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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미국, 스텔라데이지 가족 와도 안 만나준다”
ⓒ 안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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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오마이 TV
■ 진행 : 이준호·김종훈 기자
■ 촬영 및 편집 - 안민식 기자
■ 그래픽 - 박소영 기자
■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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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영상을 글로 풀어쓴 전문입니다.

이준호 기자(이하 이) : 남대서양에서 6개월 전에 침몰한 배가 있습니다. 이 배에 탄 선원들은 실종됐고, 실종된 선원들의 가족들은 지금도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어떻게 살았다고 찾아내라고 하는 것이냐?'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텐데,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저희 오마이TV가 스텔라데이지 침몰사건을 다시 살펴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그 이유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김종훈 기자 어서오세요.

김종훈 기자(이하 김) : 네, 안녕하십니까.

이 : 오늘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준비해오셨죠.

김 : 네, 그렇습니다. 제가 주황색, 세월호 리본과 함께 있는 주황색 리본을 준비했습니다. 앞선 영상에서 보셨다시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서명을 받으면서 광화문에서 주황 리본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주황색 리본 자체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찾고 있는 구명벌 색깔과 일치합니다. 그래서 선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황색 리본이 만들어졌고요. 지금도 그 염원을 담아서 시민들에게 거리에서 이 주황색 리본을 나눠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 주황색 리본, 저도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80일, 반년이 된다면서요?

김 : 네, 그렇습니다. 지난 3월 31일입니다. 지구 반대편 남대서양을 운항하던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6개월이 지나서 9월 26일이면 180일이 됩니다.

현재까지 스텔라데이지호에 탔던 8명의 한국인 선원을 포함해 22명의 선원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아까 (이준호 기자가) 말씀주신대로, 광화문에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매일 실종자 수색 재개와 미군 초계기 영상 및 사진 공개를 촉구하면서 서명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 아마 스텔라데이지호 들어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 분들 많을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을 위해 사건 개요를 간략하게 먼저 말씀해주시죠.

김 : 네. 간략하게 말씀드려야 하는데 참 간략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도표와 함께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폴라리스쉬핑 소속의 스텔라데이지호가 지난 3월 26일 브라질 산토스에서 중국 칭다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300미터가 넘는 초대형 선박인 스텔라데이지호에는 26만 6000톤의 광석을 실었습니다.

사건은 이로부터 닷새 뒤인 3월 31일에 발생했는데요. 한국시각으로 오후 11시 20분 남대서양 해역에서 선장이 긴급메시지로 한국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에 '2번 포트에서 물이 샌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상황을 종합하면 이 메시지를 보내고 5분 만에 선박이 침몰합니다. 상상만 해봐도, 300미터가 넘는 선박이 5분 만에 침몰했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인데요.

침몰 이후 4시간 30분 뒤인 (한국시각) 오전 3시 54분, 57분 그리고 당일 오후 1시에 세 차례에 걸쳐 선박에서 발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 조난신호가 접수됩니다.

같은 날 오후 중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긴급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인접국가인 우루과이, 브라질, 남아공에 선원 구조 요청을 하는데요. 문제는 사고발생으로부터 이미 열시간 이상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오후 11시경, 구명벌에 타고 있던 필리핀 국적 선원 2명이 구조됩니다. 다음날인 2일 오전 구명정 2척과 구명벌 3척도 발견되는데요. 이 의미는, 스텔라데이지호에 있던 구명벌 1척을 제외하고 모든 구명정과 구명벌이 발견됐다는 뜻입니다.

뒤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9일 미군 초계기가 사고 해역에서 구명벌로 추정되는 주황색 물체를 발견합니다. 미군 초계기가 발견한 이 구명벌은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해양전문가인 선원들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명벌에 살아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아까 이 기자께서 말씀주셨듯 이미 180일이나 지났는데 돌아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많이들 가지는데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멕시코에 사는 알바렌가라는 어부가 태평양에서 438일 동안 표류하다 2014년 1월 마셜 제도에서 구조된 기록이 있습니다.

이 : 438일이면 1년 하고도 수개월인데...

