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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나온 '이유없는 반항'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다. 당시 최고 인기배우였던 제임스딘이 주연이었는데 필자가 영화를 볼때는 1970년대 초반 어린 시절이라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제임스딘의 표정연기와 서로 마주보며 자동차를 돌진하며 누구의 담력이 더 센가를 겨루는  내기가 인상깊었다. 소위 치킨게임이다.  비록 자동차 치킨게임이 10대의 치기어린 행위이긴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영화제목처럼 이유가 없지는 않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겁자라는 얘기를 듣지 않고, 담력이 있다라는 게 이성에 눈뜨기 시작한 10대 청소년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을 것이다.

한반도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북미 치킨게임으로 인해 갈등과 긴장이 최고수위를 달리고 있다. 전쟁으로 폭발하느냐 임시 봉합이라도 하느냐 아니면 안정된 평화기조로 나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최강국 미국에게 대드는 북한이 마치 '이유없는 반항'의 10대 청소년처럼 무모하게 보이지만 사실 절박하고 절실한 이유가 있다. 

목줄을 죄고 있는 미국에게 생존보장을 받겠다는 것이다. 미국도  이유가 있다.  북 핵미사일은 미국이 원하는 동북아 및 세계 질서의 저해요인이기 때문이다.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위험천만한 치킨게임 참여자가 된  우리나라는 지금 이 위중한 시점에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과거 20여 년간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주로 보수정권때 남한이 주도하는 흡수통일을 원했다. 그래도 김영삼 정권때나 이명박 정권때는 겉으론 표현까지는 못했는데 박근혜 정권때는 북한정권의 붕괴를 통한 통일 대박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이십여년 동안 이들의 북한정권 붕괴 염원이 얼마나 헛되었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 말 공산권 붕괴 이후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체제생존을 위해 온갖 난관을 무릅쓰고 핵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세계최저빈국이라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대룩간탄도 미사일 개발 성공도 목전에 두고 있다. 주민의 아사위험도 아랑곳 않고 삼대가 세습을 하면서 핵개발에 매진하는 기형적인 괴물국가를 배양한 것이다. 북한은 핵은 세계 패권국 미국으로부터 체제를 보호해주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북한에게 이러한 인식은 적어도 상당기간 불변이고 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코브라에게 독이빨을 빼라거나 고슴도치에게 가시를 뽑으라고 할 수 없는 이치다.

따라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기존 북핵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단 북한비핵화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두고 더 이상의 도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북미 평화협상을 주선하는 한편 남북경제 협력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을  선제공격하여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일각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이들의 주장은 남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북한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정부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북한 선제타격은 한반도 대규모 전쟁을 야기하고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엄청난 전쟁참화가 발생활 확률이 더 크다. 미국이 그동안 선제공격을 망설였던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은 한반도 평화보다는 한반도 긴장 및 갈등구조가 대중국전략 및 군수산업이익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봤다. 이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금융사 초청 연설에서 한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미 본토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마저도 완성단계에 이르자 미 정부는 기존의  한반도 현상유지정책을 벗어나 남한의 대규모  전쟁피해도 불사하는 북한 선제공격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핵포기를 안 하면 경제제제뿐만 아니라 선제공격도 마다 않는다는 미 정부에  한반도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동의없이 충분히 선제공격을 할 능력도 있고 그럴 의사도 있음을 표명했다. 남한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미국은 대중국 견제 전략선상에서 남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 사드배치는 대북군사적 측면에서 기술적 효용성 여부를 떠나 대중국관련 한미동맹의 유효성여부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현 정부가 국내의 지지층 및  중국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배치를 강행한 것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핵심이익을 지킬 수 있도록 우방역할을 충실히 하겠으니 미국에게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이다. 당분간  미국의 선제공격이 선택지에서 제외되면 경제제제를 통한 압박이 남아있는데 그러나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는 달성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미 미국에서도 미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전쟁보다는 기존 북핵은 묵인하는 선상에서 북미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는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내 이런 평화협상 기류를 잘 활용하여 미국이 선제공격이나 경제제재 대신에 적극적으로 북미간 평화협정을 추진토록 강력히 요청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이루도록 해야한다.

