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재야의 최강자'로 불리던 멜렌데즈가 옥타곤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전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챔피언 길버트 멜렌데즈는 10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에드먼턴 로저스 플레이스에서 열린 UFC 215 제레미 스티븐스와의 페더급 경기에서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했다. 라이트급에서 3연패를 당한 후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린 멜렌데즈는 14년 만에 가진 페더급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체격의 차이로 한계를 느끼는 파이터들은 더 커질 감량의 부담을 감수하고 체급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플라이급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 역시 밴텀급에서 활동하다가 플라이급이 신설된 후 체급을 내려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라이트급에서 한계를 느낀 멜렌데즈는 페더급 데뷔전에서도 랭킹8위의 스티븐스에게 패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됐다.

UFC 진출 후 3경기 중 2경기를 타이틀전으로 치렀던 '재야의 최강자'

 '재야의 최강자'로 불리던 멜렌데즈는 UFC에 진출하자마자 첫 경기를 타이틀전으로 치렀다.

'재야의 최강자'로 불리던 멜렌데즈는 UFC에 진출하자마자 첫 경기를 타이틀전으로 치렀다. ⓒ UFC,com


2002년 10월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WEC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멜렌데즈는 4경기 만에 올라프 알폰소를 KO로 제압하고 초대 WE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5전 전승의 전적으로 일본의 슈토라는 단체로 무대를 옮긴 멜렌데즈는 일본 무대에서 3연승을 거둔 후 북미의 2위 단체 스트라이크포스에 진출했다.

2006년6월 클레이 구이다를 꺾고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멜렌데즈는 일본과 미국 무대를 오가며 활약했다. 2008년에는 라이트급 2차 방어전에서 '숙적' 조쉬 톰슨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타이틀을 잃었지만 멜렌데즈에게는 이 패배가 약이 됐다. 곧바로 다음 경기에서 호드리고 댐을 물리치고 챔피언 벨트를 되찾은 멜렌데즈는 이후 6번의 방어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당시 UFC에서는 한국인 어머니를 둔 '김치 파이터' 벤슨 헨더슨이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있었다. 하지만 당시 헨더슨은 판정 위주의 경기 스타일 때문에 실력에 비해 인기가 높은 챔피언은 아니었다. 그러던 2013년 1월 UFC와 스트라이크포스가 통합됐고 '재야의 최강자'로 불리던 멜렌데즈는 UFC 라이트급 판도를 뒤흔들 후보로 꼽혔다. 곧바로 헨더슨과 타이틀전을 치른 멜렌데즈는 1-2 판정으로 패했지만 경기 후 판정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선전했다.

2013년 10월 명승부를 연출한 끝에 디에고 산체스를 누른 멜렌데즈는 2014년11월 바뀐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의 1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UFC 진출 후 3경기 중 2경기가 타이틀전이었을 만큼 당시 UFC 라이트급에서 멜렌데즈의 위상은 대단히 높았다. 하지만 멜렌데즈는 자신의 두 번째 UFC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페티스에게 2라운드 1분53초 만에 길로틴 초크에 걸려 들며 생애 첫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멜렌데즈는 페티스전 패배 이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멜렌데즈는 전 스트라이크포스 챔피언과 전 벨라토르 챔피언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에디 알바레즈전에서 판정으로 패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연패의 늪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후 도핑테스트에서 약성 반응이 나오면서 1년간 출전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페더급 전향 후 첫 경기, 연패 중이던 스티븐스에 완패

 체급 전향 후 첫 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멜렌데즈가 앞으로 페더급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체급 전향 후 첫 경기에서 완패를 당한 멜렌데즈가 앞으로 페더급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UFC.com


UFC 진출 후 언제나 챔피언 혹은 타이틀 전선에서 활약하는 상위 랭커들과 경기를 가졌던 멜렌데즈는 약물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후 에드손 바르보사를 상대했다. 바르보사는 뛰어난 타격을 바탕으로 화끈한 경기를 선보이는 파이터지만 고비마다 도널드 세로니, 마이클 존슨, 토니 퍼거슨 같은 강자를 넘지 못하며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러 있는 이른바 '문지기 파이터'였다. 하지만 멜렌데즈는 바르보사에게도 판정으로 패하며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옥타곤 데뷔전부터 타이틀전을 치르며 화려하게 UFC무대를 밟았다가 깊은 연패의 수렁에 빠진 멜렌데즈가 택한 방법은 바로 체급 하향이었다. 멜렌데즈 특유의 강한 체력과 맺집이 라이트급에서 통하지 않았던 만큼 페더급에서 체격의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구상이었다. WEC 시절이던 2003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페더급 경기를 갖는 멜렌데즈의 첫 상대는 페더급 랭킹 8위의 스티븐스였다.

하지만 라이트급에서도 썩 빠른 몸놀림이 아니었던 멜렌데즈는 페더급의 빠른 스피드를 잡아내지 못했다. 스티븐스는 1라운드부터 집중적으로 로킥을 날리며 멜렌데즈의 움직임을 봉쇄했고 1라운드를 마칠 무렵 멜렌데즈의 왼쪽 종아리는 크게 부어 올랐다. 멜렌데즈는 2라운드부터 전진압박으로 작전을 바꿨지만 UFC에서만 11년째 활약하고 있는 노련한 스티븐스가 눈에 뻔히 보이는 작전에 걸려 들리 만무했다.

결국 멜렌데즈는 단 한 번의 라운드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스티븐스가 최근 2연패를 포함해 7경기에서 2승5패로 하락세에 있던 파이터임을 고려하면 멜렌데즈에게 스티븐스전 패배는 매우 뼈 아프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로써 멜렌데즈는 최근 4연패 및 UFC 진출 후 1승5패의 부진에 빠졌다. 냉정하게 말하면 UFC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수준의 부진이다.

한편 메인이벤트로 열린 아만다 누네스와 발렌티나 셰브첸코의 여성 밴텀급 타이틀전에서는 누네스가 2-1 판정으로 승리하며 2차 방어에 성공했다. 준메인이벤트로 열린 닐 매그니와 하파엘 도스 안요스의 웰터급 경기에서는 안요스가 1라운드 3분 43초 만에 암트라이앵글로 매그니의 항복을 받았다. 감량의 어려움 때문에 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린 전 라이트급 챔피언 안요스는 웰터급 전향 후 2연승 행진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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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215 길버트 멜렌데즈 제레미 스티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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