김 : 맞습니다. 이 의미는 180일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크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충분히 생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알바렌가는) 어부라서 태평양에서 고기를 먹고 거북이 피를 마시면서 생존했다고 스스로 밝혔는데, 구명벌에도 낚시 키트가 있어서 얼마든지 낚시를 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무엇보다 배에서 20년을 넘게 생활한 선원들입니다.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 지금 간략히 사건 개요를 짚었는데, 간략하다고 하지만 의문점이 많이 생깁니다. 우선 이 배가 63빌딩보다 크다고 했는데, 세월호의 몇 배 크기가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큰배가 5분 만에 침몰했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습니다.

김 : 바로 그 지점이 현재까지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5분 만에 이 거대한 배가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침몰할 수 있을까. 여전히 어떻게 침몰했는지 명쾌하게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초반에 말씀드렸듯, 스텔라데이지호는 철광석을 운반하는 배입니다. 그런데 국제 규정상 퇴출당할 위기에 처한 유조선 배를 폴라리스쉬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했고, 이를 개조해 철광석 운반선으로 용도 변경을 해 이용해 왔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노후한 선박을 무리하게 운용해왔다는 게 여러 증언을 통해 이미 확인이 됐는데요. 사고와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정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 매우 오래된 배, 제때 수색작업을 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서 '제2의 세월호'라는 말이 그런 이유에서 나오는 거군요.

김 : 그렇습니다. 여전히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안타까운 부분이고요. 이런 가운데 수색작업이 시작된 지 8일째 되던 지난 4월 8일, 미국에서 'P8A 포세이돈'이라는 잠수함 탐지용 해상 초계기를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에 참여시켰습니다. 포세이돈은 상공에서 잠수함을 탐지할 정도로 초고가 초정밀 장비입니다. 실제로 한 대 가격이 2억(2200억원) 달러가 넘습니다. 이런 장비가 투입돼서 수색을 한 것이니 상식적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군 초계기가 투입되고 나서 4월 9일 미군 측에서 우루과이 MRCC(해안구조센터)에 보고한 문건에는 '오렌지색 보트'를 발견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원문으로는 'AIRCRFT P8A FINDS LIFERAFT IN POSITION LAT 33 06S LONG 018 20W'입니다.

이를 근거로 외교부는 같은 날 가족들에게 이 문구가 담긴 문서를 전달합니다. 이런 문구입니다. '4월 10일(월), 우루과이 MRCC로부터 미 P8 촬영사진 확보 예정'이다. 다음 장에는 '우루과이 MRCC는 해당 물체 촬영 사진을 4월 10일 밤 미군으로부터 전달받을 예정'이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미군 측에서 사진 찍었다는 것을 전제해서 (외교부가) 이를 우루과이를 통해 받고 가족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겁니다.

이 : 이 지점이 어찌보면 사건의 분수령이군요. 침몰이 됐는데, 침몰된 지 10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미군 초계기가 구명보트를 발견했다는 거 아닙니까? 실종자 가족들은 선원들이 구명벌에 탔을 것이고, 그래서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는 거죠?

김 : 그렇습니다. 정부조차도, 대한민국 외교부도, 미군이 우루과이에 보낸 문서를 근거로 해서 공식 문서를 보낸 겁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기다린 거고요. 문제는 영상과 사진이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 외교부가 사진과 영상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는 아무 말이 없는 건가요?

김 : 그렇죠. 물론 그 사이 여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가족들이 계속 공개 요청을 하자, 외교부 관계자는 '미군이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지 않아 자료가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얼마 뒤에 (외교부는) '이 구명벌 역시 기름띠로 분석됐다'는 발표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구명벌 사진을 기다려온 가족들은 속된말로 환장할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이런 말도 합니다. '구명벌이 아니면 기름띠라고 분석된 자료들이 있을 거 아니냐? 그거라도 공개를 해달라' 하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아무것도 촬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외교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이 : 그러니까 당시에 외교부와 미국이 상호 무엇인가를 교환했을테니 실종자 가족들은 이것을 보여달라고 하는 거죠?

김 : 그렇습니다.

이 : 그런데 외교부는 그게 없다는 겁니까?

김 : 그렇습니다. 미군 측에서 사진도 안 찍었고...