북한핵을 인정한 채로 북미간 평화협상을 맺으면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전술핵재배치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체 핵개발도 불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부류는, 특히 과거 흡수통일론을 주장했거나 선제공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북한은 북미협상시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할 것이고 종국에는 미본토 공격을 위협하며 남한을 적화통일하려고 시도할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잔혹하긴 하지만 어리석진 않으며 생존에 관한한 극히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 또한  세계패권국 미국이 세계 최저빈국중 하나인 북한의 핵공갈에 GDP 세계 10위권인 자유진영 중요우방인 한국을 포기할거라는 생각은 근거없는 공포에 질린 망상에 다름 아니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미국패권중심의 세계질서가 무너지는 것이고 NPT도 의미가 없어지니 만큼 우리도 준비를 철저히 하다가 핵을 만들면 된다.

한미동맹 강화를 하면 중국관계는 어떻게 하는가? 한미동맹의 강화는 대중관계의 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중미가 동아사아 패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시점에서 우리는 양쪽에 치우치치 않는 균형외교를 펼쳐야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다고 말들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량으로는 할 수가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도 긴장을 유지할 수도 북미평화협정을 맺을 수도 있는 칼자루를 쥔 쪽은 미국이다. 긴급을 요하는 한반도 위기해결을 위해서는  대중관계개선은 중장기적과제로 돌릴 수밖에 없다. 대중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많은 타격을 입는다. 그럼에도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평화협정을 맺도록 설득하고 차후 북핵위협으로부터 핵우산보호를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한반도가 안정된다면  오히려 중미 관계가 호전될 수도 있고 사드배치문제도 중미간에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그런 운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 치킨게임에서 불행하게도 우리는 조수석에 앉아 았다 운전대도 액셀도 브레이크도 움직일 수 없다. 심지어 조수석에는 운전석에 았는 에어백도  없다.  아예 운전석은 비워져 있고  리모콘으로 원격조정되는 자동차의 조수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다. 북한은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 하에 버티고 있고 미국도 나름의 세 유지를 위해 물러설 기세가 없다. 부딪히면 미국은 멀쩡하겠지만 북한은 괴멸, 남한은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조수석에 앉아 있다해서 체념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계속적 도발에 대해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 제제와 압박을 할 때라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사태가 급박할수록 대화와 접촉은 더 필요하다. 치열한 전쟁중에도 효과적인 전쟁수행을 위해 적과 대화한다. 우리 정부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말고 북한 미국과 끊임없는 공식, 비공식 접촉과  협상을 해야할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몇십년 지속된 한반도 긴장 갈등 구조가 평화구조로 전환되는 기점이 될 수도 있다. 

정리해 본다. 북한은 경제 제제를 통해 대부분 굶어 죽더라도 핵은 포기 안 할 것이다. 전쟁은 남한에도 치명상을 입힌다. 비핵화는 장기적 과제로 남기자. 기존 핵은 인정할 테니  대신 더 이상의 핵도발을 중단하고 북미평화협상을 체결토록 북한을 설득하자. 한국은 대중국관계 악화로 인한 손해는 떠안으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미동맹의 굳건한 우방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으니, 대신 전쟁을 일으키지 말고 북한의 생존을 보장하자고 미국을 설득하자.

북한핵으로 인한 핵무기 불균형은 더욱 공고화된  한미동맹의 핵우산으로 균형을 맞추자.  중미간 균형외교는 위급한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 당분간 중국관계 악화는 감수하자. 몇번의 경제실패보다 단 한번의 안보실패가 훨씬 더 치명적이다. 북한문제 해결로 한반도 긴장완화가 된다면 중미관계의 마찰요인이 감소될 수도 있을 것이고 우리의 중국관계도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생존을 보장받고 각종 제제가 풀리면 서서히 정상국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리되면 북한의 4대 세습도 없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비핵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 코부라가 독이 없어지고  고슴도치가 가시가 빠질수도 있을 것이다. 


태그:#북핵개발 한반도전쟁, #한미동맹 , #북미평화협정, #사드배치 중국관계 , #비핵화 핵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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