에 선 진모영 감독

DMZ국제다큐영화제 포토존에 선 진모영 감독 ⓒ 김용원


올해 DMZ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올드 마린보이>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이 3년 만에 놓은 신작이다. 줄거리는 서해안을 통해 목선을 타고 가족과 함께 탈북한 잠수부 박명호 씨의 삶을 담아냈다. 그는 탈출하기 전에 특수부대원으로 잠수부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데 탈북하고 나서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먹고 살 방법으로 머구리가 되기로 결심하고 동해안 최북단 대진항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는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였다. 오직 그에게 자유와 생존을 이어주는 것은 심해 잠수부(머구리)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진 감독은 박명호씨의 삶을 통해 이념과 생활이 다른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적응해 가는 인간의 고군분투를 그렸다.

머구리는 50〜60kg의 잠수복을 입고 산소 호스줄에 의지해 깊은 물속으로 들어간다. 해일이 오거나 스크류 줄이 끊어지면 옷의 무게로 인해 뜰 수가 없어 수장이 된다. 그리고 수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잠수병으로 불구자가 되기도 한다. 과거 동해안 일대에 30여 명이 활동하던 머구리들이 사고나 질병으로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6명이 활동하고 있다. 주인공 박명호 씨는 영화 속 대사를 통해 머구리는 "저승에서 돈을 벌어 이승에서 쓰고 사는 것"이라고 머구리의 삶을 정의했다. 그만큼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살아간다는 말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세상의 아버지들은 모두 생존의 위험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머구리들이다. 머구리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경직되며 각종 염려에 잔소리를 늘어놓는 자들이다. 이런 아버지의 어려운 입장을 이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따뜻하게 묘사된다. 마지막 장면, 바다에 들어가 물 위로 뜨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압권이다. 주인공의 몸부림은 부조리한 현실을 사는 가장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즈음 연달아 깊은 다큐멘터리를 내놓는 진모영 감독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70년생으로 전남 해남이 고향이다. 바다 출신이기도 해 머구리의 삶에 애착이 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와는 무관한 전공을 택했다. 그는 전남대 법학과를 나왔다. 아마도 그는 사회의 온갖 현상을 다루는 법을 전공하여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판사나 검사를 꿈꾸었을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 그의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의 시선은 언제나 사회성이 짙다. 생존과 관련된 인간의 따뜻한 모습을 그리고자 하는 휴머니티를 볼 수 있어 좋다.

이런 작품을 매번 DMZ국제다큐영화제가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것 역시 매우 의미있다.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다. 올해 11월 개봉될 <올드 마린보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진모영, 그는 언제나 '사실적'이고 전체관람 가능한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첨부파일 올드마린1.jpg
진모영 올드마린보이 머구리 DMZ국제다큐영화제 박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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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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