이 : 기름띠였다? 그럼 기름띠는 확실한가요?

김 : 그렇게 공개를 했고요. 외교부에서는 기름띠였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은 '그럼 왜 기름띠로 바뀌었는지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입장입니다.

이 : 실종자 가족들이 알고 싶은 것은 왜 처음에는 오랜지색 보트를 발견했다고 했다가 그게 기름띠로 바뀌었는지 이 점을 알고 싶은 것이군요.

김 : 그렇습니다.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최초에 찍었던 주황색 물체의 구명벌로 추정되는 것을 알려달라는 입장입니다. 외교부에서 이에 대해 없다, 보트가 아니라 기름띠라고 말한 상황이니. 그럼 가족들은 외교부와 미국 사이에 오간 문서를 공개해달라는 건데 외교부는 이것 또한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 여기서 잠깐 정리하고 넘어가면, 애초에 우리 시청자 여러분께 던진 질문이, '6개월이 지났는데 사람이 살 수 있겠어'라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문의 가장 핵심적인 답변이 구명벌입니다. 이 구명벌이 사고 발생 10일 즈음에 미군 측에서 발견을 했다고 외교부에서 밝힌 적이 있어서, 실종자 가족들은 이 구명벌에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고 있는 거죠.

김 : 가족들 입장에서는, 구명벌이든 기름띠든, 미국과 외교부 간 확인할 수 있는 문건이 있을 것 아니냐면서 의문을 가졌고, 이에 대해 공개 요청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외치고 요청해도 외교부의 구체적인 답은 '없다'는 상황입니다.

이 : 참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네요. 외교부는 그러면 이렇게라도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애초에 구명보트를 미군이 발견했다고 했는데, 미군이 잘못 알았다고 했다든가, 미군이 잘못 안 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하든가. 그런 과정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니 실종자 가족들은 계속 의혹을 품고 있는 거죠.

김 : 물론 이 과정에서 오역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긴 합니다. 그런데 핵심은 이 답답한 상황들이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아무리 외교부에 요청을 해도, 주무부처로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을 못 주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결국 가족들은 미국으로 직접 가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를 찾아가 초계기 찍은 사진들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 가족들의 절박한 마음을 느낄 수 있네요. 오죽 답답했으면... 원래 이런 상황은 외교부가 속 시원한 답변을 해줘야 하는데 가족들이 직접 미국에 가겠다는 것인데.

김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왜 미국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가족의 입장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허경주 / 스텔라데이지호 이등항해사 허재용씨 누나
"우리 입장에서는 '아 이거 외교부와 미국과 혹은 해수부와... 새정부 들어서 뭔가 이 초계기 사진에 대한 의혹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갖게 되었고요. 그래서 직접 가족들이 좀 큰 비용이지만, 비용을 들여서 미국으로 가려고 합니다. 미국으로 가서 영상을 직접 요청을 하려 하고요. 정부가 해주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나서서 영상을 보고 그것이 구명벌이 맞다면 대대적으로 수색을 재개해야할 것이고요. 그것이 정말 기름띠로 판독이 된다면 구명벌의 존재가 선사나 정부에서 주장하듯 심해에 가라앉아 있다면 정말로 구명벌이 바닷속에 있는지 판단을 한다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의 근거가 필요하잖아요. 저희가 직접 그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가려는 겁니다."

이 : 네, 가족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가족들 요구를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그렇다면 외교부는 왜 제대로 답을 하지 않는 것인가요?

김 : 일단 구체적인 설명을 드리기 전에, 외교부 당국자. 현재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과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외교부 김완중 재외동포영사 국장의 이야기를 직접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완중 외교부 재외동포영사 국장
"이번에 우리 외교부가 가족의 요망을 고려해 (미국) 국무부를 통해서 국방부를 방문하는 것을 요청했고요. 계속 외교적인 교섭을 했는데, 실은 미국 정부가 '자기들은 외교적인 한국 정부와 정부 대 정부 차원의 요청을 받아서 인도적인 차원과 한국과의 동맹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이다'며 '미국 초계기가 가는 것을 긴급하게 결정한 것이었다' '당시 초계기가 찍은 사진을 제공할 내용이 없다'는 그런 설명을 하면서 민간인 가족을 만나는 것은 자기들이 할 일이 아니고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했던 일이고. 일단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종결된 사안으로 알고 있다'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이 왔어요."

이 :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교부는 미국이 가족들을 만나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네요.

김 : 그렇습니다.

이 : 그럼 가족들이 미국에 가도 미군 측을 만날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거죠?

김 : 예, 그렇게밖에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외교부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밝힌 내용이지만 '가족들에게는 현재까진 알리지 않았다'고 전제를 하면서 저희들에게 알린 내용입니다. 가족들이 현재 미국에 가기 위해 미 대사관과 접촉을 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미국에 갈지라도, 미국 측에서는, 특히 국방부에서는 정부 대 정부로의 접근만을 허용하지, 가족들이 미국에 와도, 민간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 아... 참 큰일 났습니다. 가족들은 미국에 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국에 가야만 가족들이 알 수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건데 지금 외교부 국장 말을 들어보면 미국은 가족들을 만나주지 않을 것이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외교부가, 어떻게 보면 우리 정부가 가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걸로 볼 수 있는데요.

김 : 네, 외교부 관계자도 인정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쌓여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기 전이지만, 황교안 대행시절 해수부가 가족들을 사찰했다는 공식 문건도 발견된 적도 있고요. 가족들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외교부 행태가 미온적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수색을 요청을 해도 멀다는 이유로, 시간상 오래 걸린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댔습니다. 5억에서 10억 정도 드는 비용이 없다고 가족들에게 대놓고 말해서 가족들의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었고요.

이 : 5억에서 10억이요?

김 : 네, 한 번 수색을 나갈 때입니다.

이 : 정부가 그 돈이 없다는 겁니까?

김 : 네, 없다고 그렇게 실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은 강경화 장관을 만나기 위해 2박 3일간 외교부 앞에서 농성까지 해야 했습니다. 결국 가족들이 강 장관을 만나기는 했는데, 실질적인 조치가 나오지는 않았고요. (강 장관이) 브라질과 영국 장관에게 수색을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는 소식 정도만 들렸고요. 이후에 후속 조치 차원에서 외교부가 공식 브리핑을 가족들에게 하기로 약속이 됐습니다. 실제로 7~8차례 하기로 됐는데, 취재 결과 가족들이 이 공식 브리핑을 받은 장소가 외교부 청사에서만 진행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아는 카페 '토즈'에서 3~4차례 진행이 됐습니다. 보통 토즈라는 카페가 회의실도 갖고 있는데, 그곳을 대관해서 공식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이 :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건가요? 무성의한 것 같은데요.

김 : 가족들 입장에서는 이억 만 리 남대서양에서 배가 침몰해서 실종된 상황인데, 공식 브리핑을 외교부 청사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카페 토즈라는 곳에서 진행을 했습니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라 광화문 종로 돌아가면서 이뤄졌습니다. 이 때마다 외교부는 '장소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완중 국장에게 물으니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아마 실무진인 과장 선에서 설명하다 보니 이렇게 이뤄진 것 아니냐'고 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탄생 후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이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청와대 민원 1호라는 이유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날도 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가족들은 큰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외교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스스로 '콘트롤타워'라고 인정하까지도 105일이나 걸렸습니다. 외교부가 주무부처를 인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그전까지는 해수부와 외교부가 서로의 책임이 아니라며 가족을 놓고 핑퐁 싸움을 했던 겁니다. 100일 넘게 아까운 시간이 계속 흘렀던 겁니다.

결국 가족들 입장에서는 기대가 컸는데 그만큼 실망도 크게 돌아왔습니다. 가족이 미국까지 가겠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보입니다.

이 : 정부가 자초를 했네요.

김 : 결국 가족들이 믿을 수 있는 건 국민들의 응원과 관심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광화문에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선원들이 20대 젊은 사람도 있지만 20년 이상 경력의 40대 선원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세가 대부분 60대에서 70대인 분들이 자기 아들을 찾겠다고 격일로 수색 재개 서명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옆에서 가만히 바라보기에도 참 가슴이 아린 상황이 있었습니다. 일등항해사 박성백씨의 부친 박홍순씨는 영어로, 유창하지 않습니다, 영어로 서명을 받고 있었는데 왜 그런지 직접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박홍순 / 스텔라데이지호 일등항해사 박성백 부친
"이것 때문에 연습을 했어요. 이것 때문에... 평소에는 abcd만 알았고요. 그 다음에 여기에 따라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하니까 외국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못한 걸 재발견해 보완하니 이해가 쉽게 되고 사람들이 물어보지도 않고 승인하는 거 보면 이해가 되는 모양이에요.

기자- 왜 영어로까지 연습을 했나?

해야하니까. 서명을 받아야 하니까. (중략)

통상적으로 우리 하듯이 중학교 때 배운 실력으로... Hello, Welcome. Please I hope (to) talk to you (for) 1 min. 짧은 시간에 이야기하자 이거죠. 그래서 I miss, I'm missing my old son, (He is) forty years old. (He is) in the middle of South Atlantic Ocean. Goverment search around Atlantic Ocean (to) notify (my son). 그런 식으로 얘기해요.

이 : 아버님의 말씀이 참 가슴을 아리게 하네요. 그럼 가족들은 언제 미국에 갑니까?

김 : 일단 외교부는 현재까지 이런 입장을 가족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족들로서는 미 대사관 측과 구체적인 협의가 완료 되는대로 떠나려고 준비를 마친 상황이고요. 그 시점이 이르면 9월 말에서 늦어도 10월 중순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실무적인 준비를 맞춰가는 상황입니다.

이 : 미 대사관과 협의를 한다고 하는데, 저희가 오늘 보도한 내용처럼 미국이 응하지 않을 거면 미 대사관에서도 이 사안을 알고 협조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김 : 현재로서는 그렇게밖에 볼 수 없습니다. 가족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416연대가 곁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대를 하며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데, 외교부에서 이 상황을 전달했을 때 가족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을 갖고 더 지켜봐야 하고요. 분명한 점은 180일이 지났음에도 가족들은 마지막 하나 남은 구명벌의 존재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점이고요. 이 사실 여부에 따라 가족들의 선택이 계속 이어질지,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 : 가장 좋은 것은 가족들이 미국에 가지 않게끔 외교부가 가족들이 품은 의혹과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낱낱이 보여줘 가족들이 이해를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러면 가족들이 미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건데요.

외교부가 좀 더 분발을 해 미국과 협조를 해서 가족들의 의혹을 속히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사건이 안타까운데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도 처음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을 들었을 때 같은 생각을 했어요. 일단은 워낙 먼 곳이었고, 시간이 많이 흘러서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그런데 오늘 김종훈 기자의 취재 내용을 들어보니 가족들이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살아있을 가능성도 높은 것이고요. 그런데 정부 대응을 보면, 물론 정부가 바뀌는 과정이었지만, 답답합니다. 가족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정부가 바뀌어도 실무자들은 바뀌지 않았고, 일하는 스타일은 비슷하다는 것이죠. 또 외교부가 주무부처라고는 하는데, 어찌보면 가족들이 지쳐서 포기하기를 오히려 바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김 : 물론 정부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아쉬움이 없을 때까지, 국민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이 정부의 자세 아닙니까? 여전히 우리 국민 8명은 돌아오지 못했고 마지막 단서로 볼 수 있는 구명벌의 조각도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가족들의 응어리를 풀 수 있는 (초계기) 영상 혹은 문서가 공개가 돼야 한다고 보고요. 이에 대해서 정부의 입장이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 사람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입니다. 행여 문재인 대통령이 이 방송을 본다면, 대통령이시라면 8명, 돌아오지 못한 8명 생명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잘 알고 계시고 중시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어서 수색을 못했다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말했다고 하던데, 정말 정부가 그 돈이 없어서 하지 않는다는 건 믿기지 않고요. 의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한 번, 선원들이 살아있다는 생각으로 수색 작업을 좀 더 집중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선원들이 가족들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속히 조치를 취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태그:#스텔라 데이지호, #외교부, #초계기, #강경화, #주황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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